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하는 모든 것들을 못하게 하니까 자꾸 하고 싶어 지쟈나' - 이리여고, 핸드폰 규제 공청회 열려

2016. 11. 27. 15:25청소년 24시

 지난 9월 19일 전북 익산시의 이리여자고등학교(이하 이리여고)에서 공청회를 통해 핸드폰 규제와 관련한 교칙을 개정했다.


 이리여고에서는 매일 아침 등교 후에 휴대폰을 거두어 왔다. 전북학생인권조례에 의하면 학교는 학생이 전자기기를 소지하는 것 자체를 금할 수 없다. 학생들은 복도에 대자보를 붙이는 등의 방식으로 문제를 제기해 왔고 결국 교칙 개정을 둘러싼 공청회가 개최되었다. 그 결과 등교 후 휴대폰을 거두되, 학부모의 동의가 있으면 휴대폰을 제출하지 않을 수 있다는 내용의 교칙이 추가되었다. 본 기자는 더 자세한 과정과 상황을 알기 위해 교칙 개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이리여고 인권의 수호 학생(이하 이인수)*님을 만났다.


▲ 당시 이와 관련해 이리여자고등학교 게시판에 붙은 포스트잇



교칙 개정 운동을 시작하신 계기가 있나요?


이인수: 제가 1학기 때 실장을 했었는데 거기서 간부수련회 때 (핸드폰 문제가) 처음 발의가 됐어요. 그래서 그때는 제가 직접 참여를 했는데, 그 이후에는 참여할 수가 없었어요. 2학기 때는 실장이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2학기 때 교칙 개정 심의위원회에 들어가야겠다 싶어서 1학년 대표로 들어갔어요. 학생부장 선생님이 위원회에 계셨는데, 그 선생님이 선생님들의 입장에서 소개해 주다 보니까 왜곡된 부분이 있어서, 애들도 알아야겠다 싶어서 본격적으로 하게 됐죠.


학교에 바란 점은 무엇이었나요?


이인수: 규정이 ‘수업시간에 핸드폰을 사용하지 말자.’였는데 계속 걷어와서, 학교가 최대한 빨리 규정대로 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죠. 왜 걷냐는 식으로 여쭤 보면, 지금까지 그래 왔다는 식으로만 말씀하고 넘어가시니까, (문제 제기를) 해도 큰 소용이 없었어요.


어떤 방식으로 활동하셨나요?


이인수: 7월 쯤에 저랑 비슷한 생각을 하는 친구들을 모아서 학교에 게시판을 만들어서 복도에 설치했어요. 학생부실에서 허가를 받아서. 포스트잇으로 친구들의 의견을 전달받는 형태로 했고, 공청회가 열리기 전에도 일주일에 한 번씩 2, 3학년 모아서 설명도 해 드리고.


특별히 기억나는 힘든 일도 있나요?


이인수: 학교에 게시판을 부착하려면 학생부실 도장을 받아야 해서 학생부실을 갔는데, 그게 한 3일 정도 걸렸거든요. 선생님들을 설득하고, 처음에는 이걸 왜 하냐는 식으로 허가를 안 해 주시다가, 결국에는 그걸 (게시판 설치를) 막을 권리는 없다고 선생님한테 말씀을 드리니까 해 주시긴 했는데. 학생부장 선생님이 위원회에도 계셔서 위원회 분위기도 선생님들 입장에서 흘러갈 수밖에 없었어요. 그게 힘들었던 것 같아요.


공청회 이야기를 해 주실 수 있을까요?


이인수: 교사 두 명씩으로 해서 대표 발언한 다음에 계속 질의·응답 시간으로 했거든요. 궁금한 걸 물어보기도 하고. 좀 아쉬웠던 점은, 너무 학년 간의 갈등이 심화됐다고 해야 하나? 1학년에도 분명 핸드폰을 내려고 하는 사람들도 있을 거고, 2학년에도 휴대폰을 안 내고 싶어 하는 2학년도 분명 있었을 텐데, 너무 1학년은 반대, 2학년은 찬성 쪽으로만 의견이 되다 보니까.


갈등이 있던 학생이나 교사의 주장은 무엇이었나요?


이인수: 학생들은 미성숙하니까 어른들의 보호를 받아야 하고, 통제력이 부족하다는 식으로. 대학교에 가기 위해서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한 건데, 휴대폰을 안 내게 되면은 수업 분위기가 흐려지지 않나, 그러니까, 성적이 저하되지 않나,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그런 갈등이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이인수: 아무래도 공청회가 의견 수렴을 하려고, 중점을 찾으려고 연 게 목적이잖아요. 근데 그것 때문에 더 의견을 수렴하기가 힘들지 않았나.


공청회 이후에는 어떻게 됐나요?


이인수: (공청회 이후) 위원회에서 예외조항을 만들었어요. 부모님이 동의서를 쓰든 아니면 전화를 하든 해서 동의가 있으면 핸드폰을 안 내도 된다, 이런 식으로 만들어서 넘겼던 것 같아요. 사실 그때가 점심시간이었는데 회의가 생각보다 길어져서 학생들은 보냈거든요. 수업 들어가라고.


학생들 의견이 많이 반영된 건 아니었겠네요.


이인수: 아니긴 한데, 그래도 전보다는 나아졌으니까. 그걸로 만족하고.


마지막으로 바라는 점이 있으세요?


이인수: 꼭 휴대폰 문제가 아니라도 교복이나 두발처럼 다른 거에 대해서 학생들이 규정과 다른 의견이 있으면 선례를 보고 참고를 해서 하면 그게 제일 좋지 않을까요? 꼭 휴대폰 문제만 아니라, 뭐든. 앞으로도 더 그랬으면 좋겠고요. 선생님들도 이런 거에 대해서 너무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않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죠. 제가 뭐라고 바람까지. (웃음)


 학교가 학업을 명분으로 핸드폰 사용을 제한하는 일은 가장 흔하고 만연한 차별 중 하나다. 이리여고의 사례는 이러한 차별에서 비롯된 학교나 학생들과의 갈등, 제도적 어려움 등을 넘어서고 학생들이 교칙 개정을 끌어냈다는 의의가 있다. 그러나 학생들의 역할과 권한이 제한되어 있던 것, 개정안에서 핸드폰을 사용하기 위해 부모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 것 등 학생이 온전히 주체일 수 없게 하는 차별이 드러나기도 한다. 앞으로 이리여고에 더 많은 변화가 있기를 기대해 본다.


[쓰르 기자]


*이리여고 인권의 수호 학생: 공청회 당시 핸드폰 수거에 반대하는 교사가 사회자에 의해 ‘인권의 수호자 OOO 선생님’으로 호칭된 데 대한 패러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