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괴롭힘 피해 현장실습 노동자 자살, “책임 없다”는 고용업체

2016. 8. 29. 19:38소식

야한 동영상을 보낸 적이 있지만, 성희롱은 아니었으니 책임이 없다


  “양식파트. 하는 일 욕 먹기

 

  지난 여름, 노동자 C 씨가 친구와 카톡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남긴 말이다. C 씨는 군포의 한 특성화고를 다니다 지난해 12월 분당의 외식업체 () ‘토다이에 현장실습을 통해 취업했다. 그는 학교에서 인터넷쇼핑몰을 전공했고, 컴퓨터 분야 자격증이 여러 개 있었다. 그곳에서 그는 종일 수프를 끓이며 5개월간 하루 10시간가량 일했다. 40번 이상 조기출근을 강요당했고, 일하다 화상을 입었는데도 병원에 바로 갈 수 없었다. 일하는 동안 체중이 10kg 가까이 줄어 48kg이 되었다.

 

  C 씨는 일을 그만두고 입대하겠다고 결심하고 가족에게 말했다. 그러나, 다음날인 67일 그는 분당의 일터를 이탈해, 광주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C 씨 생전의 카톡 대화 기록으로 사내 괴롭힘이 있었음을 유추할 수 있었지만, 수사는 깊이 있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자살한 곳 근처에 회사 물류창고가 있다는 사실 역시 유가족들이 동료를 만나 인터뷰하고 출근기록부를 요구하는 등 자력으로 조사한 끝에 밝혀낸 것이었다.

 

  그러나 회사는 끝까지 책임을 부인했다. ‘개인적인 문제’, ‘가정 상의 문제’, ‘경제적 문제로 자살한 것이 아니냐며 유가족들에게 상처를 입혔다. 뒤늦게는 벌칙으로 일찍 출근하게 한 적은 있었지만, 회사 규정은 아니었으니 책임이 없다’, ‘꾸지람은 했지만, 폭행은 없어 책임이 없다’, ‘야한 동영상을 보낸 적이 있고 어깨와 엉덩이를 쳤지만, 성희롱은 아니었으니 책임이 없다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오히려 해당 외식업체의 매출 감소, 기업 이미지 훼손, 해당 매장 직원들의 명예 실추, 근무 의욕 상실 등 극심한 심리적 장애 및 재산상 손해를 입었다며, 사건을 처음 보도했던 한겨레에 반론을 실었다. ‘(고인이) 해당 외식업체에 요리사로 취업을 희망하여’, ‘처음부터 정규직으로 입사했고 유가족의 증언이 출퇴근 기록표와 다르다며 변명하기에 바빴다.

 



  "한 사람의 문제 아니다" 힘들어도 참고 일하라는 학교와 사회의 문제



△ 8/29(월) 오전 11시 분당경찰서 앞 기자회견 사진 (루블릿)



  이에 경기도 특성화고등학교 졸업생 사망사건 대책위’(이하 대책위)는 오늘(8/29) 분당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책위는 경기도 교육청과 학교 역시 이 안타까운 죽음에 분명한 책임이 있다, 특성화고 현장실습 노동자들의 노동 착취와 사내 괴롭힘을 방조하는 현장실습 제도를 비판했다. 실습노동자의 삶은 뒷전이고 취업률만 높이기 바쁜 현 제도가, C 씨가 전공과 상관없는 외식업체에 취업하고, 현장실습 협약서와는 다른 근로조건과 사내폭력에 시달려야 했던 이유라는 것이다.

 

  대책위는 (주) 토다이 및 관계자에 대한 고소를 접수했음과 오늘 7개 토다이 매장 앞에서 1인 시위를 할 것을 밝혔다. 수사 당국에는 철저한 수사를, () 토다이에는 성실한 사과와 C 씨의 죽음에 대한 책임 이행,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했다. 그로써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추모 행동과 토다이 분당점 앞 1인 시위를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루블릿 도움기자 / 밀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