2016. 9. 11. 18:27ㆍ소식
"학습부담과 학습시간을 줄이기 위한 종합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하고 싶은 거 하고 살아, 라고 말만 하는 것으로는 바뀌지 않는다."
9월 7일 수요일, 국회의사당 정론관에서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와 박주민 의원실은 ‘학습시간 줄이기’ 입법청원 기자회견을 했다. 같은 날 아수나로는 학습시간 줄이기 입법 청원서를 3만 2000여 명의 서명과 함께 박주민 의원의 소개로 국회에 제출하였다.
기자회견은 ▶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국회의원 발언, ▶ 학습시간 줄이기 운동 경과보고 및 청원 내용 발표, ▶ ‘학습시간 줄이기’ 필요성에 대한 청소년 발언 순서로 진행되었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청소년 활동가 치리는 ‘학습시간 줄이기’ 필요성에 대한 발언에서 “학습부담과 학습시간을 줄이기 위한 종합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하고 싶은 거 하고 살아, 라고 말만 하는 것으로는 바뀌지 않는다. 많은 청소년이 밤 10시까지 학교에 남아 원하지 않는 학습을 하는 데도, 강제학습을 규제할 수 있는 법안들은 턱도 없이 적다. 국회에서 그런 법안들을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 청소년들이 표가 없다고 해서 무시하지 말기를 바란다,“ 고 당부했다.
청소년의 시간에 대한 권리를 보장 하기 위한 입법
△9월 7일 오후 2시 학습시간 줄이기 5대 요구안 국회 청원제출 기자회견 발언 모습(사진제공: 윤서).
아수나로가 제출한 입법 청원서에서는 수업일수를 줄이고 방학일수를 늘릴 것, 수업시수의 상한선을 명시하여 주 30시간 이하로 수업할 것, 학교에서의 야간학습과 주말 자습을 금지할 것,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입시학원에서의 야간학습과 주말 영업 등을 금지할 것, 장시간 학습을 강요하는 것을 금지하고 아동학대로 처벌할 것, 청소년의 여가 생활 보장을 위해 청소년 관련 공공시설과 예산을 늘릴 것, 법안 제정 등을 통해 정부의 학습시간 및 부담 줄이기에 대한 대책 수립을 의무화할 것 등을 요구했다.
또한 '많은 사람이 한국의 교육제도의 문제와 그 속에서 고통받는 청소년의 삶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청소년의 자유·여가시간의 문제에 대해서는 교육개혁을 주장하는 이들도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것이 현실이다. 정부의 정책에서도 청소년의 학습부담과 시간문제는 후순위였다.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청소년의 자유·여가시간을 적극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학습시간과 부담을 경감시킬 정책이다.'라며 이번 청원의 취지를 설명했다.
2014년 부터 진행된 '학습시간 줄이기 프로젝트'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는 2014년부터 청소년에게 부과되는 비정상적인 양의 학습시간과 과도한 입시경쟁을 줄여서 청소년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삼아 ‘학습시간 줄이기 프로젝트’ 운동을 진행해 왔다. 또한 활동의 일환으로 학습시간 줄이기를 위한 서명운동, 어린이날 퍼레이드, 학습시간 부담에 대한 실태조사 등을 펼쳤다. 지난 20대 총선에서는 6개 정당에 질의서를 보내 각 정당의 학습시간 줄이기 정책에 대한 답변을 받은 바 있다. (관련 기사:각 정당별 학습시간 줄이기 정책 비교http://yosm.asunaro.or.kr/143).
아래는 9월 7일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가 국회에 제출한 학습시간 줄이기를 위한 입법 청원서 전문이다.
청 원 서
우리는 청소년인권단체인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아수나로)입니다. 아수나로는 2014년부터 “내 시간을 돌려줘! - 학습시간 줄이기 프로젝트” 운동을 하면서 ‘학습시간 줄이기’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전개해왔습니다. 우리는 이를 통해 모은 36168명의 서명과 함께, 학습시간을 줄이고 청소년들의 시간에 대한 권리를 보장받도록 하기 위한 입법을 청원하고자 합니다.
● 한국 청소년들의 학습시간은 세계에서 가장 긴 편에 속합니다. 2015년 발표된 통계청의 2014 생활시간조사에 따르면, 초중고등학생의 학습시간은 고등학생이 평일 평균 10시간 13분, 중학생은 평일 평균 8시간 41분, 초등학생은 평일 평균 6시간 49분에 이릅니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의 ‘2015 대한민국 초중고등학생 학습시간 및 부담에 관한 실태조사’ 결과를 살펴 보아도, 밤 10시 이후 하교하는 인문계고 학생이 41.3%이고 40.2%는 야간자율학습을 참여를 학교에서 강요받는다고 하는 등, 학생들은 심야와 휴일의 시간까지 강제적으로 학습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그 결과 학생들의 자유시간은 크게 부족하고 건강한 생활을 위해 필수적인 수면시간까지 보장받지 모하고 있습니다. 일반고 고교생의 72.8%가 쉬고 있을 때도 불안감과 초조감을 느낀다고 답했고, 절반 가량이 학습량과 내용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하여 심리적인 학습 부담 등도 심각하다고 나타났으며, 이는 초등학생까지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한국의 교육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했고 교육제도 속에서 고통 받는 청소년들의 삶에 관심을 기울여 왔습니다. 그러나 청소년들의 자유·여가시간의 문제는 교육개혁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이들에게도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것이 현실입니다. 정부의 교육정책은 사교육비 부담 감소나 사회각계각층, 특히 산업계나 여러 기관·단체의 요구 등에 따른 교육과정 개편에 초점을 맞춰왔지, 학생들의 학습부담 문제와 시간의 문제는 후순위였습니다. 이제 국가와 사회에 필요한 경쟁력을 길러내겠다며 청소년들을 인적 자원으로 보는 시선을 바꿔서 청소년들의 삶과 행복의 문제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청소년들도 우리 사회의 시민으로서 당연한 사람답게 행복하게 살 권리를 보장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소극적으로 수면시간 확보를 추구하는 것 이상으로 청소년들의 자유·여가시간을 적극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학습시간과 부담을 경감시킬 정책입니다.
● 이런 문제의식으로 아수나로는 5가지 핵심 요구사항을 정하여 학습시간 줄이기 운동을 했습니다. 이 5가지 요구는 ① 9시 등교! 3시 하교! 하루 6시간 학습! (하루 중 수업부담 감축, 수업시수 줄이기) ② 방학일수 늘리고 수업일수 줄이고! (수업일수 줄이기) ③ 보충, 야자, 학원 모두! 강제학습 금지! (사교육과 학교교육을 막론하고 학습 강요 근절) ④ 야간/주말/휴일엔 학생에게도 휴식을! (야간과 휴일의 휴식권 보장) ⑤ 과잉학습으로 몰아넣는 경쟁교육 개혁! (장시간 학습을 유발하는 환경 개선)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조치들을 통해서, OECD 국가의 평균적 학습시간(일주일 30~35시간) 수준에 맞춰서 정규 수업의 경우 9시 무렵 등교하여 늦어도 3시 무렵에는 하교할 수 있도록 하고, 여기에 과제나 원하는 추가 학습을 하여 하루에 약 6시간의 학습만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보충수업이나 학원은 원하는 학생들에 한해서 야간이 되기 이전까지만 시행되어야 하며, 야간과 주말에는 학교나 사교육에서 공식적인 학습은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결과 청소년들이 보장받게 될 자유시간은 건강을 위한 수면과 휴식, 그리고 취미생활이나 원하는 교육·사회 활동 등의 여가에 사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 지난 제20대 총선에서 원내정당 중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질의서에 대한 답변을 통해 학습시간 줄이기 운동의 문제의식에 많은 공감을 표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학습 강요를 규제할 필요성에 공감했고 수업일수 줄이기, 야간자율학습 법령 금지, 야간·주말 학원 영업 금지 등을 검토하겠다고 하는 등의 답변을 했고 과거 대선에서 학습시간 기준 제시 등을 공약했다고 확인해주었습니다. 정의당 역시 학습량 적정화를 달성할 수 있는 교육체제 개편을 지향한다고 밝혔고 심야 학원 영업 규제 등에 동의했습니다. 우리는 정당들이 이러한 자신들의 답변을 성실하게 지키기를 바라며, 답변을 하지 않은 정당들 역시 학습시간 줄이기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하기를 바랍니다.
● 우리가 국회에 요청하는 입법적 조치는 다음과 같습니다.
▲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하여 현재 시행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법정 수업일수 “190일 이상”을 “180일 이상 185일 이하”로 상한선도 명시하면서 축소시킬 것.
▲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하여 학교에서의 야간학습과 주말 중 자율보충학습을 금지할 것.
▲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하여 수업시수의 상한선을 명시하여 교육과정을 정할 때 주 30시간 이하의 수업만 배치할 수 있도록 제한할 것.
▲ 학원 관련 법을 개정하여 학생을 대상으로 한 입시 목적의 학원은 밤 8시 이후 야간 영업과 주말 영업을 금지시킬 것. (※ 이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교육시민단체들이 법을 통한 규제를 요구하고 있음.)
▲ 아동복지법에 아동의 의사에 반하여 장시간 학습을 강요하는 것을 아동학대의 한 유형으로 명시하여 처벌할 것.
▲ 청소년기본법 등에서 보장한 청소년의 여가 생활 보장을 위해 청소년 관련 공공시설과 예산이 실질적으로 증가하도록 할 것.
▲ 학습시간 및 학습부담 감소 기본법(가칭) 제정과 같은 방법을 통해, 적정한 학습시간 상한을 제시하고 과중한 학습의 유해성을 홍보·교육하며 정부가 학습시간 및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대책 수립을 의무화할 것.
▲ 그밖에 제정당 및 국회의원들이 다양한 논의를 통해 현명한 방법과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 아수나로는 본 입법 청원 제출 이후에도 과중한 학습시간과 학습부담을 줄이고 청소년들의 자유시간에 대한 권리, 쉴 권리 등을 보장 받을 수 있도록 계속해서 운동을 할 것입니다.
이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