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 저항하자, 사랑하자, 우리의 레볼루션

2015. 8. 5. 12:57소식

소식

:: 저항하자, 사랑하자, 우리의 레볼루션

6월 말 서울광장에서 퀴어퍼레이드와 혐오 집회 열려


사진 : ⓒ 김도균(Moolrin)



 지난 6월 28일, 서울 시청광장에서 16회 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이하 퀴퍼)가 열렸다. 퀴어문화축제는 2000년부터 매년 5~6월에 서울에서, 성소수자의 존재를 알리고 성소수자 역시 사회의 구성원이자 주체임을 상기시키기 위해 열린다. 비슷한 시기에 대구에서도 퀴퍼가 열린다.


 퀴어문화축제의 올해 슬로건은 “저항하자, 사랑하자, 퀴어레볼루션”이다. 저항을 뜻하는 ‘옴’ 기호(Ω)를 하트모양으로 변형한 로고에서도 알 수 있듯 ‘저항’이 키워드다. 작년과 올해 유난히 혐오세력의 방해와 간섭이 많았다. 혐오 세력의 요청을 받은 남대문경찰서와 서울지방경찰청이 퀴퍼 준비 측에 거리행진 금지를 통보하기도 했다. 퀴퍼 당일에도 혐오 세력이 광장 한편에서 북춤과 발레를 추고 태극기와 십자가깃발을 흔들며 반대 집회를 열었다.



“청소년을 동성애로부터 지켜주세요!” 청소년 성소수자 : “엥?”


 성소수자가 여전히 교정되어야 할 대상으로 차별 받고 청소년은 아직 스스로 생각할 줄 모른다는 편견을 겪는 사회에서 청소년 성소수자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네가 아직 어려서 동성이 좋은지 이성이 좋은지 판단을 못하는 거야’, ‘어린애가 벌써부터 그렇게 야하니?’ 청소년 성소수자 ㅎ 씨가 주변 비청소년들로부터 들은 말이다. 퀴어퍼레이드 반대 집회의 피켓 문구 중에는 이런 것도 있었다. “청소년을 동성애로부터 지켜주세요!” 청소년을 스스로 정체성을 가질 수 없는 미성숙하고 무성적인 존재로, 성소수자의 사랑을 성적 쾌락만 추구하는 잘못된 행위로 단정하는 혐오 세력의 단골 논리다.


 하지만 성숙은 단지 나이를 더 먹음으로써 이뤄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다양성에 대한 이해와 타인에 대한 존중도 ‘성숙’의 중요한 요소다. 그렇다면 성소수자를 혐오하고 청소년을 존중하지 않는 비청소년보다는 다양한 성정체성을 이해하며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고 성정체성을 결정한 청소년 성소수자가 훨씬 성숙한 거 아닐까. 청소년 역시 성욕을 가질 수 있는 성적 주체이며, 성소수자의 사랑도 비성소수자의 사랑처럼 성적 쾌락과 함께 다른 여러 요소들이 함께 있는 것이 당연하다.


변화는 계속된다. 막강무적 레볼루션!


 살벌한 혐오에 둘러싸여도 축제는 계속되었다. ㅎ 씨는 퀴퍼가 끝난 후의 소감도 이야기했다.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면서 즐겁게 걸었다. 혐오세력에게도 인사를 하면서. 한 남성이 차도에서 피켓을 들고 ‘동성애 하면 에이즈 걸려! 지옥 가!’하고 소리치는데 옆에 있던 레즈비언 분들이 ‘저희는 에이즈 안 걸리는데요?’, ‘아저씨 거기 있으면 천국 가요 천국!’하고 받아쳤다. 너무 좋다. 또 ‘나는 지옥이나 가야 쓰겄네’하고 내가 중얼거리자 옆에 있던 게이 분이 빵 터졌다. 그런 것들이 기억에 남는다. 즐거운 모습들이.” 즐거움으로 한탄을 이기고, 사랑으로 혐오를 이긴다. 막강무적 레볼루션이다. 하지만 성소수자 만의 혁명은 아니다. 있는 그대로 지금 이대로 존중받지 못하는 이들이 모여 내가 지금 여기 있다고 외치는, ‘그들’의 레볼루션이 아닌 ‘우리’의 레볼루션이다.


 올해 퀴퍼는 끝났지만, 우리의 레볼루션은 계속된다. 퀴퍼에 참여했던 여러 단체 중 하나인,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청소년인권팀의 활동가 씨엘은 앞으로의 활동계획을 이렇게 밝혔다. “청소년 성소수자는 성소수자 중에서도 소수자이고, 가정탄압 때문에 서로 만나서 교류하기 힘들다. 우리 팀에서는 청소년 성소수자들과 소통하기 위한 뮤직콘서트를 기획하고 있다. 우리가 겪었던 이야기들을 나누고 서로 공감하며 힘을 주자는 의도다.” 모든 사람이 태어난 그대로 지금 이대로 서로 존중하고 존중받는 것, 당연한 ‘자연의 순리’는 지금도 이루어지는 중이다. 


[밀루, 히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