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거리는 384,400km - 18호 인트로

2017. 11. 7. 20:59인트로


너와 나의 거리는 384,400km


- 삽화 : 조행하



 청소년의 세계는 비청소년의 세계와 동떨어져 있다. 동일한 하나의 사회에서 살아감에도 불구하고 청소년은 물리적으로나 관념적으로나 비청소년이 주도하는 사회로부터 배제되고 있다.


 대부분의 청소년은 학교와 집, 학원으로 대표되는 좁은 공간에서 살아간다. 학교는 동일성을 바탕으로 학생들을 모아놓는 수용소의 역할을 한다. 나이, 성별, 성적, 부모의 경제적 능력 등의 촘촘한 유사성으로 묶여 학생들은 다양성으로부터 분리된다. 그리고 그 좁은 공간에서 집단적, 동질적인 관계 맺기를 강요받는다.


 허락된 좁은 시공간을 벗어난 청소년은 위험하고 불온한 존재로 여겨진다. 청소년이 그럼에도 외박 금지, 통금 시간과 같은 규제로부터 탈출을 시도하고, “어딜 그렇게 싸돌아 다녀?”라는 따가운 말을 견디는 것은 다양한 사람과 자유로이 관계 맺고자 하는 욕망이 인간 본연의 것이기 때문이다.


 요즘것들 18호의 주제는 ‘청소년의 관계’이다. 칼럼에서는 학교라는 제도가 어떻게 청소년의 관계를 한정시키는지를 ‘분리’라는 키워드를 통해 살펴보았다. 특집기사는 청소년과 비청소년 사이의 평등하고 자유로운 관계 맺기를 가로막는 ‘비청소년 연대’의 존재를 밝히고 그 작동 방식을 살핀다. 청소년 A씨의 생애구술을 통해 쓰인 리뷰는 청소년의 관계가 비청소년에 의해 함부로 규정되고 규제된다는 점을 지적하며 앙꼬 작가의 <나쁜 친구>를 읽어낸다. 극한직업 청소년에는 나이에 따라 다르게 요구되는 ‘예의’를 비판한 두 편의 글을 실었다. 인터뷰에는 다양한 나이의 아수나로 회원들이 모여 진행한 수다회 기록을 엮었다. 나이에 따라 관계를 규정하고 한정짓지 않는 문화 속에서 이들이 서로 어떻게 관계 맺고 있는지 전한다. 이번 호를 통해 나이에 관계없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관계 맺는 사회를 상상할 수 있었으면 한다.


- 호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