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02 :: 폭력으로 얼룩진 선후배 관계, 선후배 사이의 권력구조 형성 탓

2015. 9. 30. 14:03Yosm Special

Special 02 

:: 폭력으로 얼룩진 선후배 관계, 선후배 사이의 권력구조 형성 탓





진주외고의 경우



 작년 4월 11일 밤, 진주외고에서 ‘선배’학생이 ‘후배’학생을 엎드려뻗쳐 시킨 뒤 배를 발로 걷어 차 후배 학생이 목숨을 잃는 사건이 일어났다. 그 ‘선배’는 학교 기숙사 자치위원회의 자치위원이었다. 경찰은 선배가 거짓말을 한 1학년 후배를 ‘지도’하는 과정에서 폭력이 일어나게 되었다고 밝혔다.


 사건이 일어나고 난 후 학부모들과 언론으로부터 기숙사 자치위원회에 대한 비난이 들끓었다. 하지만 비난의 방향은 ‘미성숙한 학생들이 같은 학생들을 지도하니까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쪽으로 기울었다. 비난의 영향으로 진주외고는 올해 기숙사 자치위원회를 폐지하고, 사감교사의 권한을 확대시키면서 사감교사에 의한 ‘학교폭력 예방교육’의 횟수를 늘렸다. 하지만 이것이 진정한 학교 폭력의 해결방안일까?


 진주외고의 기숙사 자치위원회는 13명의 자치위원 중에 자치위원장을 포함한 9명의 학생이 3학년 학생이었고, 나머지 4명이 각각 2학년 2명, 1학년 2명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지나치게 3학년 학생들한테 치우쳐 있는 자치위원회 구성은 나이가 많은 ‘선배’가 ‘후배’를 지도해야 한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였다. 그것마저 자치위원들은 이미 존재하는 학교 규칙을 학생들에게 적용시키는 것밖에 행하지 못했다. 그들이 학교 규칙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을지는 의문이다. 결국 학생들이 자신의 일을 스스로 결정하기 위한 학생 자치위원회의 원래 역할은 사라지고, 다른 학생들을 더 효과적으로 단속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자치위원’이라는 명목 아래 선배 학생들이 더 많은 권력을 갖게 된 것이 문제지만, 다른 학교들에서도 ‘선후배 관계’라는 권력 구조의 폐해는 꾸준하다. 선후배 폭력은 학생들 간의 갈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싸움과는 전혀 다르다. 후배가 학교 규칙을 지키지 않거나 예의를 차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교사가 할 법한 훈육을 선배들이 대신 하면서 정당화되기 때문이다. 다른 폭력들과 마찬가지로 “그러게 왜 선배한테 맞을 짓을 했어?”라는 반응이 되돌아오면서 역시 피해자를 탓하고 폭력이 반복되는 패턴이 반복된다.

 


'맞을 짓'이란 없다



                                  ▲ '사랑의 매'라는 이름으로 감추어지는 폭력들 (출처 : 옥션)



 그러한 ‘맞을 짓’은 어처구니없는 것들이 많다. 학교 규칙을 지키지 않는 것이 맞을 짓이라고 한다면 먼저 그 학교 규칙이 반인권적이지 않은가, 학생들의 의견은 반영되었는가를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만약 학교의 규칙을 어긴 게 문제라고 해도, 그것은 폭력의 핑계가 될 수 없다. 그 ‘선배’들은 자기와 같은 나이의 학생들이 교칙을 어기거나 예의를 차리지 않아서 폭력을 휘두르는 경우는 별로 없다. 결국 후배들에게만 폭력을 행사하는 이유는 후배들이 만만한 약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들보다 약한 사람에게만 ‘기강을 잡고, 버릇을 고치고, 한 수 가르쳐줄’수 있을 뿐 그들보다 강한 사람에게는 절대 그렇게 하지 못한다. ‘맞을 짓’이라는 것이 허울인 이유다.


 진주외고의 교장, 교감, 교사들은 학교 폭력이 일어난 후 학교폭력 전담기구에 신고도, 재발방지대책을 세우지도 않았고, 사건은 축소 보고되어 결국 징계위원회로부터 징계를 받았다. 학생들의 입을 닫게 하고, 사건을 방조한 데는 학교의 이미지 때문이었을 것이다. 경찰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하자 4건의 학교 폭력 사건이 추가로 적발되었다. 그동안 피해자 학생은 가해자 학생과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 끊임없이 정신적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이처럼 폭력을 숨기고 묵인하는 것은 ‘학교의 명예를 높이기 위해’ 행해지는 폐해다. 이는 결국 학교의 명예가 대학 진학률과 관련 있고, 그것이 교장의 명예나 신입생 유치와 이어지기 때문이다. 대학 진학률로만 학교가 평가받기에 학생들이 겪는 고통은 쉽게 무시된다.


 이처럼 선후배 폭력의 원인을 분석해보았을 때, 이를 단순히 사감 교사의 권한을 늘리는 것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 선배에게 위임했던 권력을 다시 교사에게로 돌린다는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책들은 학교 폭력이 교사와 학생, 또는 학생들 간의 위계에서 일어난다는 것을 외면한 결과다. 폭력은 권력 관계 속에서 쉽게 일어난다. 학생들 간에 선후배와 같은 서열을 조성하는 장치들을 제거하려는 노력이 더 필요할 것이다.



[치이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