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1. 26. 20:54ㆍ특별 연재/체벌거부선언
부모와 교사, 그리고 청소년은 체벌과 가장 관련이 깊은 사람들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부모와 교사는 주로 체벌의 가해자가 되고, 청소년은 체벌의 피해자가 됩니다. “맞을 짓을 했으면 맞아야지.” 관습처럼 여겨지는 체벌 문화에 문제의식을 가진 부모, 교사, 청소년을 만나보았습니다. 그들이 서 있는 자리에서 체벌을 어떻게 거부할 수 있을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때는 폭력을 그대로 돌려주는게 정의라고 생각했습니다."
체벌을 거부하는 사람들의 인터뷰 - (2) 교사편
어떻게 교사가 되었나.
- 영 : 집에서 멀리 떠나고 싶어서 고삼 때 부모님한테 바다에 나가 원양어선을 타고 싶다고 했다. 그랬더니 엄청 혼이 났다. 그냥 교사해라, 사범대 가라고 해서 별 생각 없이 사범대에 갔다. 3학년 때까지 수업에도 열성적이지 않았고, 흔히 나쁜 선배들과 함께 술 마시고 데모했다. 3학년 때 처음 교생 실습을 갔는데 학생들을 만나고 교사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 류 : 음악을 했는데 ‘이걸로 어떻게 먹고 살지?’ 하는 생각이 들어, 음악 교사라도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별로 교사가 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음악으로 놀고 즐기는 것을 좋아했지, 학생들을 가르치거나 남 앞에 나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91년도에 임용교시를 치면서 학교에 들어갔는데, 그 전부터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라는 영화와 이야기들이 나오고, 청소년들이 자신의 이야기로 쏟아내는 아픔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청소년 자살이 본격적으로 언론에 보도되면서 ‘학생들이 저렇게 고통을 호소하고 죽어나가는데 교사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라는 생각 속에 교사가 되었다. 그랬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대안학교에서 가르치게 되었다.
교사로 일하는 와중에 체벌을 한 경험이 있나?
- 영 : 물론 있다. 33살 때 남자 중학교에 2년 반 있었는데, 그 때 많이 때렸다. 회초리로도 때리고. 언제 한 번은 반에서 덩치가 큰 학생이 체격이 왜소한 학생을 괴롭힌 일이 있었다. 친구를 괴롭힌 학생에게 똑같이 돌려주는 게 정의라고 생각했다. 비 오는 날이었는데 운동장에 돌리고 손으로 머리부터 등과 어깨를 다 때렸다. 그게 가장 잊히지 않는다.
- 류 : 그렇다. 나는 체벌을 옹호하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이래저래 체벌은 했던 것 같다. 첫 발령지가 산골마을에 있는 학교였다. 90년대 초반이니까, 학생에 대한 체벌은 학교에서 일상화 되어있었다. 어느 날 수업에 들어갔는데, 한 학생이 자해를 하고 있었다. 당시에는 이걸 못하게 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래서 그 학생에게 따로 내려오라고 한 뒤에 종아리 10대를 때렸다. 체벌을 한 뒤에, 곧바로 잘못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연고를 가져와 그 학생에게 줬다. 체벌이라는 말을 들으면 잊히지 않는 기억이다.
체벌을 할 때 어땠나?
- 영 : 체벌을 하거나 폭력적인 말을 했을 때, 나는 항상 울었었다. 아마도 나와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 같은 느낌 때문이었던 것 같다. 내 마음에 반하는 행동을 하니까 스스로가 싫어지기도 하고, 복합적인 감정이 들어서 울었다. 지금은 완전 창피하다. 이후에 인문계 남자 고등학교로 옮겨갔고, 그 때부터는 물리적인 폭력을 행사하지 않고 있다.
중학교에서 체벌을 했던 학생을 만나서 미안하다고 이야기했다. 그 친구는 내가 반갑다고 찾아왔지만, 나는 창피하고 미안하다고 했다. 언제는 나에게 싸대기를 맞은 학생이 어른이 되서 나를 찾아온 적이 있다. 사과를 했는데, 오히려 그 때 때려줘서 고맙다고 했다. 그런 말을 듣고 있는데 견디기가 힘들었다. 지금은 네가 청소년이 아니니까, 더 이상 맞지 않으니까 그렇게 생각하게 된 것이라고 했고, 때린 건 나의 잘못이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절대 아니라고 하더라. 그러고 나서 지금은 그 친구와 만나는 게 힘들어서 되도록 만나지 않으려고 한다.
지금 와서 그러한 체벌이 정의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된 것은, 설사 체벌로 인해 그 순간 나쁜 짓을 하지 않게 되었다 해도 그것이 스스로 깨달아서 그런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무의미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단지 더 힘이 센 존재(교사) 앞에서 두려움을 느끼게 되는 것이지 않나. 결정적으로, 내가 누군가를 때린다는 것 자체가 혐오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 류 : 지금 생각해보면 그 사람에게 필요했던 건 더 따뜻한 위로와 상담이었겠지만, 그 때의 나는 그런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 그 학생의 말도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저 체벌을 해서 그 행위를 못하게 해야겠다는 생각만 했다. 연고를 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그 말들이 아이를 위한 말이 아니라 내 행동을 위한 변명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 그래서 그 아이를 만나면 정말 사죄하고 싶다.
청소년기에 체벌을 당했던 적이 있나?
- 류 : 초등학교 4학년인가 5학년일 때 아버지랑 언쟁을 하다 아버지가 제 머리를 세게 후려쳤던 적이 있다. 그때 맞았던 기억은 잊히지 않는다. 선생님들한테 받았던 체벌은, 일상적으로 단체로 맞았던 일들이 있다.
- 영 : 중학교를 다녔을 때 남교사가 생각난다. 평소에는 온화하고 점잖은 사람이었는데 체벌을 할 때 손바닥을 껍질이 벗겨질 정도로 심하게 때렸다. 그러고서 약을 발라줬다. 처음에는 ‘선생님이 우리를 사랑하시나보다’라고 생각했고, 더 말을 잘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자기가 직접 때리고 또 약을 발라주는 게 기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미묘하게 불쾌한 기억으로 바뀌었다.
고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졸면 물리 교사가 자기 뺨을 때리게 만들었다. 교실 곳곳에서 찰싹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공포스러운 느낌이 든다.
어렸을 때 체벌을 당하고 속상해했으면서 왜 교사들이 다시 또 체벌을 한다고 생각하나?
- 류 : 여러 가지 이유가 생각난다. 자기가 받은 경험에 대한 앙갚음일 수도 있고, 어른이 되고 나서 청소년에게 사회가 가하는 압박들에 대해 암묵적으로 동의하기 때문이기도 할 것 같다. 부모든 선생이든 자녀와 학생을 자기처럼 키워내려고 하는 성향이 있는데, 자신의 생각을 알게 모르게 타인에게 강요하지 않나. 자신이 맞으면서 자랐기 때문에 자신의 학생이나 자녀도 맞으면서 자라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체벌을 하는 교사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 영 : 내가 교사 초창기에 만났던 교사들은 모두 ‘초반에 (군기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초반에 잡고 점점 풀어야 그 후에 조금만 잘해줘도 고마워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 류 :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제대로 파악했어야 하는데 집단적으로 감각이 없었고, 교사 개인은 그러한 상황을 바꾸어낼 용기나 의지를 내지 못했다. 학생들을 체벌하고 나서 감정이 좋은 교사들은 거의 못 본 것 같다. 자신을 책망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기분이 나빠서 술을 마시거나 잠을 잘 자지 못한다고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아는 사람 중에 체벌을 한 학생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좋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교사도 있었다. 물론 “정말 그 놈 잘 때려줬다”하는 교사들도 없지는 않았지만.
대부분의 교사들이 깊게 생각하지 않고, 체벌이 교육적인 대의를 위한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면서 체벌하는 것을 정당화하고, 자신이 느끼는 양심의 가책을 회피했다. 체벌이 폭력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체벌 근절을 위해 어떤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 류 : 사회구조적으로 이러한 체벌들이 잘못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실질적으로 체벌을 막아야 관행적인 체벌이 것이 끊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가 일상적인 관습에 문제를 제기했을 때, 서로가 고민하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 영 : 체벌을 거부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하고, 인권 조례가 생기면 좋을 것 같다. 처음에는 ‘요즘 학생들 무섭다’ 거부 반응이 생기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체벌을 하는 게 더 이상한 것으로 여겨져야 한다. 이런 제도들을 통해서 교사들이 체벌을 하지 않는 게 올바른 정의라는 걸 따를 수밖에 없게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교사들에게 체벌을 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면?
- 류 : 그냥 (체벌을) 안 해야 된다. 금연 어떻게 해야 하나? 안 펴야한다! 힘들다고 전자담배 같은 다른 방식으로 피우면 그건 금연이 아니지 않느냐. 체벌에도 대안은 없다. 때리지 않고 손들고 있게 한다고 체벌이 아닌 게 아니다. 체벌하면 교사 관두고 떠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체벌하지 말아야 한다.
- 영 : 이런 대답을 하기에는 사실 나도 자신이 없다. 체벌은 근본적으로 권력의 문제다. 내가 때리지 않고, 폭언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체벌로부터 자유로운 것이 아니다. 내가 학생들보다 더 많은 권력을 가지고 있고, 학생들을 마음대로 무엇이든 시킬 수 있는 상황에서 교사 개인이 뼈를 깎는 노력을 한다 해도 체벌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그래도 일단 내가 지금 실천하려고 하는 것은 최대한 학생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다. 교사가 이렇게 대할 때 내가 학생이라면 어떨까, 그런 생각이 체벌을 하지 않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 만화: 이기, 지혜
- 글 : 치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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