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4. 12. 00:09ㆍ칼럼-청소년의 눈으로
통합진보당과 정의당에서의 청소년당원 탄압에 대한 책임을 물어 심상정 고양시갑 국회의원 후보에 대해 반대를 선언합니다
편집자 : 이 기고문은 청소년운동총선대응네트워크의 청소년의 선거운동 금지에 대한 불복종행동의 일환으로 오마이뉴스에 연재한 [우리는 불복종한다]꼭지의 3번째 글입니다. 하지만 오마이뉴스측에서 '중립'을 이유로 본 기고문의 게시를 거부해, 요즘것들에 기고해주셨습니다.
[우리는 불복종한다] 꼭지 해설
현 선거법에 따르면, 청소년의 선거운동은 불법이다. 특정 정당이나 후보에 대한 지지 혹은 반대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명하는 행위는 모두 선거운동으로 간주되므로 청소년이 정치에 대해 말하는 것 자체가 금지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SNS에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게시물을 올린 청소년이 선관위로부터 경고를 받아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고, 선관위에서 청소년이 선거 관련 UCC를 만드는 것이 선거법 위반이라고 규정을 발표하기도 했다. 청소년의 참정권이 보장되지 않는 현실을 비판하며, 청소년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선거법에 대한 불복종행동에 나선 청소년들이 있다. 본 연재에서는 그들이 직접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밝히며 현 선거법의 문제를 짚는 기고문들을 싣는다.
앞선 글
안녕하십니까. 청소년 정의당에서 운영위원직을 맡고 있는 만 18세의 '예비당원' 노현영입니다.
저는 진보주의자이고 좌파이며 사회주의자입니다. 여성, 성소수자, 청소년, 장애인 등 소수자의 해방을 염원합니다. 모든 노동자-민중의 해방을 꿈꾸며 자본주의에 반대합니다. 저는 일체의 권위주의에 반대합니다. 저는 진보적 가치를 지지합니다. 저는 진보정당을 지지합니다.
현재 분열된 진보정당들은 원내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 중 정의당은 유일한 원내 진보 정당으로, 국회에서 미약하게나마 민중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을 수행하여 사회의 진보와 청소년 등 소수자의 해방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전 정의당을 비판적으로 지지합니다.
그러나 현재 청소년 정의당은 배준호 부대표의 공약으로 설립되었음에도, 당 내에서 공식기구로 인정받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중앙당의 지원은커녕 필요한 비용을 전액 사비로 충당하는 실정입니다. 청소년 당원들은 '예비당원'이라는 해괴한 신분 아래에서 그 어떠한 권리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옛 민주노동당 시절에는 정식적으로 인정받고, 대의원이나 중앙위원 등도 맡아왔던 청소년 당원들이 현재 이렇게 처참한 상황에 처하게 된 데에는 복잡한 사정이 있습니다. 옛 통합진보당의 구당권파와 신당권파(현 정의당 주류세력) 간의 갈등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통합진보당에는 청소년 당원들이 다수 존재하였으며 이들은 당비를 내고 권리당원으로 인정받았습니다. 당 내에 청소년위원회도 존재하였고요. 이때 현 정의당의 주류세력인 신당권파는 청소년 당원에 대해 정당법을 근거로 구당권파를 비난하며 청소년 당원들을 전원 제명하는 반민주적인 행위를 저질렀습니다.
이때 이들이 근거로 든 조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정당법 제22조(발기인 및 당원의 자격)
① 국회의원 선거권이 있는 자는 공무원 그 밖에 그 신분을 이유로 정당가입이나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다른 법령의 규정에 불구하고 누구든지 정당의 발기인 및 당원이 될 수 있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자는 당원이 될 수 없다."
뭐, 당원의 자격이 "국회의원 선거권이 있는 자"라고 적혀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처벌조항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청소년이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자"도 아니기에 기존의 진보정당에서는 청소년 당원들을 인정해왔습니다. 정의당이 홍보자료까지 만들면서 계승하고 싶어 하는 민주노동당이 대표적입니다. 그러나 신당권파는 "진보적 가치"는 내던져버리고 청소년 당원들의 주체성을 부정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들, 신당권파는 탈당하여 현재의 정의당을 창당하였습니다.
정의당에서는 청소년의 당원가입 자체가 아예 불가능했습니다. "진보정당"을 내걸면서 정작 사회의 진보는커녕 퇴보를 선두에서 이끈 것이죠. 그러다 노동당 통합파, 노동정치연대, 국민모임, 정의당 간의 통합 논의가 오가고 그 과정에서 '예비당원'이라는 해괴한 제도가 생겨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예비당원이라는 제도는 정당법을 핑계로 청소년들에게 당권을 부여하지 않았습니다. 명칭부터 청소년을 동등한 시민, 동등한 주체가 아닌 '예비'시민으로 취급합니다. 또한 정당법에 의해 불가피하게 당권을 부여하지 못한다는 명분이라면, 당 내에서 예비당원들의 활동을 최대한으로 보장해야 하는 게 마땅함에도 정의당은 부대표 공약에 따라 예비당원 전원 동의로 설립한 청소년위원회(현 청소년 정의당)에 대해 탄압만을 가하였습니다.
예비당원은 당원이 아니니 위원회 인준정수에 포함할 수 없다 하기도 하고, 예비당원이 당원모임 등에 참관할 수는 있으나 소속으로 활동할 수는 없다고도 하였습니다. 중앙당 조직실과 질의답변과 통화 등에서도 중앙당은 청소년위원회라는 명칭을 사용했습니다. 그러나 2015년 12월에 갑자기 입장을 바꾸어 "한 예비당원이 청소년위원회를 사칭하고 있다"는 글을 당원게시판에 공지글로 올리는 일도 있었습니다.
한번은 당에서 예비당원을 비당원으로 취급하여 예비당원의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하면 위법임에도 예비당원 가입절차를 일반적인 당원 가입절차와 동일하게 진행하여 정의당이 한국인터넷진흥원에 신고 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러자 중앙당은 일방적으로 어떠한 안내도 공지도 없이 일주일간 당원가입절차에서 예비당원 가입을 막아놓고 "만 19세 미만은 가입이 불가능합니다, 회원으로 가입해주세요"라는 안내가 나오도록 하였습니다. 그래서 김아무개 예비당원이 항의하자 중앙당 당직자는 "본인이 신고한 거 아니에요?" "신고자랑 친하신 것 같은데"와 같은 발언으로 아무런 근거조차 없이 김아무개 예비당원을 모욕하고 공격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현재 정의당 홈페이지에서 미성년자가 당원가입을 시도하면 "19세 미만은 당원으로 가입할 수 없습니다, 회원으로 가입하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만이 나타납니다. 저는 운 좋게도 홈페이지에 예비당원 가입창구가 잠시 열려있을 때 가입을 시도하여 성공하였습니다. 아무런 안내도 되어있지 않아 가입을 시도할 때 예비당원제의 존재 따위는 알 수도 없었죠.
가입 이후에는 제 자신이 당원인지 아닌지 파악하기도 힘들었고, 광명갑위원회(위원장 문현수)에서는 제게 20대 이상의 연령만이 존재하고 남성과 여성 중 성별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설문을 발송하기도 했습니다. 청소년과 젠더퀴어(여성과 남성으로만 구분하는 이분법적 성별을 벗어난 성 정체성을 지칭함)등을 배제하는 차별적인 설문이었습니다.
결국 현재 저는 당권도 없는 '예비'당원으로서 비례대표 후보 선거에도 선거권을 행사하지 못하였으며, "청소년 위원회를 사칭하는" 해당행위자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통합진보당 신당권파의 중심인물로서, 정의당의 당대표로서, 이러한 청소년에 대한 억압과 탄압에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책임이 있습니다.
그는 통합진보당에서 청소년 당원들을 전원 제명하는 반민주적 행위를 저지른 세력의 중심인물입니다. 신당권파의 탈당 이후에도 수백일간 지속된 투쟁 끝에 2014년 11월 23일 옛 통합진보당 청소년 당원들은 복당되었지만, 심상정 등 신당권파의 사과는 없었습니다. 그들은 탈당하여 정의당을 창당한 이후에도 지금까지 청소년을 탄압하고 배제하여 왔습니다.
심상정 대표는 지금까지의 참담한 사건들에 대해 책임지고 사과해야 합니다. 통합진보당에서의 청소년 당원 전원 제명 사태에 대해 책임지고 사과해야 합니다.
그리고 정의당은 청소년 당원들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여야 합니다. 예비당원제를 즉시 폐지하고 정식당원제로 승격해야 합니다. 청소년 정의당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고 정식으로 청소년위원회가 출범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옛 민주노동당에서, 사회당에서, 진보신당에서, 현 노동당, 녹색당에서 청소년들은 명백히 당원으로 인정받았습니다. 정의당이 진보를 내걸고 싶다면, 그에 걸맞게 행하여야 합니다.
심상정 대표가 지금까지의 일들에 대해 책임지고 사과하며, 현재 존재하는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는 한 저는 청소년 활동가로서 심상정 대표를 반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청소년의 선거운동 금지에 대한 불복종 행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노현영씨
저는 진보적 가치를 지지하는 것이지 몇몇 스타 정치인들을 지지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심상정 고양시갑 국회의원 후보를 반대합니다. 정의당이 청소년과 여성 등 소수자를 배제하지 않는 온전한 진보정당으로 거듭나기를 희망합니다.
- 노현영 (18, 청소년 정의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