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대체 왜 가야 하는 거야?

2017. 11. 9. 20:07특별 연재/2017 나의 대학입시거부

 2017년 11월 16일, 올해도 어김없이 대학입시를 위한 수능이 치러질 예정이다. 하지만 여기 입시경쟁과 학력학벌차별에 반대하며 대학입시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있다. 거창하고 대단한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다. 어쩌면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11월 6일부터 15일까지 <2017 나의 대학입시거부> 코너를 통해 대학입시거부자 10여 명의 목소리를 담고자 한다. 이들이 직접 전하는 대학입시거부의 이유와 의미를 들어보자.


- 대학입시거부로 삶을 바꾸는 투명가방끈



대학, 대체 왜 가야 하는 거야?


 나는 학교를 다니며 학교에 친구도 얼마 없었고 학교 공부를 제대로 해 본 적도 없었다. 그래도 나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다. 특별히 학칙을 어긴 적도 없었고 교사에게 항의를 해 본 적도 없었다. 학교 입장에서 볼 때 나는 공부는 별로 열심히 안 하지만 그렇다고 사고를 치지도 않는, 그냥 착한 애 정도였을 것이다. 그냥 그렇게 사는 대로 살다가 대학 진학을 고민해야 하는 고3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결국 대학을 거부하기로 결정했다. 내가 대학이 불필요하다고 느끼고 있고, 대학에 대해 실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대학에 관한 생각을 거의 안 해 봤기 때문에 대학을 갈지 말지 마음이 오락가락했다. 학교에서는 보통 대학을 가라고 했다. 중학교 3학년 때 담임 선생님은 대학에 별로 관심이 없다는 나에게, 그래도 대학은 가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그리고 고등학교 1학년 때 기술 과목 선생님은 수업 시간에 진로 교육을 핑계로 대학 진학이 당연한 것이라고 세뇌를 했다. 그때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은 “너네 대학 갈려고 인문계 고등학교 온 거 아니야?”였다. 고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대학에 가라는 이야기를 숱하게 들었다. 이와 더불어, 선생님들이 대학들을 소개하며 가장 많이 언급했던 것이 취업률이었다. 대학의 목적이 취업이 되어 버린 것이다. 또 학교가 대학을 보내는 데에, 학생 개개인의 꿈은 안중에도 없어 보였다. 더 좋은 성적, 서열이 더 높은 대학이 주된 관심사였다. 학교에서는 학생이 꿈을 찾는 방법이 아니라 그저 사회에서 생존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었다. 그때는 나도 이유는 잘 생각하지 못한 채로 ‘아 대학을 가야 하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러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처음으로 정치적인 집회에 나가게 되었다. 집회에서는 대학생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다. 학교에서 그렇게 만들고 싶어 하는 그 ‘대학생’들. 그런데 그들이 말하는 대학은 학교에서 말하는 대학과는 달랐다. 대학생들에게 들었던 말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 “대학에 많은 기대를 하고 갔는데 다시 고3이더라.”였다. 그때부터 대학에 왜 가야 하는지를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3학년 때, 나는 대학에 가지 않겠다고 마음을 굳혔다. 주변에서는 대학 입학 원서를 썼다. 원서를 쓰는 주변의 고3들 중에는 스스로의 꿈보다 대학에 가고 보는 게 먼저인 사람들도 있는 듯했다. 원서를 쓴 같은 반 친구에게 “너는 대학에 왜 가?”라고 물었던 적이 있다. 돌아온 답은 “나중에 취업하려고.”였다.



나의 꿈과 삶을 위한 선택은


 대학을 안 가겠다고 하자, 다른 학생들에게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는 “대학 안 가면 뭐 할 건데?”였다.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하도 ‘대학을 나와야 나중에 취업도 하고 돈을 번다’는 식의 말을 하니까 학생들도 그런 인식이 생겨 버린 것 같았다. 이런 질문을 받을 때면 나는 반문하고 싶다. ‘그럼 대학 나와서 뭐 할 건데?’. 내가 대학에 가지 않는 이유는 왜 가야 하는지 모르겠기 때문이다. 아무도 나에게 무엇 때문에 대학을 가야 하는지 알려 주지도 않았다. 갈 이유도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는 대학이니, 차라리 안 가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나는 대학이라는 학력, 학벌, 스펙보다 내가 중요했다.


 어느 날은 내가 대학을 안 간다는 말을 하자 같은 반에 다니던 애가 약간 반사적으로 “그럼 취업?”이라고 말했다. 대학을 안 가는 것이 꼭 바로 취업을 하겠다거나 ‘공부’라는 것과 완전 담쌓겠다는 것은 아니다. 나는 내가 원하는 공부를 보다 자유롭게 하려는 건데, 종종 대학을 안 가니까 오해를 받는 경우가 있다.


 학교에 다닐 때에는 교과서를 가지고 공부를 시킨다. 아니, 암기를 시킨다. 나는 교과서 밖의 것이 궁금했지만 학교라는 공간은 교과서의 내용만을 공부할 내용으로 인정했고 내가 좋아하고 분야에 대한 앎은 지식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자신의 꿈을 찾을 여유도 주지 않고 방법도 가르쳐 주지 않는 학교에서, 교과서 밖의 것들에 관심을 가지고 교과서 밖의 것들을 한다는 것은 마치 사치인 것 같았다. 나는 교과서 내용을 암기해 본 적이 없다. 적어도 내 의지로는 해 본 적이 없다. 대신 남이 알아 주지는 않아도 내가 좋아하는 것을 공부한다. 대학에 가지 않아도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공부하고 싶다. 나는 자주 이런 말을 한다. “하고 싶은 것도 하고 살아야지.” 남들은 나에게 “사람이 어떻게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아?”라고 한다. 하지만 하고 싶은 게 생긴 지도 얼마 안 됐고, 그동안 학교에 다니면서는 하기 싫은 걸 많이 해서 그런지, 지금은 일단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


 학교를 향해 묻는다. “대학은 왜 가야 하는 거지?” 취업을 위해서라는 이상한 핑계는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 대학이라는 이름을 가진 취업 학원에 가기 위한 준비 말고, 하고 싶은 일을 눈치 안 보고 하고 싶다. 대학이 아니라 꿈을 찾아가고 싶다. 그리고 내 꿈을 더 이상 돈으로 평가당하고 싶지 않고 나를 대학 이름으로 평가당하기도 싫다. 대학의 이름은 어떠한 형식으로든 나를 대변해 줄 수 없다. 그래서 나는 나의 꿈과 삶을 위한 선택으로, 대학에 가는 길밖에 없다는 가르침을, 대학을 거부한다.


- 박성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