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왜 대학에 가?

2017. 11. 7. 23:30특별 연재/2017 나의 대학입시거부

 2017년 11월 16일, 올해도 어김없이 대학입시를 위한 수능이 치러질 예정이다. 하지만 여기 입시경쟁과 학력학벌차별에 반대하며 대학입시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있다. 거창하고 대단한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다. 어쩌면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11월 6일부터 15일까지 <2017 나의 대학입시거부> 코너를 통해 대학입시거부자 10여 명의 목소리를 담고자 한다. 이들이 직접 전하는 대학입시거부의 이유와 의미를 들어보자.

- 대학입시거부로 삶을 바꾸는 투명가방끈



너는 왜 대학에 가?


 19살 여름, 그녀는 같은 입시 미술 학원에 다니는 친구들에게 물었다. 친구들은 잠시 당황하는가 싶더니, 질문한 사람의 얼굴을 확인하곤 표정을 누그러뜨렸다.

 그녀는 아주 많이 특이한 학생이었다. 다들 한참 대학 입시로 바쁠 시기에 그녀는 고등학교를 자퇴하곤, 부족한 기초를 다지겠다며 입시를 제쳐두고 취미반을 자처했다. 원장선생님은 그녀를 볼 때마다 설득하려 들었고, 부모님도 고등학교도 자퇴했는데 대학은 가야 한다며 그녀를 닦달했다.

 처음엔 그저 홧김에 결정한 자퇴였다. 애니고를 다니다 흔히 말하는 똥군기에 적응을 못 해 전학 간 인문계 고등학교의 수업에 따라가지 못했고, 낯가림이 심한 탓에 교우관계도 딱히 원만하지 않은 데다가, 교복 위에 외투를 걸치는 문제로 담임선생님과 싸우다 한 번에 벌점을 40점이나 먹었었다. 그래서 그녀는 충동적으로 자퇴를 하겠다고 선언하곤 등교 거부를 했고, 격하게 반대한 부모님이 결국 그 화에 못 이겨 자퇴를 허락했다.

 그녀는 자신이 없었다. 대학이란 사회도, 자신이 겪은 고등학교와 별반 다르지 않을까. 또 고등학교 때처럼 겉돌까 봐, 문제를 빚을까 봐, 아니면 또 악몽 같은 똥군기를 마주하게 될까 봐. 하지만 그런 그녀의 걱정을 그 누구도 위로해주지 않았다. 단순히 세상 물정을 모르는 아이 취급했고, 마음이 약한 사람 취급을 했다. 그래서 그녀는 대학을 가라는 주변의 권유에 싫증을 느꼈다. 나의 고민이 철없고 약한 사람이라 겪는 것 취급하는 게 싫었다.

 

왜 이런 말까지 해가면서 대학을 가라고 하는 걸까? 대학이 대체 뭐 길래? 왜 나는 대학을 가야만 하지?

 

그녀와 달리 평범하게입시를 준비하는 친구들은 말했다.

 

글쎄……. 그냥 가라고 해서 가는데....”

솔직히 나도 학교 다니기 싫은데, 무서워서 너처럼은 못하겠더라

안 그래도 없는 돈 들여가며 입시학원 다니는데 대학을 안 갈 순 없잖아

안 간다 하면 나 집에서 쫓겨나

 

놀랍게도, 그 누구도 대학을 가고 싶어서’ ‘그곳에서 더 배우고 싶어서라고 대답하지 않았다. ‘자신의 의지를 가지고 대학에 가는 사람은 없었다.

 

?

 

생각해 보면, 어릴 적부터 우리는 거의 세뇌 당하듯 이야기를 들어왔다.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 가야지.”

                                                                 “인서울 아니면 너희 인생도 저 멀리 날아가는 거야.”

                                                 “성공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

                “남들에게 뒤처지는 삶을 살지 마라.”


이 말에 거부감을 보이면, 그럼 네가 성공해서 세상을 바꾸라고 말했다.

 

 세뇌 교육의 효과일까. 그 누구도 대학을 가지 않는 길은 함부로 상상하지 못한다. 아니 상상할 수 없다. 그런 상상을 하는 순간, 그녀의 경우처럼 주변에서 온갖 멸시를 보낼 것이다. 또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남들보다 커질 것이다. 그렇기에 다들 안정적인 길을 선택하지만, 그 길에도 입시라는 이름의 고행이 기다리고 있다. 대학을 가려면 당연한 일이라며 잠을 줄이고 건강이 안 좋아져도, 12시간 넘는 공부에 우울증이 와도, 이것은 당연한 입시의 과정이 된다.

 그 과정들은 수능으로써, 합격으로써 보상받게 되지만, 여러 문제로 보상을 받지 못한 아이들은 절망하고 더 나아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한다.

 

그것이 이 나라가 말하는 당연한 인생의 과정이다.

 

그녀는 곧 깨달았다. 자퇴생으로서 자신이 받은 멸시는 당연한 고통에서 도망친 야유였음을.

그리고 분노했다. 사람의 목숨마저 쥐는 고통을 당연한 과정으로 여기는 사회에.

 

- 입시라는 이름이 결코 목숨까지 걸 정도로 무거워선 안 된다.

- 고통스러운 삶이, 우울증이란 병이 당연한, 삶의 일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 그리고 자신의 삶은 타인의 강압적인 권유, 불안감이 아닌 자신의 의지로 결정해야 한다.

- 그런 이유로 주위에선 어떤 선택을 하든 야유와 공포를 건네줘서는 안된다.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대학을 가지 않으려면 조용히 혼자 가지 않을 수 있었다.

자퇴했음에도 그냥 묵묵히 자퇴생으로서의 인생을 개척해나갈 수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 내가 받는 야유는 당연한 것이 아니다.

입시로 받는 고통 또한 당연한 것이 아니다.

대학도, 고등학교도 성공한 삶을 위해 당연히 나와야 하는 것도 아니며

성공하지 않는 삶도 훌륭한 개개인의 삶이 되어야한다.

 

그렇기에 그녀는, 외치지 않으면, 조용히 있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이기에 많은 사람들 앞에서 하지 않아도 될 자신의 대학 거부를, 삶을 외친다.

 

대학을, 아니 이 기이한 사회 구조를 거부할 것이다. 이 사회가 변하는 날까지

 

- 임혜민

도전정신과 뜨거운 열정과 꿈으로 잠을 자는 청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