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남경의 체벌거부선언

2018. 12. 7. 16:40특별 연재/체벌거부선언



학창시절에 물었습니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거쳐오면서 해소되지 않는 의문을 말했습니다. 왜 머리를 잘라야 하는가? 왜 교복에 겉옷을 걸쳐 입으면 안 되는가? 왜 학생은 정해진 층의 화장실만 써야 하는가? 그리고 왜 그걸 어기면 학생은 인신공격적인 말을 들어야 하는가? 왜 문제를 틀리면 틀린 만큼 회초리로 맞거나 학습에 도움도 되지  않는 문구를 종이 앞뒤가 꽉 차도록 채워 써야 하는가? 왜 한 학생의 잘못으로 다른 학생들까지 체벌의 대상으로 삼는가? 항상 물어보았습니다.


많은 이유로 교사들은 학생들을 억압하였습니다. 학생이 말썽을 일으키기 때문에, 라고 하지만 다양했습니다. 시험을 못 보았기 때문에, 머리 모양이나 옷차림이 아주 조금 달랐기 때문에, 수업 시간에 다른 과목을 공부했기 때문에, 인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청소 시간에 청소를 다 마치고 춤을 추었기 때문에, 심지어는 학교폭력을 방조하고 피해자를 나무라기 위해서 같은 불합리한 이유로 체벌을 하였습니다. 어떤 부조리한 이유라도 교정에 선 어른이 회초리를 들면 그것은 정의가 되고 불문율이 되었습니다. 의문을 가지는 학생들을 자연스레 까진 애, 노는 애, 문제아, 반의 걸림돌 등으로 낙인찍도록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연대책임을 물어서 처벌받는 학생을 학생들조차 미워하게 만들었습니다.


어른들은 교사라는 이름을 내걸고 학생들에게 폭력을 가르치고 물려주었습니다. 그것을 내재화한 아이들은 생각하는 법을 잊어버리기로 했습니다. 아무도 '다시는 안 해야지' 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누군가는 '맞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했고, 누군가는 무서워서 침묵하고 방조했고, 누군가는 같은 학생을 미워하고, 그 와중에도 아무도 근본적인 게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방법을 잊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자신은 또다른 피해자가 되거나, 혹은 문제요소가 되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그래도 교사의 폭력을 당한 학생들이 고발을 하거나 조직적인 운동을 하는 등, 조금 숨통이 트인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른들의 정서를 물려받아 다시 어른이 된 그 시절의 학생들, 그 중 누군가는 말하겠지요. 어른이 되면 다 마음대로 할 수 있는데 왜 설치냐고. 왜 일을 사서 만드냐고. '내 때는 그랬다'를 당연한 것처럼 말하면서 체벌하는 자신들을 돌아보지 않는 교사들이 물려준 건, 교과과정의 내용을 제외하면 그런 악습 뿐이겠지요.


누군가는 교칙이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간혹 묻는 것만으로도 불근신하다고 여겨질 때조차 있었습니다. 말대답한다는 소리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자신들조차도 '규칙이 그래서' 이상의 대답을 하지 못하는 것을 이유로 신체적, 언어적 폭력을 휘두르는 것이 이상하지는 않나요? 그것이 한 번도 폭력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나요? 학생에게 가르치기 위해서 교정에 서는 것인지, 학생을 좌지우지하는 권력에 취해 있을 뿐인지 한 번이라도 생각해본 적 있나요? 적어도 자신들의 학창시절이 힘들었다면, 자신의 피해사실을 과시하면서 너희 때는 나은 거라면서 폭력을 물려주기보다, 자신들처럼 힘든 일을 후세대가 겪지 않도록 할 수는 없나요?


저는 청소년을 졸업하고 의무교육을 졸업한 지금도 계속 물을 겁니다. 다음 세대를 학생으로 지낼 청소년들이 꾸준히 의문을 가질 수 있고, 전혀 당연하지 않은 것을 의심했다는 이유로 폭력을 당하지 않도록. 교사 여러분, 청소년을 바라보는 성인 여러분, 부디 돌아보고, 질문해 주세요. 적어도 자신이 이상하게 느끼는 것이 있다면 한번 멈춰서 주세요. 옛날엔 다 그랬다고 말하기 전에, 옛날에 자신이 당한 것이 고통스러운 일임을 상기해주세요. 학생을 괴롭게 하는 일에 말로만 마음아파하면서 잘 되라고 하는 거라 합리화하지 말아주세요. 학생이 생각을 하는 주체라는 것을 인지해주세요. 다시는 불합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두 번 다시 학교를 악몽으로 기억하며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생기지 않도록.


- 황남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