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3. 9. 18:11ㆍYosm Special
Special 01
:: 상콤한 새 학기를 여는 '군기잡기'?
학생들 "우리를 겁주고 통제할 대상으로 보기 때문"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 그러나 학생들을 기다리는 것은 랄랄라 상큼발랄하고 봄 냄새 나는 멋진 스쿨 라이프가 아니다. 오히려 학기 초는 가장 살벌하고 생존능력이 요구되는 때다. 일명 '새 학기 군기잡기라고 불리는 것들 때문.
"확실히 학기 초에 심한 게 느껴지죠. 다른 때면 그냥 넘어갈 일들도 괜히 더 잡는 것 같아요." 중고등학교 생활 5년차의 베테랑 학생인 김모씨(18)는 '새 학기 군기잡기'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교사가 뭔가 흉기 비슷한 것을 들고 다니거나, 교복단추 등 미세먼지스러운 것을 트집 잡아 혼내는 것은 차라리 신사적인 편이라고 한다. 등굣길 찬 길바닥에 '엎드려뻗쳐'를 시키거나, 등굣길에 자신의 잘못을 큰 소리로 외치도록 시키는 경우도 있다.
가장 욕 나오는 경우는 한 명을 본보기라며 엄한 처벌을 하는 것. 다른 학생들에게 겁을 주기 위해서 '튀는 놈' 한 명을 희생양으로 삼는 것이다. 당하는 입장에선 억울할 수밖에 없다.
'잡아놔야 편하다'는 생각 때문
왜 굳이 새 학기에 학교는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일까.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일하는 교사 조모씨(35)는 이에 대해 "교사들이 3월에 미리 잡아놔야 1년이 편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다른 교사들도 학기 초에 잡아야 한다고 교사들을 부추기고, 노하우처럼 '군기잡기'를 전수하기도 한다는 것.
학생들의 입장에서 새 학기를 맞이하는 것은 꽤나 압박스러운 일이다. 방학 직후 7시간, 8시간 이상을 학교에 앉아 있어야 하는 것만 해도 난이도 높은 고행이다. 거기다가 낯선 환경, 새로운 시간표 등에 적응을 해야 한다.
그 런데 '새 학기 군기잡기'는 학생들이 학교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기보다는 학교가 더 싫어지게 만든다. "첫 인상이 중요하다지 않나? 그런데 학교는 첫 인상이 최악인 셈이다. 학교가 우리를 겁주고 통제할 대상으로만 생각하기 때문 같다." 또 한 번 새 학기를 맞이한 베테랑 학생, 김모씨의 따끔한 지적이다. [오렌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