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갈 수 있을까

2019.03.30 12:13칼럼-청소년의 눈으로

어디로 갈 수 있을까

 

 

 

최근 들어 SNS상에 자해 사진, 우울한 글 등을 올리는 청소년이 늘어나고 있다. ‘주목받고 싶은 심리일 뿐이다’, ‘우울을 전시하지 말고 정식으로 치료를 받아라’와 같은, 이를 바라보는 일부 사람들의 부정적 시선을 보면 실제 청소년들이 처해 있는 현실은 고려하지 않은 채 너무 쉽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들에게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다. 정신건강의 문제를 호소하는 청소년은 치료받기 위해 어디로 갈 수 있을까.

 

 

길은 있을까

 

청소년과 정신 건강이라는 키워드에서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기관이라면 아마 Wee클래스일 것이다. 심리적으로 위기에 처한 학생에게 상담과 지원을 제공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졌지만, 그와는 달리 비판적인 평가도 적지 않게 받는 기관이기도 하다. 비밀 보장에 대한 규정이 모호하며 상담 내용이 누설된 사례가 있다는 점, 한 학교에 상담교사가 한 명만이 배치되는 등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 등이 주요한 문제로 꼽힌다.

 

Wee클래스에서 장기간 상담을 받아 본 입장으로서, 별로 좋지 않았던 경험을 이야기해 보고 싶다. 나는 원치 않았음에도 자살 고위험군으로 분류되어, 강제로 상담을 받게 되었다. 상담이 있는 날마다 수업을 빼기 위해 각 담당 교사에게 사정을 설명하러 가야 했고, 그때마다 자세한 사정을 궁금해하는 질문이 되돌아왔다. 그뿐 아니라 담임 교사의 연민 섞인 걱정과, 평소 나를 괴롭히던 학생들의 이상한 시선까지도 한 몸에 받게 되었다. 상담자는 계속해서 담임과 부모에게 상담 내용을 알리려 했고, 몇 차례 거부 의사를 밝혔지만 그 후로도 요구는 끊이지 않았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나에게 Wee클래스는 안심하고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장소가 아니었다.

 

정신과에서 치료를 받을 수도 있겠지만, 상담과 약물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우선 병원비를 지원해 줄 부모의 동의가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동의가 필요한 이유는 비용만이 아니다. 현행법상 청소년이라도 부모의 동의 없이 정신과 치료를 받을 수는 있지만, 막상 찾아갔을 때 부모 동반을 요구하며 진료를 거부하는 병원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억압적인 가정환경, 정신 질환에 대한 부모의 편견 등의 이유로 부모에게 자신의 상태를 자세히 알리고 싶지 않거나, 알릴 수 없는 청소년들도 많다. 만약 상담을 받을 여건을 갖추었다고 해도, 청소년이 상담 치료에 접근하기 어렵게 하는 또 다른 요인으로 대다수 학생청소년들을 늦은 시간까지 학교에 붙들어 두는 야간자율학습 제도와 그 밖의 무거운 학업 부담이 있다. 그렇게 Wee클래스, 정신과 등의 기관에서 도움을 받지 못한 청소년은 과연, 어디로 갈 수 있을까? ‘병원에 가면 되지’라고 쉽게 말하기에 청소년들이 처한 현실은 생각보다 열악하다.

 

사람들이 청소년의 정신질환에 대해 ‘쉽게 말하는’ 이유는 청소년이 처한 현실 자체에 대한 무지도 있지만, 청소년의 심리에 공감하지 못하도록 막는 뿌리 깊은 편견도 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 글에서는 대표적인 편견 몇 가지를 다루어 보았다.

 

 

미성숙의 결과라는 생각

 

청소년이 겪는 정신적 문제는 미성숙함 때문이며, 일시적이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므로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것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이러한 인식은 ‘사춘기’라는 이름 아래 정신적 문제가 치료해야 할 질환이라는 사실을 덮으며, 해결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게 만들어 문제를 더욱 키우기도 한다. 한 예로 지난해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청소년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이하 ADHD) 평균 치료율은 소아의 절반 수준으로, 7.6%에 그친다. 이러한 치료 중단 경향에 대해 관련 학회에서는 청소년기의 ADHD를 일시적 현상으로 보는 편견을 대표적 원인으로 제시했다. ADHD는 엄연히 실제로 존재하는 질환이다. 그런데 ADHD의 대표적 증상인 충동성과 주의력 결핍 등은 ‘사춘기 반항’이나 ‘중2병’으로 인한 일시적 행동 등으로 간주되는 일이 적지 않다. 이와 같은 잘못된 인식으로 인한 치료 중단은 현재뿐 아니라 이후의 삶에도 지속적으로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관심받기 위한 것이라는 생각

 

사람들은 흔히 청소년이 정신건강 문제를 호소하는 것이 소위 ’중2병’의 심리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실제로는 문제가 없는데도 남들에게 관심을 받기 위해, 자랑하고 ‘쎈 척하기’ 위해 우울증 등의 질환에 걸린 것처럼 행동하고 자해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청소년의 정신 질환은 편견을 가지고 접근해서는 안 될 문제이다. 미국의 유명 DBT(변증법적 행동 치료) 전문가인 마이클 홀랜더는 청소년의 정신적 문제와 자해를 다룬 그의 저서에서 이와 같은 통념을 반박하며, 실제로 관심을 받기 위해 자해하는 청소년의 비율은 4%밖에 되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1)

 

청소년의 정신 건강 문제를 웃음거리로 삼는 분위기 속에서, 청소년이 자신의 정신 상태에 대해 스스로 내리는 판단은 쉽게 무시된다. 이는 일찍 발견할 수도 있었을 질환의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게 하고, 만성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또한 이렇게 판단을 존중 받지 못하는 청소년은 자신의 생각을 믿지 못해 끊임없이 자기 의심을 하기도 하며, 이는 자신감과 자존감의 저하, 우울사고 등을 불러오며, 결과적으로 정신건강이 더욱 악화되는 악순환을 낳는다.

 

 

갈 곳이 있어야 한다

 

다시 서론으로 돌아가 SNS상에서 증세를 토로하는 청소년들을 살펴보자. 이러한 모습은 ‘주목받고 싶은 심리’ 가 아니라, 많은 부분이 치료에 접근하기 어려운 환경과 청소년의 정신 질환을 질환으로 보지 않는 사회적 인식에 기인한다. 이와 같은 청소년의 상황에 대한 고려 없이, 인터넷 공간상의 일면만을 바라본 채 이를 훈계하고 금지하려는 흐름은 별다른 해결책 없이 청소년을 더욱 궁지로 몰아가는 방법이 아닐까.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정신건강의 문제를 솔직히 알리지 못하고, ‘갈 곳’이 없어 SNS 등으로 향하는 것이 유일한 선택지였던 것은 나만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신건강의 문제를 호소하는 청소년에게는 ‘갈 곳’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청소년의 심리에 대한 색안경을 벗고 고통에 귀 기울이며 공감하는 사회를 바란다.

 

- 푸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