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 교육, 무엇이 문제인가

2019.01.05 19:01칼럼-청소년의 눈으로

진로 교육, 무엇이 문제인가


학생들을 행복한 개인, 생산적인 사회 구성원으로 키운다는 목적 아래 진로교육의 필요성이 우리나라에 처음 제기된 것은 70년대이다. 그 이후로 진로 교육이 점점 확대되어 이제는 거의 모든 학교가 시행 중이며, 그 필요성도 강조되고 있는 추세이다. 지금의 진로 교육의 목적은 무엇일까? 진로·진학 전문 업체 커리어넷의 진로교육 보고서에서는 이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학생들이 평소 체험할 수 없던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진로를 탐색하도록 하고, 더 나아가서는 자신의 꿈과 진로에 대한 방향을 설정할 수 있도록 돕는 것.’ 여기에 임의로 한 가지를 더 추가해 보자면, 학생들에게 동기를 부여하여 미래를 위해 열심히 공부하도록 하는 것 또한 현 진로 교육의 주요한 목적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동기를 부여하는 진로 교육?

현재의 진로 교육은 대부분 명사 초청 강의나 일회성 체험의 형태로 이루어진다. 내가 다니는 학교에서도 진로 교육은 항상 같은 틀 내에서 이루어졌다. 그 분야의 명사를 초청하고, 해당 직업에서 하는 일, 되는 방법, 관련 학과, 좋은 점 등을 정리한 내용을 1시간 동안 들려주는 방식으로. 하지만 그런 전형적인 강의를 듣고 배우는 점은 사실상 없었다. 대부분 인터넷 직업 소개 사이트에서도 접할 수 있는 단편적인 내용이었고, 정말 궁금했거나 알고 싶은 내용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진로 교육이 이러한 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학교가 학생에게 충분한 진로 교육을 시행하려는 열의 없이 현재의 일회성 교육만을 계속한다면 기존의 형식에서 벗어난 입체적이고 쓸모 있는 내용을 가르치기에는 턱없이 부족할 것이다.

학교와 강사 측에서도 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현재의 진로 교육은 현실적이고 자세한 내용 전달보다는, ‘나도 저렇게 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동기 부여를 주된 목적이자 기대 효과로 하고 있다. 방향 없이 입시 공부를 하는 학생들에게 진로 교육은 미래라는 좋은 동기가 되어 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진로 교육은 생각보다 동기 부여에 별 쓸모가 없다고 생각한다. ‘꿈을 위해 열심히 공부하라’는 메시지는 학생들이 이미 학교에서, 가정에서, 사회에서 매일같이 듣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동기 부여는 그 자체로도 문제다. 공부를 미래를 위한 도구로 취급하는 것은 취업을 공부에 대한 보상이자 결과로 여기게 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인식 속에서 공부를 잘한 사람이 좋은 직업을 얻는 것은 당연시되며, 반대로 공부를 못 한 사람이 얻게 되는 직업의 낮은 보수와 열악한 환경은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은 것에 대한 당연한 대가’로 정당화된다.


진로 교육 = 입시 교육

현재의 진로 교육이 주입하는 동기 부여의 메시지는 취업 시장의 모습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다. 실제로도 학생들이 원하는 대로 진학하여 원하는 직업을 갖는 것은 대부분 우선 좋은 성적이 충족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여전히 많은 일자리에서는 지원자를 뽑을 때, 입학 시 높은 성적을 필요로 하는 소위 ‘좋은 대학’ 출신을 선호한다. 또한 입시 경쟁으로 인해 해당 직종에서 요구하는 학과도 성적에 따라 진학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낮은 성적으로 인해 원하는 직업을 선택하지 못하거나, 반대로 자신의 높은 성적에 맞추어 직업을 선택하는 일이 일어나기 쉽다.

이렇게 개인의 의사에 따른 자유로운 직업 선택이 어려운 환경에서 진로 교육은 진로 탐색과 결정에 도움을 준다는 본 목적의 힘을 잃고, 입시를 가르치는 시간으로 변해 가고 있다. 실제로도 진로 교육 시간에 입시 강사를 초청하여 입시 전형을 소개하고, 생활기록부와 자기소개서 등을 잘 쓰는 방법을 알려주는 사례 등이 많다.

내가 다니는 학교에는 일주일에 한 번씩 진로 시간이 있다. 이름은 ‘진로’이지만 사실 ‘진학’에 관한 내용이 수업의 전부다. 각종 입시 전형을 소개하고 학생부 종합 전형이 무엇인지, 왜 그것이 일반고 학생에게 유리한지를 말하는 데에만 몇 주를 소비했다. 그 후에도 생활기록부의 기재 사항 중 대학에서 중점적으로 보는 것은 무엇인지를 설명하기도 했고, 대학 지원자들의 자기소개서를 보여주며 좋은 예와 나쁜 예를 구별하기도 했다. 사회의 변화에 따라 진로 교육의 변화가 어쩔 수 없다고 하기에는, 오히려 진로 교육이 이러한 학력 차별을 정당화하고 있지는 않나 의문이 든다.


진로는 교육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앞서 언급했듯, 진로 교육은 ‘학생들이 평소 체험할 수 없던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진로를 탐색하도록 하고, 더 나아가서는 자신의 꿈과 진로에 대한 방향을 설정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과연 학생들이 진로를 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진로 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일 뿐일까? 학생들이 쉽사리 진로를 정하지 못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것을 하고 싶은지를 잘 모르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일 수 있지만, 사회적 요인 또한 못지않게 큰 비중을 차지하리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직업이 노동자의 권리와 인간답게 살기에 적절한 소득을 보장하지 않고 있다. 또한 취업난이 계속되면서 정규직 일자리를 얻기 위한 경쟁은 계속되고, 한 직장에서 오랫동안 일하는 것도 어려워지고 있다. 이러한 현실적 요인들을 배제한 채 진로를 선택할 수는 없다. 지난해 OECD 취업률 순위에서 한국의 청년 취업률은 27.4%로 하위권을 기록했다. 또한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전체 근로자 중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중은 33%로 6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숫자들을 무시한 채 ‘교육’만으로 학생들의 진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논문에 따르면, 진로교육은 ‘급변하는 노동시장 환경에 적응하며 위험 감수를 유연하게 대처하고 진로목적을 달성시킬 수 있는 능력인 적응유연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급변하는 노동시장’은 문제시하지 않으면서, 교육을 통해 학생들을 그런 환경에 적응시킴으로써 간편하게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실질적으로 문제가 되는 노동 현실을 정당화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일자리 문제 뒤의 구체적인 맥락은 고려하지 않은 채 ‘교육’만을 통해 문제를 해소할 수는 없다.


- 푸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