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02 :: 누구보다도 완벽하게 또 누구보다도 가혹하게

2016. 2. 25. 03:09Yosm Special

SPECIAL 02

:: 누구보다도 완벽하게 또 누구보다도 가혹하게


청소년연예인/연습생의 가려진 인권



 청소년 세 명 중 한 명은 아이돌을 덕질한다. 그리고 신인 아이돌과 아이돌을 준비하는 연습생들 중 상당수는 청소년이다. 프로듀스101 출연 연습생 중 44명이 20세 미만 청소년, 아이돌의 평균 데뷔연령은 19.5세다. 아이돌문화를 괜히 십대문화라고 부르는 건 아닌가보다.



▲ 아이돌 연습생 서바이벌 프로그램 '윈'에서의 YG 연습생들




 가혹한 경쟁과 착취, 청소년에게는 더해                        


  수요에 비해 공급이 훨씬 많은 탓에, 심한 경쟁과 소속사 쪽으로 기울어진 권력관계가 자연스레 만들어졌다. 청소년연습생들은 학교생활도 성실히 해야 하고 계약 내용을 제대로 고지 받지 못하는 삼중고를 겪는다.


 연예매니지먼트산업실태조사(2010, 문체부) 결과 청소년연습생 중 절반은 학교생활 지침을 소속사로부터 받았다. 학교생활 지침 중 가장 많이 있었다고 선택된 것은 ‘학교 빠지지 않기’, ‘성적 유지’, ‘지각하지 않기’, ‘자기관리 잘하기’ 순이었다. 반면 연습 후 귀가 시간은 72.4%가 밤 10시 이후나 자정 이후로 매우 늦었다.


 연습생 계약 과정에서도 나이 차별이 드러났다. 14세 이하의 77.8%, 15세 이상의 25.7%가 계약서 비슷한 것도 작성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계약서를 작성한 사람 중에서도 14세 이하 중 일부는 자신이 아닌 부모님만 계약 내용을 설명 받았다. 연습생 생활 중 어려운 점으로는 ‘연예인이 될 수 있을까 불안함’, ‘연습시간 부족’, ‘연습생 간 경쟁 압박’이 순서대로 가장 많았다.


 SM-JYJ 소송과 팬클럽의 인권위 진정, 불매운동 등 활동으로 연예인과 소속사 사이 부당 계약이 사회적 관심을 모으고, 연예인 표준계약서가 만들어졌다.(2012) 하지만 표준계약서에도 연예인의 휴식권에 관해 ‘연예인의 신체적, 정신적 준비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만 두루뭉술하게 서술되어 있는 등 노동권 보호가 허술하다.


 근로기준법은 청소년의 노동시간에 제한을 두고, 비청소년의 노동에도 휴일, 야간의 근로수당을 두고 있다. 하지만 연예인은 ‘특수근로종사자’로 분류되어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못해, 비청소년은 물론 청소년연예인/연습생 역시 혹사를 막을 방법이 없다.



▲ 대중문화예술표준전속계약서(공정거래위원회) 일부




 해마다 돌아오는 ‘투명일진’ 패기


  연예인이 되고 싶은 청소년들은 남들보다 생활에 제약이 많다. 술, 담배, 연애나 섹스 등 소위 ‘19금’의 행동을 하다 잘못해서 사진이 남겨지면 ‘일진설’이 떠돌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프로듀스101에 출연 중인 연습생 김민경(19)씨가 2년 전 술집에서 찍은 사진이 떠돌며 피해를 겪고 있다. 소속사가 처음 글이 올라온 사이트에 삭제를 요구했지만 그 사실마저도 캡처가 떠돌며 이슈가 되고 있다.


 연예인을 지망했던 청소년 S씨는 “연예인 과거에 대해 사회에서 말이 많아질 때마다 행동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웠다. 특히 청소년이기 때문에 하면 안되는 것들이 너무 많지 않느냐”며 심적 압박을 털어놓았다.


  연예인의 청소년기에 관한 논란은 반복된다. 청소년의 술담배가 곧 일진과 폭력의 상징이 되는 편견과, 연예인의 사생활의 자유에 대한 합의가 거의 없는 사회분위기 때문이다. 4년 전 아이유-은혁 사건에서는 아이유가 당시 미성년자였다는 설이 비난을 더욱 폭주하게 했다.


 2년 전 청소년배우 김새론(17)씨는 술담배 논란이 일어 미니홈피에 해명글을 게재했다. 해명글에는 자신을 둘러싼 논쟁과 소문에 대한 주관과 사실 왜곡에 대한 사과를 받고 싶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비슷한 사건에서 많은 해명/사과문이 ‘죄송합니다’, ‘자숙하겠습니다’로 결론을 맺는 것과 달랐다. 반응은 차가웠다. 논쟁의 주 장소가 되었던 네이트판에 “엄마가 글 잘쓰네”, “그냥 죄송합니다라고 하면 되지 비꼬는 것 같다”는 댓글이 달렸다.




‘엄마가 글 잘쓰네’와 ‘16살배기가 뭘 안다고’ 사이




▲ 마이리틀텔레비전 대만 국기 사건과 관련해 사과문을 읽는 쯔위

  

 최근 마리텔 대만국기 사건에 기획사 JYP에서 내놓은 입장은 청소년연예인의 슬픈 위치를 드러냈다. 쯔위는 유투브 동영상을 통해 검은 옷을 입고 사과문을 읽는 모습을 공개했다. JYP와 박진영은 웨이보와 홈페이지에 게시한 사과문에서 ‘쯔위는 16세에 불과하며 그의 나이와 교육 수준을 고려했을 때 정치적 관점을 논하기 이르다’, ‘부모님을 대신하여 (박진영과 소속사가)잘 가르치지 못한 잘못도 크다’고 언급했다.


 이후 대만의 잡지사가 쯔위의 매니지먼트권을 인수하겠다고 제안하고, 대만의 인권변호사가 사과 강제 혐의로 JYP를 고발하는 등 많은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사과가 강제였는지 자기 의지였는지, 어느 나라에서 어느 회사와 함께 활동하고 싶은지, 쯔위 본인의 이야기는 전혀 들을 수 없었다. 


 자기 의견을 내지 못하게 막는 일이 다반사, 허술한 의견을 내면 역시 어린애라며 무시하기 일쑤, 조리있는 의견을 내면 누가 대신 써준 것이라고 넘겨짚는다. 흔히 '청소년은 미성숙해서 자기 의견이 없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조금 더 자세히 보면 그 이면에는 청소년이기에 의견을 내기 어려운 환경이 있다. 김새론과 쯔위가 겪은 '입막음'의 공통점은 그들이 청소년이기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미래에 대한 확신도 보장도 없으니 노오력을 해서 경쟁에 매달리는 수밖에 없다. 계약에 직접 참여할 권리와 자신의 입장을 표명할 권리도 어리다는 이유로 제한받는다. 유명해지기 전에는 소속사와의 관계도 철저히 을이다. 거기에다 대중도 흔히 갑질을 한다. 연예인의 사생활을 폭로하고 상상으로 포장해 소문내는 행위가 쉽게 범죄시 되지 않고, 엄격한 잣대 위로 외줄타기 하게끔 압박하는 문화가 더욱 연예인/연습생의 삶을 암막 뒤로 숨어들게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청소년연예인/연습생의 인권은, 모두가 지켜보지만 오히려 사각지대에 있다.


                                                    - 밀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