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의 눈으로 :: 한국 교육에 필요한 건 사과와 반성
2015. 5. 27. 21:21ㆍ칼럼-청소년의 눈으로
청소년의 눈으로
:: 한국 교육에 필요한 건 사과와 반성
▲ 5월 19일 세계교육포럼 현장 앞에서 청소년단체, 교육시민단체 등이 비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5월 넷째 주 인천 송도에서 열리는 세계교육포럼이라는 국제 행사가 있다. 포럼의 특별 세션에서는 한국의 교육을 통한 발전 경험을 소개한다고 한다. 나는 인터넷을 통해 이 소식을 접하고 당황스러웠다. 만약 한국 정부가 세계교육포럼에서 한국 교육을 자랑한다면, 얼굴에 철면피라도 깔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 교육, 그러니까 내가 겪고 있는 이것이 과연 세계에 당당하게 소개할 만한 것인가?
나의 학교 일과는 등굣길 교문지도, 두발과 복장을 검사당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두발규제는 구한말부터 이어온 우리 교육의 '명물'이다. 내가 다니는 학교는 앞머리 5cm, 윗머리 4cm, 그 외 1cm, 이런 아주 짧은 스포츠머리를 강요하고 있다. 교사에게 이건 일본제국주의의 잔재고 개성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라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던 적이 있다. 교사는 그에 대한 답변은 없이 "규칙이니까 지켜" "악법도 법이다" 이런 소리나 해댔다. "인권침해면 국가인권위가 벌써 못하게 했겠지" 이런 무식한 소리도 들어봤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미 두발규제가 인권침해라고 지적했었는데 말이다. 참으로 답답할 따름이었다.
두발복장에 대한 단속은 바로 체벌로 이어진다. 체벌은 법으론 금지돼 있다지만, 학교에선 일상이다. 교문지도 때 걸리면 '앉았다 일어났다' 100번, 혹은 '오리걸음'으로 운동장 한 바퀴를 돌아야 한다. 나는 머리를 제때 자르지 않았단 이유로 '엎드려뻗쳐'를 하고 하키채로 엉덩이를 맞았다. 머리를 자르지 않았다고 이런 수치와 고통을 당해야 하나? 어떤 이유이든 체벌은 엄연한 폭력이다. 아직도 교사들은 학생들을 인간으로 보지 못하는 듯하다. 수업시간에 자는 것, 숙제를 안 해온 것, 머리가 긴 것, 학교규정상의 조끼를 더워서 입지 않은 것. 이런 것들이 윤리적으로 뭐 그리 크나큰 잘못이길래 '구타'와 '고문'을 가하는 걸까? 난 우리 학교에서 매일 같이 벌어지는 체벌 풍경을 볼 때면 구역질나게 혐오스럽다.
수업에 참여해보면 정말이지 한국 교육이란 입시를 위한 것일 뿐이다. 수업은 학생들의 발전과 창의성을 위한 것이 아니다. 그냥 시험을 보기 위한 지식을 외우게 한다. 수능, 대학입시를 위해 다수의 고등학생들은 밤 9시, 10시까지 학교에 남아 공부를 한다. 진짜 먹고 자는 생리적인 활동과 공부밖에 하지 않는 학생들도 많다. 이렇게 학생들을 쥐어짜는 이유는 경쟁이다. 한국 교육은 더불어 사는 법을 가르치지 않고, 옆에 있는 친구를 누르고 올라 성공하는 것이 진리이자 공부의 목표라고 가르친다.
내가 학교에서 보는 것만 해도 이토록 학생들을 인간적으로 대우하지 않는데, 청소년 사망 원인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게 자살인 것, 청소년 행복도가 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인 것은 당연한 일이다. 세계교육포럼에서 이런 현실은 가린 채 소개되어 한국 교육이 혹시나 다른 나라의 모델이 될까 걱정스럽다. 한국의 경제 발전이 학생들을 쥐어짜는 교육을 통해 이루어진 건지도 의문이지만, 경제 발전만 된다면 학생들의 행복과 인권은 신경 안 써도 되는 건 아니다. 한국 교육은 절대 모범 사례나 모델이 되어선 안 된다. 한국 정부가 세계교육포럼에서 발표해야 할 것은 바로 한국 학생들에 대한 사과와 진솔한 반성일 것이다.
[찡찡이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대전지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