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청소년에게 급식이란

2019.03.28 23:27인터뷰

비건 청소년에게 급식이란

 

 

 

학교 안에서 청소년은 건강할 수 있을까? 학교에 다니는 청소년(이하 ‘학생청소년’)은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며 적게는 한 끼, 많게는 세 끼까지 급식을 먹는다. 따라서 학생청소년이 건강하려면 급식이 건강해야 한다. 그렇다면 과연 급식은 건강할까? 비건1) 청소년인 귀홍님은 급식이 비건과 논비건 모두에게 폭력이라고 말한다. 요즘것들팀에서는 비건 청소년이 느끼는 급식의 폭력성과 건강한 급식에 대한 생각을 알아보기 위해 귀홍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아수나로 창원지부에서 활동하고 있고, 지금은 ‘조례만드는청소년’에서 경남학생인권조례운동을 하고 있는 귀홍이다. 비건을 지향하고 있다.

 

 

비건이라고 하셨는데, 비건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작년 여름에 학교 도서관을 돌아다니는데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라는 책이 꽂혀 있었다. 표지가 흥미로워 보여서 읽기 시작했는데, 공장식 축산에 대해 자세하고 깊게 현장에서 기록한 책이더라. 책을 읽고 나서 그날 하루 동안 먹은 식단을 생각해봤는데, 하루 세끼 동물이 빠지는 식사가 없었다. 이건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다음날부터 당장 락토 오보2) 단계의 채식을 시작했다. 그런데 락토 오보로 식생활을 정체화하면서 지내다 보니, 비건을 지향하지 않고 채식을 시작한 이유에 대해 더 깊은 고민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나는 완벽하지는 못하더라도 비건이라고 정체화를 하고, 비건이라고 말을 하고 다니며, 비건 지향을 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학교를 다니면서 비건을 하기 힘들었던 적이 있으신가요?

 

급식 중에서도 점심은 무조건 돈을 내고 먹어야 한다. 그래서 반찬은 도시락을 싸 가고 급식으로는 쌀밥만 받아서 점심을 먹었다. 그런데 사실 비건한테는 급식소 안에 앉아 있는 것 자체가 엄청 고역이다. 눈앞에 있는 다른 친구들이 모두 동물을 먹고 있는데, 동물 시체가 들어간 음식 냄새와 육식이 벌어지는 공간 안에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었다.

 

그래도 이 모든 건 참으려고 하면 참을 수 있었다. 하지만 문득 내가 차별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친구들은 학교가 하루 두 끼를 꼬박꼬박 챙겨주는데, 나한테는 그러지 않는다는 생각. 이런 게 나를 제일 힘들게 한 것 같다. 그리고 무언가를 먹는다는 건 사람의 인생과 큰 연관이 있는 동시에 굉장히 정치적인 행위다. 예시로, 소가 먹을 식량으로써 곡물을 사용하기 위해 경제국이 아프리카 국가의 넓은 땅을 사들이는 랜드 그립(land gripping) 현상은, 해당 국가 국민들의 식량 주권을 해친다는 측면에서 정치적 행위로 해석된다. 그런데 학교가 학생들이 먹는 것을 통제하고 폭력적으로 굴지 않나, 비건 청소년에게는 급식 또한 학교의 폭력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비건이 아닌 학생들에게도 급식이 폭력적인 부분이 있을까요?

 

일단 초등학교 때부터 우유 급식이란 걸 하지 않나. 초등학교 때 우유 급식을 하면, 주변에 유당불내증으로 우유를 먹고 난 뒤 힘들어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그런데 먹기를 거부하는 청소년에게도 무조건 우유를 먹게 한다.

 

그리고 급식에는 정말 육식이 만연한데, 나는 비건을 지향하기 전까지 식탁에 올라오는 ‘고기’가 동물이라는 걸 인지하지 못했다. 급식이 우리가 먹는 ‘고기’가 생명이었고 동물이었다는 사실을 지운다고 느꼈다. 정작 학교는 동물 학대가 잘못된 것이라 가르친다. 육식이 바로 동물 학대인데! 급식에 나오는 돼지, 닭, 소는 음식이고 고양이, 개는 가족 또는 친구이고… 이게 종차별이 아니면 뭔가. 급식은 종차별이고, 차별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그리고 비인간동물에게 행해지는 종차별이 인간 사이에도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종차별, 성차별, 성적(成績) 차별… 차별을 합리화할 때 “원래 그런 거야!”라고 말한다는 점에서 굉장히 유사하다.

 

 

급식 뿐만 아니라 학교 안에서 비건 청소년들을 위해 바뀌었으면 하는 것이 있나요?

 

일단 가장 기본적으로 비건 급식을 지원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현재 비인간동물들이 어떻게 착취당하고 있는지, 생활 속에서 어떻게 비건을 실천할 수 있는지 알려줬으면 좋겠다.

 

 

지금의 학교는 괜찮은 곳일까?

 

당연히 아니라고 본다. 나는 내가 운이 좋은 비건 청소년이라고 생각한다. 부모님이 아침에 도시락 싸는 것도 도와주고, 인터넷에서 채식 음식을 사는 것도 도와준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은 비건 청소년들도 많다. 학교에서 비건 청소년으로 살기 위해서는 가족의 지지가 필요하지만, 그렇지 못해 비육식을 포기하는 친구도 있었다. 나는 학생들의 요구를 들으려고 노력하고, 생각이 다르다면 얘기하고 토론하려고 하는 게 건강한 학교라고 생각한다. ‘이런 청소년도 우리 학교에 있었네?’ 하면서 그 청소년의 요구를 듣고 얘기하고, 그런 게 건강한 학교인 것 같다.

 

 

- 권리모 기자

 

 

1) 비건(vegan): 식습관에 그치지 않고 동물을 착취하는 제품 사용도 피하는 보다 적극적인 개념을 뜻할 수도 있다. 비거니즘에 동의해 동물성 제품 섭취 또는 사용을 피하는 사람을 비건이라 한다.

2) 락토 오보(lacto-ovo): 동물성 음식 중 계란과 우유만 섭취하는 식습관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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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혀2019.04.12 22:28

    개인의 신념으로 비건을 선택하는 것은 전혀 문제없지만 '학교가 나를 차별한다' '급식은 종차별이고 차별하는 방식을 가르친다' 등 부적절하고 강한 워딩 때문에 반감을 갖게 하네요. 어릴 때는 식물성 단백질만 섭취해서는 제대로 된 성장을 하기 어렵기 때문에 당연히 학교에서는 고기까지 포함한 식사를 제공해야 합니다. 또한 부족한 영양을 채울 수 있는 대안도 없고, 그에 대한 비용처리를 어떻게 할지도 생각지 않고, 따로 준비하기 위해 들어갈 수많은 사람들의 노동도 고려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신념을 위해 비건만을 위한 식사를 따로 요구하는 것이 불합리하고 이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어린 나이일텐데 신념을 가졌으면 그에 맞는 성숙한 태도까지 갖췄으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