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01 :: 입시에 매여있는 청소년의 삶

2015. 11. 10. 14:43Yosm Special

Special 01 


:: 입시에 매여있는 청소년의 삶




 청소년들의 삶은 입시에 매여있다. 입시에 매여있다는 것은 입시를 위해 하는 행동들이 스스로의 선택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일을 끊임없이 하게 만드는 동기는 협박이다. 청소년들은 학교와 가정, 사회로부터 높은 대학을 가지 않으면 루저가 된다는 협박을 듣는다. 인간다운 삶을 가능하게 하는 방법이 오직 높은 순위의 대학이나 기업에 들어가는 것 밖에 없다고 하는 말들은 청소년들에게 내면화된다.

 

 높은 순위의 대학에 들어가야 좋은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 교사와 학생에게 내면화된 순간, 현재의 모든 것은 그 좋은 삶을 위한 준비 단계가 된다. 취침 시간이나 신체적 활동 시간은 줄이지만, 더 오래 공부하는 데 필요한 집중력과 체력을 키우기 위해 최소한의 시간은 운동을 하고 잠을 잔다. 가끔 자유 시간을 허락할 때는 스트레스 관리를 효과적으로 해서 다시 공부에 집중할 수 있게하기 위해서다.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도, 외부에 문제가 있어도 모르는 체하는 것도 공부하는 데 흐트러지지 않기위해서다. 이처럼 내가 하는 모든 활동들이 다 입시를 위한 것이 되는데, 어떻게 그걸 주도적인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러다간 공부를 잘 하기 위해 숨쉬는 것까지 관리 받을 지경이다.

 


공부도 대학에서 원하는 대로

 


▲ 자신의 활동들이 '교과 외 활동 영역'이 되어 자기소개서를 쓰는 데 이용된다.


 하지만 그 공부라는 것도 입시에 맞춰 한없이 제한되어 있다. 자신의 발전을 위해 하는 공부가 내신 등급 올리기가 되고, 진로를 찾기 위해 하는 경험들은 스펙 쌓기가 된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든 아니든 수능 성적에서 수학 점수를 높게 쳐주면 수학 공부를 더 해야 하고, 대학이 보는 학생부에 좀 더 높은 수준으로 보이려고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이나 다윈의 종의 기원같은 어려운 책들을 꾸역꾸역 읽는다. 상이나 표창장을 주지 않는 행사에 참여하는 것은 학교에서 눈치를 주고, 글쓰기 교육을 제대로 하지도 않으면서 소논문을 쓰라고 하기도 한다.

 

 희망제작소에서 진행한 사람책 행사에 참여했던 한 학생은 "학생부에 들어가지도 않는 이런 행사에 가는 걸 학교에서 탐탁치 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몇 달 간 과제로 '논문 쓰기'에 시달렸던 한 학생은 "한 번도 써 본 적 없던 논문을 무조건 제출하라고 해서 당황스러웠다. 분량만 겨우 채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외부 활동을 할 수 있는 학생들은 학생부에 기록되는 활동이 중요시되는 수시 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들이다. 반면 정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수능을 준비하는 것 외에 다른 모든 활동들이 통제된다. 얼마 전 울산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수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고3학생들이 도서관에서 책을 대출하는 것이 학칙으로 금지되기도 했다.

 


입시에 모든 문화 생활과 인간 관계를 빼앗겨

 

 또한 청소년들의 삶이 입시에 매여있다는 뜻은, 입시 준비 외에 자신의 삶에서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걸 의미한다. 학교와 학원에서 입시 준비를 하며 대부분의 하루를 소비하는 청소년들은 여행을 하거나 취미 활동을 하려고 해도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없다. 80%가 넘는 인문계 학생들이 밤 10시까지 학교에서 야간자율학습을 하고, 학원 휴일 휴무제가 절실히 필요할만큼 주말과 휴일에도 학원을 다닌다


 인터넷 중독을 비난하지만, 낮에 놀 수 있는 시간이나 장소가 턱없이 부족하고, 야자가 끝난 늦은 밤 혼자 방에서 할 수 있는 다른 놀잇거리는 인터넷 외에 딱히 없다. 그렇다고 밤에 나가서 놀거나 외박을 하면 '불량청소년' 취급을 당한다.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좋아하는 가수 커버 뮤직비디오를 만들고, 메이크업 팁을 전수하는 것들은 그저 외국 청소년들의 SNS를 구경하는 것으로 대리만족 할 뿐이다.

 

 스케이트보드를 사거나 메이크업 용품을 사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려고 해도 시간이 나지 않는다.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주말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한 청소년은 "평소엔 학교 때문에 주말 밖에 아르바이트를 할 수 없는데 주휴수당을 안 쳐주는 곳이 많다. 너무 억울하다."고 말했다. 실제적으로 공부 외에 다른 활동들은 모두 주말에 할 수 밖에 없지만, 그것을 악용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다.

 

 항상 마주하는 사람들이 같은 학교나 학원을 다니는 사람들이니 형성할 수 있는 인간 관계도 좁다. 이런 상태에서 학교에서 집단따돌림이라도 당하게 된다면, 동급생들이 거의 인간관계의 전부이기 때문에 훨씬 더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수 밖에 없다.

 


청소년이 무슨 정치냐 공부나 해라

 

 다른 것에 대한 관심을 모두 버리고 입시에만 집중하도록 강요당하기 때문에 사회적 문제에 대해 청소년이 목소리를 낼 기회도 적다. 4.19 혁명이나 6.10 민주화운동에서 청소년들은 사회 문제 개혁에 앞장섰지만 지금은 사회 교과서에 나오는 '4.19 혁명의 전개 과정과 의의'를 암기해서 시험에 써먹는 것 외에 그 의미가 확장될 기회가 거의 없다.

 

 이번 청소년 국정화 교과서 반대 시위에 참여했던 한 학생은 주위 비청소년들로부터 "알지도 못하는 게 선동하지 마라", "집에 가서 공부나 해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들었다고 했다. 이러한 주변의 시선 때문에 쉽게 사회 문제에 나서는 청소년들도 적고, 청소년들이 주도한 사회적 모임은 비청소년들에 의한 것이라는 의심을 사거나 별 것 아닐 거라는 취급을 당한다. 그렇기 때문에 입시 위주의 삶에 문제를 제기하는 청소년들의 목소리는 공론화되기 힘들고 중요하다고 생각되지도 않는다. 청소년들이 선택하지도 않은 입시라는 굴레 때문에 다른 모든 행동들이 제약되는 꼴이다.



 ▲ 2009년 3월 14일, 명동에서 청소년들이 경쟁교육 반대 청소년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청소년과 구분 없이 쓰이는 '학생'이라는 용어는 '공부하는 사람'이 아닌 '입시를 준비하는 사람'이다. 3 학생이 만화 캐릭터를 그리고 있으면 "네가 지금 이럴 때니"라는 소리를 듣다가, 그 학생이 "게임디자인과 실기 준비하는데요" 라고 해야 용인되는 사회다. 어떤 이유로 학교를 그만두었다고 해도 결국엔 검정고시를 준비하지 않으면 이상하게 보는 사회다.

 

 청소년들은 오직 입시 준비를 해야 인정받고, 존재 가치를 허락받는다. 그러니 입시를 준비하지 않는 청소년에게 날아오는 비난의 화살은 얼마나 날카로울까? 이러한 차별로 수많은 청소년들이 입시가 아닌 길을 걷는 것에 대해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므로 실로, 청소년은 입시에 매여있는 존재다.

 


[치이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