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 운동을 하는 탈학교청소년입니다”

2019.10.03 14:47인터뷰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 운동을 하는 탈학교청소년입니다”


-사진: 지혜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지혜이고, 경남에서 조례만드는청소년 활동을 하고 있다.



탈학교를 하셨다고 들었는데, 언제부터였나요?


학교를 자퇴하고 싶다고 생각한 건 중학교 때부터였다. 중학교에서 인간관계가 힘들었고, 학교 시스템이 나한테 맞지 않아서 자퇴하려고 했는데 실패했다. 그래도 겨우 적응하면서 졸업했다.

고등학교를 들어갔는데 다시 적응하려니 너무 힘들었다. 특성화 고등학교였는데, 그러다보니 학생들을 기계처럼 굴리려는 경향이 강했다. 선생님들도 직업에 귀천이 있다는 의식이 강했다.

2018년 4월에 자퇴했다. 조례운동을 하기 전이었다. 자퇴한다고 하니까 사람들이 거창한 이유나 계획을 물어보고, 그런 게 있어야 한다고 했는데 단 하나의 이유도 대지 않았다. 그냥 학교에 다니기 싫다는 이유로 꾸준히 등교 거부를 했고, 퇴학당하기 전에 자퇴했다.



중학교에서는 어떤 일들이 있었나요?


중학교 때는 일단 초등학교와 분위기가 달랐다.

1학년 때 반가(반 주제가)를 만들었다. 반가 만드는 대회가 매년 있었는데, 그 반가 가사에 “3반에 가면 머리를 묶으세요. 선생님이 머리를 자르니까”였다. 정말로 선생님이 가위를 들고 다니면서 머리를 자르라고 협박했다. 나는 실제로 머리가 긴 편이었는데 매일 꾸중을 들었다.

그것 말고도 학교가 지옥 같았다. 나는 매일 늦잠을 자서 지각을 자주 했는데 지각비를 계속 내야 했다. 그리고 한 반에 알지도 못하는 사람 30명을 몰아넣고 그들과 모두 친해져야 한다는 게 힘들었다. 그리고 2학년 때 선생님이 정말 싫었다. 내가 친구가 없는 걸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옆 반의 조금 친한 친구한테 가서 지혜가 무슨 문제 있는 애냐고, 부모가 이혼했거나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냐고 물어봤다고 한다. 나를 되게 안타까워했고, 수업 시간에 치켜세워주거나 했다. 그럴 때마다 학교가 싫어졌다.



탈학교를 실행하게 된 데에 청소년인권의 영향이 있나요?


영향이 컸다. 중학교 때까지는 자퇴하려면 큰 계획이 있어야 할 것 같았고, 자퇴해도 큰일을 한 위인을 따라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자퇴를 하고 싶어도 왜 학교에 다닐 수 없는지 설명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그냥 아침에 일어나기 싫고 친구랑 어울리기 힘들다는 이유였는데, 부모는 다른 애들도 다 그런다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청소년인권을 알고 나서 그런 이유를 설명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학교에 가기 싫으면 가지 않아도 된다는 확신을 얻게 되었다. 그래서 부모와 싸울 때도 언어가 생겼고, 당당하게 등교 거부를 할 수 있었다.



청소년운동 안팎에서 지혜 님은 어떤 사람으로 비치나요?


조례 운동 후반에는 탈학교청소년이 나밖에 없었다. 그래도 두드러지지는 않았다. 청소년인데도 평일에 하는 기자회견이나 회의에 참여할 수 있고, 거의 모든 일정에 참여할 수 있었다.

청소년이라고 하면 다들 학교 안 청소년을 생각하는데, 그래서 내가 청소년도 비청소년도 아닌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한번은 기자회견에서 기자가 학생인권조례에 대해 인터뷰할 사람을 찾고 있었는데, 어떤 사람이 지혜 대표님은 어떠냐고 했다. 그때 나는 머리가 노란색이고 옷도 휘황찬란했다. 그 기자가 나를 딱 쳐다봤는데, 좀 더 대표성 있는 사람은 없냐고 물었다. 내가 너무 청소년으로 보이지 않고, 그렇다고 전문가처럼 보이지도 않으니까.

청소년운동 안에서는 그냥 비청소년 활동가 같았다. 나쁜 건 아닌데 이상한 기분이었다. 예를 들면 학교 안 청소년이 있는 자리에서는 학생을 좀 더 찾는다.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내용은 학생이 얘기하기 좀 더 적합하니까. 나도 기억이 잘 안 나고. 그런데 그 사람들이 참여하기 어려운 자리에서는 내가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내 정체성은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탈학교 청소년으로서 어떤 마음으로 조례 운동을 하고 계신가요?


학교를 그만두면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이 청소년운동이었다. 그래서 학교를 그만두고 청소년운동 관련 토론회나 기자회견, 집회에도 많이 갔다. 등교 거부를 할 때도 청소년운동을 하러 갔다. 청소년운동이라는 유례없고 싸가지 없는 운동을 하는 게 너무 좋았다. 그렇게 운동을 하다가, 교육감이 학생인권조례를 발의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맞아, 학생인권조례 지금까지 왜 없었지’ 하는 생각을 했다.

조례 운동을 하는 사람 중에는 학교를 그만두다 보니 조례가 자신과 멀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나는 학생인권조례가 나와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은 받지 않았다. 학교가 너무 싫어서 나온 거니까 학생인권조례를 만드는 것에 마음이 갔다. 그리고 학생인권조례가 만들어지면 자퇴를 하기도 더 쉽지 않았을까?



비청소년이 되어서도 청소년운동을 하실 것 같나요?


사실 지금 청소년운동을 쉬고 있다. 그런데 만약 비청소년이 된다고 해도 경계가 생길 것 같지는 않다. 내가 한 달 후에 뭘 할지도 모르는데, 2년 후에 뭘 할지는 잘 모르겠다.



탈학교를 하면서 제일 하고팠던 게 운동이라 하셨는데, 또 다른 게 있었나요?


학교를 안 다니는 게 하고 싶었다. 오토바이 면허를 따고 싶었는데 가르쳐 줄 사람도 없고 돈도 없어서 배우지 못했다. 학원에 다니고 싶었는데 창원에 원동기 면허를 배울 수 있는 곳이 없다. 그것 말고는… 그냥 자퇴를 가장 하고 싶었다. 하고 싶은 건 자퇴뿐.

(자퇴 이후에는) 헤나를 하고 싶어졌다.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어려운 것 같기는 한데.

학교 다닐 때도 방학이 되면 13시간쯤 잤다. 그래서 학교를 그만두고 나서는 방학이 계속 이어지는 것 같았다. 삶 자체가 실감이 안 났다. 학교에 돌아가는 꿈을 정말 많이 꿨다. 학교를 그만두고 1년 동안 정말 바쁘게 살았다. 불러주는 데에 다 가고. 그래도 활동은 제가 정말 하고 싶어서 한 것이다.


- 정다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