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1. 29. 16:12ㆍYosm Special
많은 학교에서 ‘흡연’은 징계의 최고 수위를 도맡는다. 그것이 ‘퇴학’이든, ‘출석 정지’나 ‘특별 교육 이수’든, 흡연하는 학생은 학교에서 최대한 부과할 수 있는 모든 징계들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학칙은 학교라는 사회 안에서 거스를 수 없는 법처럼 작용하고 있었지만, 학교 밖에 있는 사람들은 학칙에 무관심했다. 학칙의 징계 사항은 대부분 학생들과의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고 교사와 학교 관리자에 의해 임의로 쓰인 것이다. 그 징계 사항들이 적절한지,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지는 않는지에 대한 논의는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러한 와중에 흡연하는 청소년에 대한 징계는 그들을 향한 교사와 관리자, 사실상 사회 전반의 폭력적이고 혐오적인 시선을 그대로 반영했다. 어떠한 문제의식 없이, 학교가 흡연하는 학생을 낙인찍고 퇴출시키는 것에 앞장섰다는 것이다.
학교가 흡연하는 학생들에게 부과하는 징계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서울지부는 지난 10월, 서울 지역의 중고등학교들 중 200여 개를 임의 추출해서 학교알리미(학교정보공시사이트)와 각 학교의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학교 규칙을 조사하였다. 이들 중 학교생활규정이나 선도규정 등이 공개되어 있지 않은 곳들을 제외하고 156개의 중고등학교들(고등학교 80개, 중학교 76개)의 공개된 학교 규칙들을 집계한 결과, 98.7%(154개)의 학교들이 학생의 흡연을 처벌하는 내용을 가지고 있었다. 이 학칙들에서 중점적으로 확인한 부분은 흡연 처벌 학칙 유무, 흡연으로 가능한 최고수위 징계, 흡연 관련 물품 적발시 처벌 조항, 주민 신고로 교외 흡연 처벌 조항, 흡연검사(소변, 호흡) 관련 조항, 흡연 적발 회수에 따라 무조건 퇴학(N진아웃) 조항, 소지품검사 사유에 흡연 의심 존재였다.
중학교는 퇴학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여, 흡연을 이유로 가능한 최고 수준 징계는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나누어 집계했다. 그 결과 조사한 고등학교의 68.8%가 흡연으로 인해 최고 ‘퇴학’의 징계가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또한 조사한 중학교 중 85.6%가 특별교육이수 및 출석정지와 같은 최고 수준의 징계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었다. 퇴학 규정이 없는 중학교를 제외하고 고등학교의 경우, 비록 상대적으로 소수이긴 하지만, 흡연 적발 회수에 따라 무조건 퇴학 조치를 하는 등, 일명 ‘삼진아웃’ 제도를 명시한 학교들도 21.8%였다. 이러한 조항은 학교에서 흡연을 얼마나 심각하고 엄격히 처벌할 문제로 다루고 있는지를 방증한다.
(중고등학교 징계 수준 비교 표)
| 고등학교 | 중학교 |
없음 | 1.3% (1) | 1.3% (1) |
벌점 | 3.8% (3) | 3.9% (3) |
훈계나 금연교육 | 0.0% (0) | 1.3% (1) |
반성문 | 0.0% (0) | 0.0% (0) |
교내봉사 | 2.5% (2) | 2.6% (2) |
사회봉사 | 2.5% (2) | 2.6% (2) |
특별교육이수 | 16.3% (13) | 30.3% (23) |
출석정지 | 2.5% (2) | 55.3% (42) |
퇴학 | 68.8% (55) | 0.0% (0) |
강제전학 | 1.3% (1) | 2.6% (2) |
기타 | 1,3% (1) (선도위원회 회부) | 0.0% (0) |
(흡연 적발 회수에 따라 무조건 퇴학 조치를 하는 등, 일명 ‘삼진아웃’ 제도를 명시한 고등학교 비율 표)
항목 | 비율 (%) |
3회 적발시 퇴학 | 12.5% (10) |
4회 적발시 퇴학 | 13.8% (11) |
5회 적발시 퇴학 | 15% (12) |
6회 적발시 퇴학 | 1.3% (1) |
관련 내용 없음 | 57.5% (122) |
이처럼 흡연은 학교에서 ‘불량 청소년’을 내쫓을 수 있는 명분으로 여겨지고 있다. 다른 징계 해당 행위보다 유난히 흡연과 관련해 엄격한 처분을 내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흡연을 규제하는 이유를 학생의 건강이라고 이야기하지만 학생이 건강을 해치는 모든 행동에 대해서 학교는 개입하지 않는다. 흡연이 심각하게 규제되는 이유는 흡연하는 것이 ‘학생다운’ 행동의 가장 끝에 있고, 어른만이 할 수 있는 행위에 버릇없이 ‘침범’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흡연 사실 적발을 위한 인권 침해 행위
학생들은 교내에서 흡연을 하는 행위뿐만 아니라, 평상시에 흡연을 한다는 사실이 적발되기만 해도 징계의 대상이 되었다. 흡연을 한다는 사실은 흡연 관련 물품 소지, 니코틴 검사, 교외에서의 흡연 행위 제보 등으로 파악되었다.
‘시사인천’에 따르면 인천지역 일부 고등학교에서는 학생 흡연 단속을 위한 소변 검사를 실시했다. 해당 학교의 학생은 화장실도 아닌, 교사가 지켜보는 앞에서 종이컵에 소변을 보도록 강요받았다고 이야기했다. 이에 대해 지난 3월, 국가인권위는 흡연을 단속하기 위한 소변 검사를 실시하는 것이 인권 침해이며, 소변검사를 중지하고 인권친화적인 방법으로 대체할 것은 권고한 바 있다.
학칙에서도 중고등학교들 중 상당수가 흡연과 관련된 물품(담배, 라이터, 금연초, 전기담배)을 소지하고 있는 것을 처벌했다. 이러한 물품을 소지하고 있을 때 흡연을 한 것과 동일하게 처벌한다고 규정한 경우가 59.0%로 가장 많았다.
(관련 표)
항목 | 비율 (%) |
물품 적발시 흡연 적발과 같게 처벌 | 59.0% (92) |
물품 적발시 처벌하지만 흡연 적발과 같게 대하진 않음 | 23.1% (36) |
관련 내용 없음 | 17.9% (28) |
학생이 학교 밖에서 흡연하는 것을 주민이 학교에 제보할 경우 처벌을 하는 학교들도 많았다. ‘학생 신분에 어긋나는 언행’을 주민이 제보한 경우 처벌한다고 포괄적으로 규정한 학교들도 있었으나, 주민 제보를 흡연 적발과 동일하게 취급하는 학교도 조사 대상 중 32.7%나 되었다.
(관련 표)
항목 | 비율 (%) |
주민 제보시 흡연 적발과 같게 처벌 | 32.7% (51) |
주민 제보시 처벌하지만 흡연 적발과 같게 대하진 않음 (“학생답지 않은 언행 제보” 등 포함) | 7.1% (11) |
관련 내용 없음 | 60.3% (94) |
일부 학교에서는 흡연 검사기를 이용하여 처벌하는 것을 학교 규칙에 명시해두고 있었다. 대부분의 경우는 호흡을 이용하여 일산화탄소를 측정하는 형태의 검사기로 보였다. 휘경공업고등학교 학칙에는 “흡연검사해서 수치가 10ppm 이하이면 벌점 10점”이라는 항목이 있었다.
또한 조사한 중고등학교 중 20.5%(32개)는 흡연 의심을 소지품 검사가 가능한 사유로 명시하고 있었다. 정화여자상업고등학교는 흡연자로 확인된 학생들의 손과 입에서 담배 냄새가 나는지 매일 조종례 시 검사를 하도록 하고 주 1회 가방·주머니에 담배·라이터 등의 소지를 확인한다고 학교 규칙을 정해두었다.
(관련 표)
항목 | 비율 (%) |
흡연 검사에서 기준치 이상이거나 검사를 거부할 경우 흡연 적발과 같게 처벌 | 12.2% (19) |
흡연 검사에서 기준치 이상이거나 검사를 거부할 경우 처벌하지만 흡연 적발과 같게 대하진 않음 | 3.8% (6) |
관련 내용 없음 | 84.0% (131) |
한편, 흡연을 단속하겠다는 의지는 흡연 여부가 확실하지 않은 경우에도 처벌을 하는 형태로도 나타나고 있었다. 단국대부속고등학교에서 “학생이 출입금지 구역에 출입했을 때 흡연으로 간주한다는 문구가 명시되어 있었고, 성덕고등학교에서는 “교사와 학생 간 불필요한 갈등을 막기 위해 학생이 담배나 라이터 등을 소지하거나 화장실 한 칸에 두 명 이상이 들어가는 등 의심되는 행위만으로도 흡연한 것으로 간주한다.”고 학칙에 있었다. 게다가 흡연 시 함께 있거나 도움을 준 학생을 처벌하는 조항도 일부 학교가 가지고 있었다.
(관련 표)
항목 | 비율 (%) |
흡연시 도와주거나 같이 있으면 흡연 적발과 같게 처벌 | 9.6% (15) |
흡연시 도와주거나 같이 있으면 처벌하지만 흡연 적발과 같게 대하진 않음 | 4.5% (7) |
관련 내용 없음 | 85.9% (134) |
흡연은 돌이킬 수 없는 죄
흡연 사실을 적발당하고 나면 퇴학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인권 침해가 뒤따랐다. 징계에 해당하는 행위를 했을 때 학생의 인권을 빼앗는 것은 다른 많은 것들이 그렇지만 흡연은 보통 다른 징계 사유들에 비해 더 ‘특별히 심각한 것’으로 취급받고 있었다. 당곡고등학교, 예일디자인고등학교 같은 경우에는 흡연으로 인한 벌점은 다른 벌점 항목들과 다르게 상점으로 상쇄가 불가능했다. 광문고등학교에서는 흡연 학생의 명단을 모두가 볼 수 있도록 공개했고, 배명고등학교에서는 징계 4회가 특별 교육 이수의 조건인데 흡연은 곧바로 징계 3회로 간주되었다.
이 뿐 아니라 흡연을 했을 경우 기존에 보장해주던 기본적인 복지를 삭감하거나 보장해주던 학생 인권 관련 행위를 중단해버리기도 했다. 경기기계공업고등학교에서는 두발을 지도하거나 휴대폰을 압수하지 않지만 흡연이 적발되었을 때는 두발을 지도하고 휴대폰을 압수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었다. 대일관광고등학교에서는 흡연이 2회 이상 적발된 학생에 대해서 장학금, 학비지원, 급식지원, 포상, 대입추천, 취업 등을 징계 결정 이후에 전액 취소 및 보류할 수 있다고 하고 있었다.
과잉 징계와 과잉 금지의 원칙
흡연에 따른 이러한 징계들은 과연 적절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학생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는 명분 아래 어떠한 가혹 행위도 용납될 수 있을까? 시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때 적용되는 과잉 금지의 원칙에는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합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이 있다. 이는 본래 기본권을 제한하는 데 있어 국가 작용의 한계를 명시한 것이다. 그만큼 개인의 기본적인 권리를 부득이하게 제한해야 할 때에는 신중하게 행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흡연을 처벌하기 위해 학생들의 권리를 제한하는 학교의 모습은 어떨까? 먼저 목적의 정당성의 측면에서 흡연을 금지하는 것의 대외적인 목적은 학생들을 유해한 약물로부터 보호하는 것, 그리고 비흡연 학생들을 간접 흡연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므로 정당하다고 치자. 그러나 그 수단의 적합성을 생각해 보았을 때 가지고 있는 담배를 무조건 빼앗고, 담배를 피우는 학생을 학교에서 내쫓는 것이 담배를 더 이상 피우지 않게 하는 목적을 달성하느냐고 묻는다면 수긍하기 어렵다. 단지 교사의 눈앞에서 담배와 담배 피우는 학생을 지운다고 해서 그 학생이 금연을 할 가능성을 매우 적기 때문이다. 흔히 알려져 있듯이 담배는 중독성이 강한 물질이고, 흡연자들이 금연을 하기 힘들어하는 이유는 중독성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이 금연을 하기 원한다면 금연을 돕는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지금 학칙에 명시되어 있는 대부분의 징계들은 학생들이 징계를 받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금연을 해야 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실질적으로 금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퇴학을 당한 학생들은 학교의 관심에서 완전히 벗어남으로써 더 많이 담배를 피우게 될 수도 있다.
세 번째로 침해의 최소성을 적용해 본다면, 흡연 관련 징계는 심각하게 이 원칙을 위반한다. 아무리 목적이 정당하다 해도, 그 목적을 위해 개인의 권리를 침해해야 할 때는 그 정도를 최소화해야 한다. 그러나 가장 기본적인 교육받을 권리를 박탈하는 출석 정지, 퇴학, 강제 전학과 같은 징계들이 흡연에 대한 대표적인 징계가 되었다. 또한 흡연했다는 사실이 드러나지 않았음에도 ‘의심이 가는’ 행위를 처벌하기 위해 소지품 검사를 하거나 몸에서 나는 냄새를 확인하는 것 등은 신체의 자유나 사생활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 따라서 이러한 학생 인권 침해는 불필요할 만큼 그 정도가 지나치다.
비슷한 맥락에서, 흡연 관련 처벌은 또한 법익의 균형성을 해친다. 법익의 균형성은 어떠한 행위를 통하여 얻고자 하는 법익과 그 행위로 말미암아 희생되는 법익 간에 서로 균형이 맞아야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학생이 담배를 피우지 않게 되어 얻는 권익은 그 학생이 퇴학당함으로써 희생되는 학생의 권익보다 큰가? 학생의 흡연을 처벌해서 얻는 이익이 흡연하는 학생을 학교 안에서 고립시키고 낙인찍음으로써 희생되는 학생의 이익보다 큰가? 둘을 비교했을 때 흡연 관련 처벌은 학생이 더 큰 손해를 입게 하고, 더 큰 권익을 잃게 만든다. 그러므로 흡연에 대한 징계는 수단의 적합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을 위반하는 과잉 징계라고 할 수 있다.
흡연이 징계가 되는 이유
학교의 징계 항목은 사회적으로 처벌받을 만한 행위를 규정하고 처분의 정도를 규정하는 형법의 항목과 차이가 있다. 학생들은 교사의 지시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 품행이 불량하다고 판단될 때, 불건전한 이성 교제를 했을 때, 학생들을 선동하고 정치를 조장했을 때 처벌받는다. ‘형법상 유죄로 판결되었을 때’는 그저 학칙에 기재된 항목들 중 하나에 해당할 뿐이다. 형법에 규정된 죄보다 더 많고 세세한, 도덕적인 관습과 얽혀 있는 것들이 학교 징계 항목에 포함되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비청소년들에게 그저 ‘권장’되는 도덕적 관습들이 학생들에게 ‘의무’가 되어 의무를 수행하지 않은 죄로 징계가 부여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비청소년 사회에서도 흡연은 물론 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 취급받는다. 국가는 시민들에게 담배의 위해성을 알리고 금연을 권유하며 더 많은 사람들이 금연하도록 돕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청소년은 흡연을 한다는 이유로 형벌을 받지 않으며, 흡연할 권리 또한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공공장소에 흡연실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흡연 학생은 흡연하는 비청소년보다 훨씬 더 가혹하고 반인권적인 처우에 시달린다. 학생의 흡연을 처벌하는 이유는 비청소년과 마찬가지로 흡연의 위해성으로부터 흡연자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서지만, 그 처벌이 흡연 학생의 기본적인 건강과 안전을 해치는 경우는 무시된다. 흡연이 어떤 점에서 징계를 받아야 하는지, 징계를 한다면 어떤 수준에서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하는지 사회적으로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 그러한 논의 없이 학생을 처벌하는 지금의 징계는 학생들에게 충분히 폭력적이다.
[치이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