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르트의 체벌거부선언

2018. 12. 7. 16:08특별 연재/체벌거부선언



아빠는 나를 많이 때렸다. 경찰에 신고할 정도라고 생각되진 않았지만 ‘아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는데?’라는 생각은 자주 들었다. 일상적인 폭력에 시달리던 나의 기억은 무엇보다 화나 있었다. 부모가 하던 체벌 중 제일 싫었던 건 무릎을 꿇린 것이다. 무엇보다도 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 무너지는 일처럼 느껴졌다. 맞는 건 내가 잘못했다 생각하지 않아도 맞는 것이지만 무릎을 꿇는 일은 이 모든 일이 내 잘못처럼 여겨지게끔 만들었고 나로 하여금 내 부모의 밑에 있는, 인간이 아닌 그들의 소유물처럼 느껴지도록 만들었다. 체벌은 이렇게 한 사람의 존엄성에 상처를 남기는 일이다. 나는 그 많은 순간들에 내가 당했던 모든 폭력을 기억하고 있고, 앞으로도 기억하려 한다. 그들이 다시 내게 폭력을 행사하게끔 두지 않으려, 내 주변에서 누군가가 체벌을 당했을 때 방관하지 않으려, 나 또한 내 안의 폭력을 경계하며 사람 하나하나를 존중하기 위해 기억하려 한다. 나 또한 어릴 적 나보다 어린 사람들에게 쉽게 권위적이고 폭력적인 사람이 되었다. 무시당하기 싫어서인지, 아니면 그냥 내가 폭력적인 사람이었을지 모르겠다. 다만 중요한 건 내가 했던 폭력적인 행위들은 그날 있었던 일이라는 것이다. 내 행위들과 내가 체벌당했던 과거를 기억하며 처음에는 당연히 ‘체벌은 안되는 거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체벌을 거부한다는 건 내 생각보다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 나보다 어린 사람을, 나와 소통이 잘 안될 때 내가 그를 존중한다는 건 정말 꾸준한 노력과 고민이 동반되어야 하는 일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조금씩이라도 해보려 한다. 나는 어린이, 청소년과 함께일 때 그들의 말, 행동 하나하나를 존중할 것이며 쉽게 미워하지 않으려 한다. 그들과 소통이 잘되지 않을 때 답답해하지 않고 조금 더 기다리는 마음을 가지려 한다. 또한, 누구에게나 성숙해질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것을 기억하며 함부로 무시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잘 지켜질지는 잘 모르겠지만 꾸준히 노력하며 고민해 보고 나를 성찰해 보려 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나는 옛날의 나와 내게 폭력을 행사했던, 그리고 내 주위의 사람들에게 자신보다 약하기에 쉽게 체벌했던 모든 사람과 그 일들을 기억하며 체벌을 거부하려 한다.


- 타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