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은 체벌 말고도 많습니다." 체벌을 거부하는 사람들의 인터뷰 - (3) 청소년 편

2018. 12. 3. 20:43특별 연재/체벌거부선언

 부모와 교사, 그리고 청소년은 체벌과 가장 관련이 깊은 사람들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부모와 교사는 주로 체벌의 가해자가 되고, 청소년은 체벌의 피해자가 됩니다. “맞을 짓을 했으면 맞아야지.” 관습처럼 여겨지는 체벌 문화에 문제의식을 가진 부모, 교사, 청소년을 만나보았습니다. 그들이 서 있는 자리에서 체벌을 어떻게 거부할 수 있을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은 체벌 말고도 많습니다."

체벌을 거부하는 사람들의 인터뷰 - (3) 청소년 편



가장 최근의 체벌의 기억은 무엇인가?


A : 당장 오늘 이 인터뷰를 하러 오는 것만 해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인터뷰를 하러 오려면 학교에서 조퇴를 해야 하는데 엄마가 조퇴를 정말 싫어한다. 예전에는 아파서 조퇴를 하려고 엄마한테 전화를 걸었는데, “죽을 만큼 아픈게 아니면 학교에 버티고 있어라라고 했다. 아픈 나를 걱정하는 게 아니라 학교 출석을 더 신경 쓰는 게 소름 돋았다.


 어쨌든 오늘도 여기에 오는 것 때문에 또 부모와 조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데, 갑자기 오빠가 들어와서 말을 끊고 소리를 질렀다. 말이 안 통한다고 선풍기를 쳐서 넘어뜨리더니, 나를 때렸다. 주먹질을 하고 발길질까지 했다. 거기다 대고 엄마는 오히려 내가 정신이 이상해져서 그렇다는 식으로 이야기했다.

오빠의 폭력은 계속 이어져서 결국 경찰을 불렀다. 오빠는 소년보호소를 가니 마니 했다가 결국 짐을 챙겨서 할머니 집에 갔다. 가족들이 상처를 치료해주면서 남자는 원래 욱하는 게 있으니까 네가 좀 참아라.” “가족은 경찰에 신고하는 게 아니다. 네가 잘못한 거다.”라는 말을 했다. 그런 말을 듣다 보니 내가 잘못한 건가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어렸을 때부터 오빠가 폭력적인 성향이 강했다. 맞은 적도 여러 번 있었다. 믿었던 가족들이 나를 위로하기는커녕 오빠를 감싸고 위로하니까 충격적이었고, 배신감이 들었다. 집을 나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다.



학교에서는 어떤가? 많은 사람들이 이제 학교에서는 체벌이 없어졌다고 하는데.


B : 체벌이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다. 기억나는 일이 있는데, 공동구매 했던 교복을 학교에서 받았을 때였다. 학생들이 새 교복을 입는다는 생각에 설레서 다음 수업이 시작한지 모르고 있었다. 선생님이 들어오셨는데 아이들이 수업 준비를 못하고 소란스러웠다. 그걸 보고 선생님이 화가 나서 교탁에 앉아서 앞에 있는 학생의 책상을 발로 차서 넘어뜨렸다. ‘너네는 선생을 사람으로 안 보냐며 대걸레를 교실 벽에 쳐서 부수었다. 너무 무서웠고, 반 애들도 다 무서워서 고개를 숙이고 앉아있었다. 직접 때린 것은 아니었지만 그 선생님이 책상을 넘어뜨리고 대걸레를 부수었던 게 언제든 학생들도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처럼 느껴져서 위협적이었다.


A : 학년부장 선생님이 있는데, 학교에서 가장 권력이 높다. 어떤 선생님이 가장 힘이 세고 영향력이 강한지는 딱 봐도 알 수 있다. 그런데 그 선생님이 편애하는 학생들이 따로 있다. 그 선생님이 담임을 하는 반에는 편애하는 학생들만 모여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그 선생님 반에 있었다가 다음 학년에 다른 반이 된 애한테는 애들이 너 그 선생님한테 버림받았네라는 이야기를 한다. 학생들이 그 선생님한테 버림받을것을 두려워했던 이유는, 그 선생님이 영향력이 센 만큼 (그 선생님한테) 찍히면 극심한 차별 대우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 선생님이 운영하는 블로그가 있는데, 그 분도 학생들이 자신의 블로그를 보는 걸 알고 있다. 그런데 블로그에 어느 날 학교에서 학생들한테 너무 화가 났는데, 화를 참느라 주먹을 꽉 쥐어서 손바닥에 손톱자국이 났다.”는 내용의 글을 썼다. 당연히 학생들 입장에서는 위축되고, 눈치도 많이 보게 되었다.



그런 일을 겪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B : ‘내가 저 사람한테 이런 말까지 들어야 하나는 생각이다. 내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 벌을 받을 때는 수치스러웠다. 벌을 받아서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고, 그저 그 순간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다.


A : 그냥 무서웠다. 학생이라는 신분 때문에 무조건 학교를 졸업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계속 다녀왔는데, 징계를 받으면 부모님한테 연락이 가니까 선생님한테 혼나고 부모님한테 또 혼날까봐 무서웠다. 교복 때문에 그런 일이 있었을 때는 짜증이 났다. 가뜩이나 교복도 추워서 마음에 안 드는데.



체벌을 당했을 때, 작은 반항이나 회피적인 행동을 해본 적이 있나?


B : 반항을 하면, 더 크게 혼이 날까 못하는 경우가 많다. 체벌에 불만을 표시하면 꼬우면 너네들이 선생해라.”, “네가 인정했으면 이만큼 안 혼났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체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A : '맞는 데는 다 이유가 있겠지' 같은 논리가 너무 이상하다.


B : 교대를 가고 싶어서 면접 준비를 하는데 이런 예상 질문이 있다. “나중에 학생들 지도했을 때 말 안 듣는 학생이 있을 때 어떻게 하겠느냐.” 사람들이 교사라는 역할을 학생을 바른 곳으로 인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니까, ‘어떻게인도해야 하는지 그 수단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다. 교사는 체벌을 해도 학생을 바꿀 수 있다면 그래야 하고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언제 한번은 교대를 다니는 대학생한테 멘토링을 받았는데 대학에서 교수님이 초등학생들은 원숭이와 똑같다고 이야기를 했다고 하더라. 대학 교수가 학생들한테 그렇게 가르친다는 게 너무 충격적이었다.



체벌을 옹호하는 논리로 체벌을 하지 않으면 학생들이 그 교사를 만만하게 봐서 교사가 더 힘들어지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다.


A : 그게 학생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체벌을 하는 교사가 있을 때 학생들은 힘이 센 사람에게 굴복해야 한다는 것을 배운다. 체벌을 하는 교사가 비교 대상으로 존재한다는 것이 문제다. 결국 모든 교사가 체벌을 하지 않으면 된다.



이 글을 볼 교사나 부모에게 체벌과 관련해서 하고 싶은 말은?


A : 체벌이 너희를 위해서이고, 사랑해서라고 말하는데, 사랑한다는 진심을 표현하는 것에는 체벌 말고도 훨씬 많은 방법이 있다고 생각한다.


B : 사랑에는 존중이라는 게 있는데, 어른들이 사랑해서 한다고 하는 행동들을 보면 존중이라는 게 보이지 않는다. 청소년도 비청소년과 다를 것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체벌을 한다는 것 자체가 청소년을 같은 사람으로 보지 않는 것이다. 그랬으면 체벌이 아니라 대화로 문제 상황을 해결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 - 글 : 치이즈

- 만화: 이기, 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