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01 :: 에어컨도 못 트는 학교의 주인?

2015. 8. 5. 11:32Yosm Special

Special 01 

:: 에어컨도 못 트는 학교의 주인?




 “휴교령 내려주세요”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로 떠들썩했던 지난달 경기도교육청의 학생게시판과 학부모게시판을 가득 채운 말이다. 하지만 언론은 학부모들의 휴교 요청만을 보도했다. 학생이 올린 수십 개의 휴교 요청 글을 취재하고 보도한 기사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휴업과 동시에 붐비는 학생 고객으로 PC방이 호황을 누린다는 주제의 기사들만이 유일하게 학생들을 직접 취재해서 쓴 기사였다. 그마저도 청소년의 놀 공간이 부족함 보다는, 맞벌이 부모가 자녀를 학교 등의 시설에 맡기지 못해 느끼는 불안함을 주로 지적했다.



에어컨도 못 틀고 다닐 날도 못 정하는데 학교의 주인?



  ▲ 교실에 있는 에어컨은 학생들이 켤 수 없다. 



 학생이 주인이 되어야 할 학교에서도 학생의 입장을 무시하는 일이 숱하게 일어난다. 교실의 에어컨을 틀고 끄는 일만 해도 그렇다. “학교가 중앙냉난방을 한다. 학생들이 더울 때는 (에어컨을) 못 틀고, 선생님이 행정실에 틀어달라고 이야기해야 틀어준다.” 광주여상고 3학년 학생의 말이다. 대다수의 학교는 교실에서 종일 더위를 참아내야 하는 당사자가 아닌, 동떨어진 공간에서 행정 업무를 보는 사람들이 모든 교실의 냉방을 통제하는 중앙냉난방시스템을 사용한다. 그 중 상당수는 학생이 직접 요청할 때가 아닌 교사가 요구하는 연락을 했을 때에야 냉방을 가동하는 방식이다.


 냉난방은 물론 폭염과 장마, 태풍 등 날씨로 인한 휴교·휴업 역시 학생의 의견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결정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휴교와 휴업은 결정권한과 방학일수에 미치는 영향에서 차이가 있다. 휴교는 교육부에서 결정하며 수업일수가 줄어도 방학일수를 줄여 충당하지 않는다. 휴업은 임시휴교라고도 불리며 교장이 결정할 수 있고, 수업일수가 줄어든 만큼 방학일수를 줄여 충당한다. 또 휴업 시에 학생들은 학교에 나오지 않지만 교사들은 나와서 행정업무를 봐야한다. 휴교 시에는 교사들도 쉰다. 둘의 공통점은 학생에게는 결정에 참여할 권한이 없다는 것, 그래서 교육부 인사들과 교장이 좋은 결정을 내려주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함정에 걸렸습니다! 40일 여름방학은 쎄굿빠...


 줄어든 방학과 늦어진 하교시간에 학생들은 합의한 적이 없다. 2012년, 학교에 주 5일제가 시행되면서 원래의 번갈아가면서 토요일에 쉬는 ‘놀토제’가 사라지고 모든 토요일이 휴일이 되었다. 그와 함께 연간 수업일수는 205일에서 190일로 줄었지만 수업시수는 줄지 않았다. 또 학교마다 늘릴 수 있는 재량 수업일이 16일에서 20일로 늘었다. 때문에 하교시간은 늦춰지고 방학도 줄었다. 정부는 결정 근거로 OECD국가 수업일수 평균(고등학교 기준 183일)을 들었지만 재량 수업일을 제외하고도 한국의 수업일수가 더 길다.


 그 결과 학생들은 ‘불금’을 얻고 더 많은 시간을 잃었다. 하교시간이 늦어져 하루 중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고, 방학이 줄어 학교를 가야 하는 날도 늘었다. 주 5일제는 요란한 빈수레, 아니 함정이었다. 주 5일제를 시행하면서 적절한 수업일수와 방학일수는 며칠인지, 또 부담이 되지 않는 수업량은 어느 정도인지, 정부가 학생들과 함께 논의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지금도 학생들은 방학이 너무 짧다고 불만을 느끼더라도 어디에 말할 수도 없는 처지다.



주인이다 말만 말고 참여권을 보장하라


 방학일수 및 시기와 휴교·휴업 결정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은 학교를 다니는 당사자인 학생이다. 푹푹 찌는 날이나 비바람이 세차게 부는 날, 학교에 나갈지 아니면 쉬고 놀지가 갈린다. 하지만 이번 메르스 휴업의 예에서 볼 수 있듯 학생의 의견은 수용되기는커녕 알려지지도 않고 묵살되는 경우가 많다. 청소년을 집단의 결정에 같이 참여할 주체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에어컨을 틀지 말지, 등하교 일정이나 학교를 언제 쉴지조차도 관여하지 못하는데 ‘학교의 주인’이란 웬 말인가. 청소년이 ‘미래의 글로벌리더’가 아니라, 바로 지금 사회와 학교의 구성원으로 대우받는 날은 언제나 올까.


[밀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