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포된 〔요즘것들〕 창간준비호에 일부 그림 그린 사람, 글쓴이 정보가 누락되는 오류가 있었습니다.
창간준비호 일정에 맞춰 디자인과 편집 등을 급하게 하다가 벌어진 실수였습니다.
이름이 빠진 글쓴이, 그린이 등께 사과드리며, 그밖에 오자 등에 대해서도 독자 분들께 사과드립니다.
다음 정식 1호 때는 더 나아진 모습으로 찾아가겠습니다!!
청소년신문 〔요즘것들〕
창간준비호
발행일 : 2014년 3월 12일 |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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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심규민 (slackerz0120@gmail.com)]
개같은학교
"오랜만에 학교 온 학생들을 환영해주러 나온 선생님들? ㄴㄴ~
등굣길부터 학생들의 겉모습에 점수를 매기는 그들. 새학기가 밝았네 벌점이 쌓이네~"
"꿀잠 자던 시간에 학교에 나와야 한다는 충격. 이는 올림픽 출전 선수들이 겪는 시차적응에 맞먹는다. 하루종일 츄리닝을 입고 다니던 몸을 교복에 끼워 넣으려니 갑갑. 규정이 만들어 놓은 틀에 나를 끼워넣으려니 더 깝깝!"
"학교가 학생을 인간으로 보지 않는다는 명백한 증거. 학생들에게 오리처럼 걸으라고 하고, 네 '발'로 엎드려 있으라고 한다. 학기 초부터."
[글=이경은 기자]
[SPECIAL] 상콤한 새 학기를 여는 '군기잡기'?
- 학생들 “우릴 겁주고 통제할 대상으로 보기 때문”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 그러나 학생들을 기다리는 것은 랄랄라 상큼발랄하고 봄 냄새 나는 멋진 스쿨 라이프가 아니다. 오히려 학기 초는 가장 살벌하고 생존능력이 요구되는 때다. 일명 '새 학기 군기잡기라고 불리는 것들 때문.
"확실히 학기 초에 심한 게 느껴지죠. 다른 때면 그냥 넘어갈 일들도 괜히 더 잡는 것 같아요." 중고등학교 생활 5년차의 베테랑 학생인 김모씨(18)는 '새 학기 군기잡기'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교사가 뭔가 흉기 비슷한 것을 들고 다니거나, 교복단추 등 미세먼지스러운 것을 트집 잡아 혼내는 것은 차라리 신사적인 편이라고 한다. 등굣길 찬 길바닥에 '엎드려뻗쳐'를 시키거나, 등굣길에 자신의 잘못을 큰 소리로 외치도록 시키는 경우도 있다.
가장 욕 나오는 경우는 한 명을 본보기라며 엄한 처벌을 하는 것. 다른 학생들에게 겁을 주기 위해서 '튀는 놈' 한 명을 희생양으로 삼는 것이다. 당하는 입장에선 억울할 수밖에 없다.
'잡아놔야 편하다'는 생각 때문
왜 굳이 새 학기에 학교는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일까.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일하는 교사 조모씨(35)는 이에 대해 "교사들이 3월에 미리 잡아놔야 1년이 편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다른 교사들도 학기 초에 잡아야 한다고 교사들을 부추기고, 노하우처럼 '군기잡기'를 전수하기도 한다는 것.
학생들의 입장에서 새 학기를 맞이하는 것은 꽤나 압박스러운 일이다. 방학 직후 7시간, 8시간 이상을 학교에 앉아 있어야 하는 것만 해도 난이도 높은 고행이다. 거기다가 낯선 환경, 새로운 시간표 등에 적응을 해야 한다.
그 런데 '새 학기 군기잡기'는 학생들이 학교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기보다는 학교가 더 싫어지게 만든다. "첫 인상이 중요하다지 않나? 그런데 학교는 첫 인상이 최악인 셈이다. 학교가 우리를 겁주고 통제할 대상으로만 생각하기 때문 같다." 또 한 번 새 학기를 맞이한 베테랑 학생, 김모씨의 따끔한 지적이다. [오렌지 기자]
[SPECIAL] 1학년을 위한 학교는 없다? - 선배와 교사, 양쪽에 치이는 이중고 겪어
3월은 개학의 계절이기도 하지만 입학의 계절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학교들이 신입생을 맞이한다. 하지만 신입생들을 기다리는 건 따뜻한 환영만이 아니다. 교사들의 군기잡기는 당연지사. 거기에 2, 3학년들의 텃세와 선후배 문화까지 더해진다.
선후배는 위아래 관계…
'요즘에도 선후배 문화가 심한가?'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학교에는 선후배를 따지는 문화가 여전하다. 밥 먹는 것, 급식도 학년순일 정도니까 말이다. 2, 3학년이 늦게 와도 1학년들은 아무 말도 못하고 자리를 내어줘야 할 때면 안습. 선배는 후배에게 반말을 쓰고, 후배는 선배에게 말을 높이는 등의 '위아래' 관념도 뿌리 깊다.
상당수의 학생간 폭력이 선후배문화에서 비롯되고 있다. 선배가 후배를 가르치는 것이라며 폭력을 행사하는 것. 신입생이 치마를 짧게 입거나 화장, 염색 같은 것을 하면 그걸 갖고서 신입생이 벌써부터 발랑 까졌다고 욕을 한다. 인사를 안 했다거나 '야린다' 같은 이유로 '갈굼'을 당하기도 한다.
교사들은 이런 것을 묵인하는 편이다. 한 고등학생은 자신이 신입생 때 경험한 것에 대해 이렇게 털어놓았다. "선생님들도 후배가 선배에게 깍듯이 인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한다. 선배들에게 기합, 언어폭력을 당했단 얘기를 해도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어떤 분은 '그러게 선배 말을 잘 들었어야지.'라고까지 했다. 학교가 나서서 선배는 후배를 이끌어 주고 모범을 보여야 하고, 후배는 선배를 존경하고 따르며 예의를 지켜야 한다며 선후배 문화를 부추길 때도 있다."
교사의 단속도 깐깐해
교사들의 '초반에 잡아야 한다'는 생각도 문제다. 이 '초반'은 학년 초에 잡아야 한다는 이야기인 동시에 학교 생활 초반, 즉 1학년 신입생 때 잡아야 한다는 게 되어버린다. 2, 3학년에게는 적용하지 않거나 느슨하게 적용하는 생활규정을 1학년에겐 빡빡하게 적용하는 것이다. 똑같은 잘못이지만 '1학년이 벌써부터 이러느냐'고 더 혼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러한 '1학년 갈굼현상'은 매해 되풀이된다. 교사들의 단속은 물론이고, '후배'일 때 당했던 학생들이 다음해에 자신이 당한 만큼 돌려주는 것이다. 학교도 교사도 선배도, 신입생들을 잡을 생각을 하고 있으니 그렇게 신입생은 영원히 고통 받는 셈이다. 1학년 신입생들에게, 새학기의 학교는 한층 더 가혹한 곳이다. [히믄 기자]
[소식] 개학에 반대하는 이유는? "방학도 제대로 안 해서!"
"개학에 반대한다!" 2014년 2월, 인천교육청 앞에서 개학에 반대한다는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개학에 반대한다니? 개학이 싫은 거야 학생들의 당연한 습성이라지만, "개학 반대!"까지 외치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인천지역모임은 2014년 2월, 1학기 개학을 앞두고 "개학반대" 캠페인을 했다. 개학에 반대한 이유는, 바로 방학이 방학답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천 학생들의 제보에 따르면 방학 보충수업에 강제적으로 학생들을 참여시키는 학교들이 적지 않았다. 심지어 보충수업이 끝난 뒤 며칠 안 남은 방학 기간 중에도 강제 자습을 시킨 깨알 같이 잔인한 학교도 있었다. 보충수업에 불참할 경우 '방학 중 학습계획서'를 작성할 것을 요구한 사례도 있다. 이처럼 제대로 방학에 쉴 수도 없는 것을 비판하기 위해 "개학반대"를 외친다는 것이 아수나로 인천지역모임의 설명이다.
아수나로 인천지역모임은 캠페인과 기자회견을 통해 "무한경쟁교육 속에서 방학이라고 쉬기란 불가능하다. 학교, 학원, 독서실을 전전해야 한다. 앞으로도 무한경쟁 위주의 입시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학생들의 쉴 권리는 제대로 보장될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앞으로도 청소년의 쉴 권리를 위해 활동을 해나갈 계획이다. [오렌지 기자]
[소식] "조퇴도 학생의 권리다!"
개학을 하자마자 "조퇴!"를 외치는 청소년들이 있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광주지역모임에서는 3월 8일부터 "조퇴할 권리" 캠페인을 한다.
보통 학생들은 조퇴를 하려면 교사에게 허락을 받기 위해 아프다는 것을 온몸으로 표현하거나, 특별한 사정을 증명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특별히 교사가 자비롭거나 운이 좋아야 조퇴를 할 수 있을 때도 있다. 아수나로 광주지역모임은 학생이 학교에 있고 싶지 않을 때, 학교 밖에서 해야 할 일이 있을 때에도 항상 무조건 참고 학교에만 있어야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아프지 않아도 조퇴를 할 수 있다", "내가 쉬고 싶을 때 쉬고 싶다"라는 것이다.
아수나로 회원 까만눈새씨(16)는 조퇴할 권리의 취지를 이렇게 말한다. "은행, 관공서, 우체국, 도서관 등등 수업을 다 마쳤을 때는 이미 이용시간이 끝나버리는 기관에 갈 일이 있을 때는 어떡하죠? 쉬고 싶어질 때는요? 갑자기 오후의 햇살을 맞으며 거리를 걷고 싶어지면 어떻게 하죠? 누군가에게는 자연스러운 일상이 학생들에게는 허락을 받아야 하는 일이고, 허락받기도 쉽지 않습니다."
꼭 학생은 학교에만 있어야 하고, 아플 때나 예외적으로 조퇴를 할 수 있다는 것도 잘못된 고정관념일지도 모른다. 조퇴도 권리라는 이들의 주장에 학교가 귀기울여보길 바란다. 까만눈새씨는 "근본적으로 학생이 학교에 있어야 하는 시간이 너무 긴 것부터 문제"라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공현 기자]
[청소년 봉인해제] 종교강요에 맞서 싸운 위영서씨 인터뷰
- "분노가 학교를 바꾸는 힘"
누군가가 학교에 입학하고 새 학년이 된다는 것은, 누군가는 학교를 졸업하고 떠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청소년을 만나, 아직 학교를 다니던 기억이 희미해지기 전,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봉인을 해제하고 자기 이야기를 들려줄 주인공은, 나름대로 파란만장했던 고등학교 시절을 보낸 위영서씨(18)다.
- 작년에 신문에 이름이 꽤 많이 올라간 걸로 안다.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위영서 : 서울 예일디자인고등학교에 다녔고, 며칠 전 졸업했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에서 활동 중이다. 종교재단이 세운 사립학교라 학생들에게 종교를 강요하는 것에 대해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문제제기 했는데 그 일로 신문 등에 났었다. 대학입시를 거부하는 활동을 한 것으로도 보도가 됐다.
- 종교강요? 어떤 것이었나? 영 : 종교수업 대체 과목은 있긴 있었지만, 1학기엔 무조건 종교수업, 2학기엔 무조건 대체과목 식으로 운영했다. 선택할 수가 없었다. 성경책 구매를 강요한다거나, 찬송가 부르기 대회 같은 행사도 있었다. 아침경연회라고 교사가 방송으로 기도를 하고 성경읽기를 하는 것도 있었다.
- 입학 전에 종교에 대한 설명을 못 들었나? 영 : 듣긴 했는데 종교를 강요하는 문제와는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설명을 들었건, 학교를 선택해서 왔건, 종교의 자유는 당연히 있어야 하는 것이니까.
- 하긴, 학교가 교회도 아니니까 말이다. 학교를 바꾸려는 활동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영 : 처음에는 어쩌지 싶었는데 곧 분노로 바뀌었다. 그러다 우연히 학생인권 캠프에 참여하게 됐다. 본격적인 문제의식이 싹텄다.
- 어떤 식으로 학교에 문제제기를 했는지 궁금하다.
영 : 등교시간에 학교 앞에서 1인시위를 했다. 종교자유를 요구하는 대자보(벽보)를 써붙이기도 했다.
- 학교에서 징계를 하지는 않았는지? 영 : 정식 징계는 없었다. 하지만 다른 압박들은 있었다. 예를 들어, 수능시험이 끝난 뒤 원래는 단축수업을 하다가 내가 1인시위를 시작한 날부터 갑자기 7교시를 하게 되는 바람에 그게 나 때문이라는 소문이 학생들 사이에 퍼져 SNS로 욕을 먹기도 했다. 하지만 학교 측에서는 나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라고 제대로 해명도 해주지 않았었다.
- 문제제기한 결과는 어땠나? 영 : 학교 측에서는 종교수업을 선택권을 보장할 계획이고, 종교행사 참여를 원치 않는 학생이 있으면 대체프로그램을 논의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답변이 너무 소극적이어서 아쉽다. 고3 때에야 시작해서 시간이 더 없었던 점도 많이 아쉽다.
- 우여곡절 끝에 졸업하는 소감은? 영 : 퀘스트 하나를 수행한 느낌인데, 찝찝하다. 학교는 그대로인데 나만 떠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냥 딱히 실감이 안 난다.
- 대학입시를 거부한다고 선언한 것으로 안다. 이유가 무엇인가? 영 : 대학을 가게 된 사람들에게는 안 그러는데 대학을 가지 않는 사람에게는 항상 구체적인 대답을 원하는 것 같다.(웃음) 예전에 우연히 사회적 기업을 접했는데 그런 것들이 좋기도 했고 내가 공부 말고도 할 줄 아는 게 있구나 싶어서 기뻤다. 그런 일들에 참여하면서 성적은 많이 떨어졌지만 배운 건 더 많았다. 그래서 입시공부를 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관심 가지고 하는 일을 접기도 싫었고. 대학만이 유일한 진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 새로 학교에 들어가는 분들께 한마디 부탁드린다. 영 : 입학을 하면 나를 화나게 하는 것들이 많아질 것이다. 그런 게 결국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이니까, 나약해지지 말고 분노하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히믄 기자]
[칼럼 : 청소년의 눈으로] 교복의 창살을 풀어헤치자
'교내에선 교복 이외의 복장을 착용할 수 없다' B고등학교에 새로 부임한 교장이 발표한 지침이다. 그때가 바야흐로 11월. 코트의 고마움을 새삼 느낄 때다. 그러나 B고등학교의 학생들은 더 이상 교복 위에 아무것도 입을 수 없게 되었다. 이상한 일이다. 사람이 무슨 옷을 입을지는 기본적으로 스스로 정할 일이다. 춥고 더운 것도 사람마다 느끼는 것이 다르고, 외투 같은 것도 다르게 입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왜 학교가 나서서 무슨 옷을 입을지, 외투를 몇 월부터 입을지 정한다고 하는 걸까.
'교내 겉옷 규제, 폐지되어야 합니다.' - 우리에게 따끈할 권리를!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수원지역모임은 작년 11월, '따끈할 권리’를 외쳤다. 겉옷규제를 비판하면서 만든 홍보물이 페이스북 등 SNS에서 퍼지면서 사람들의 관심과 호응을 받았다. 수많은 사람들은 학생들이 추워하는 것은 아랑곳 않고 복장을 규제하는 학교들의 행태에 분노하고 있었다. 글로벌인재고 나발이고, 추운데도 꾸역꾸역 학교 나와 주는 학생들을 위해 옷 한 벌 주진 못할망정 있는 옷도 못 입게 하고, 입으면 뺏어가고. 학생들을 위한다는 인간들이 쩨쩨하게 이게 뭔가.
그래서 교복은 우리 좋으라고 만든 거였던가?
어떤 사람들은 교복도 제대로 안 입고 겉옷을 입겠다고 불평하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추위나 더위, 불편함은 교복을 제대로 입는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 우리가 입는 교복을 보자. 갑갑한 와이셔츠나 주름도 없는 치마, 단추 잘 안 잠기는 자켓, 전체적으로 구린 교복 디자인. 그러면서도 값은 또 더럽게 비싸다. 뒷돈의 결과라면 몰라도, 이게 우리의 편의를 위해 밤낮 고민해서 나온 결과인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고 넥타이 제대로 매라던가, 단추 다 잠그라던가, 양말, 스타킹 색을 무슨 색으로만 하라던가, 슬리퍼 신지 말라던가… 이런 간섭이 우리의 편안한 학교생활을 위한 것도 아니다.
이런 불편함은 학교마다 상황이 조금씩 다르다. 하지만 ‘학생의 옷을 학교에서 정한다’는 점은 모두 같다. 학교가 옷을 규칙으로 정하면,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옷을 포기하고 학교가 정해준 옷을 입어야 한다. 만약 누군가가 그 옷을 입지 않으면 학교는 그 사람을 처벌한다. 처벌을 피하려고 우리는 점차 학교의 요구를 따른다. 그리고 그것에 점점 익숙해진다. 학교가 정말 원하는 것은 그것 아닐까?
학교의 옷을 벗고 나의 옷을 입자
새 학기다. 날씨는 조금씩 따뜻해지고, 가끔 꽃샘추위가 닥쳐올 것이다. 하지만, 학교는 여전히 교복만을 고집할 것이다. 오히려 여러 용의 복장을 더 심하게 규제할지도 모른다. 학기 초는 우리를 쉽게 길들일 수 있는 기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애완동물이 아니다. 우리는 스스로 옷을 정하고 입을 수 있는 인간이다. 애초에 학교는 왜 학생이 입을 옷을 정할 수 있는 것인지부터 따져야 하지 않는가? 빈부격차 같은 것이 문제라면 제대로 된 복지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맞는 해결책일 텐데 어째서 학생들의 옷을 규제해서 해결하려 드는 걸까? 이제, 학교에게 우리의 개성과 취향을 드러내자. 우리가 인간임을 보여주자. 우리가 입을 옷까지 정해주려는 학교의 오지랖질을 거절하자. 우리를 길들이려는 학교를 거부하자. [필부]
[리뷰 ver.청소년] 실수하고 시행착오를 겪을 기회를 - 『겨울왕국』 (크리스 벅/제니퍼 리, 108분, 3D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엘사는 얼음과 눈에 대한 마법의 힘을 타고났다. 그런데 엘사가 어릴 적 실수로 동생 안나를 다치게 한 뒤, 왕과 왕비인 엘사의 부모는 엘사가 누구와도 만나지 못하게 하고 마법의 힘을 비밀로 숨기도록 한다. 엘사가 다른 이들을 상처 입히지 않도록, 또 다른 사람들에게 따돌림 당하지 않도록. 그러다가 부모가 사고로 죽고, 엘사는 21살에 여왕으로 즉위하며 사람들 앞에 나서게 된다.
하지만 나이를 먹었다고 엘사가 갑자기 마법의 힘을 통제할 수 있게 되지는 않았다. 결국 엘사는 방금 막 만난 남자와 결혼하겠다고 하는 안나와 다투다가, 마법의 힘을 사람들에게 들켜 도망치고 만다. 그 뒤로 폭주하는 엘사의 힘 탓에 여름인데도 세상에는 눈이 내리고 추위가 찾아온다. 이후의 이야기는 엘사를 찾아가는 안나의 모험 이야기면서, 엘사가 자신의 힘을 컨트롤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엘사처럼, 대한민국의 청소년들도 오로지 공부만 하다가 ‘대학 가서’, ‘어른이 돼서’ 뭘 하라는 소리를 듣는다. 마치 나이를 먹으면 자동으로 성숙해진다는 듯. 그러면서 청소년들이 권리를 요구하면 니네가 잘 할 수 있겠냐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마치 완벽하지 못하면 권리도 기회도 가져선 안 된다는 듯.
그러나 엘사가 21살이 되었다고 해서 힘을 컨트롤할 수 있게 되지는 않았던 것처럼, 나이를 먹는다고 자동으로 사람이 성숙해지진 않는다. 엘사 부모의 의도는 좋은 것이었겠지만 결과적으로 더 큰 사고를 초래했다. 안나 역시, 미리 다양한 연애경험을 해봤다면 처음 만난 남자와 몇 시간만에 결혼하겠다고 선언하진 않았을 것 아닌가.
엘사에게 필요했던 것은 어른이 될 때까지 숨어 사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을 시험해보고 두려움 없이 알아갈 기회, 그리고 주변 사람의 이해와 도움이었다. 청소년들에게도 ‘보호’를 핑계로 한 금지와 통제가 아니라, 실수하고 시행착오를 겪을 기회, 그리고 도움이 필요하다. 청소년들은 엘사처럼 온 나라를 얼려버리지는 않을 테니까, 너무 걱정하진 않아도 될 것이다. [공현]
[청소년 24시] [청소년24시]는 청소년들의 삶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들을 짧게 전하는 곳입니다. 여러 청소년들의 제보와 투고를 기다립니다.
◆ 체벌 폭행당한 학생 뇌사 상태에 빠져
2월에 순천에서 체벌을 당한 고등학생이 뇌사 상태에 빠지는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다. 증언에 따르면 피해 학생은 지각을 했다고 교사에 의해 머리를 벽에 찧는 폭행을 당했고 복도를 '오리걸음'으로 걷는 기합도 받았다고 한다. 일부 언론들은 해당 학교에서 책임을 피하기 위해 학생이 폭행을 당한 후 조퇴를 한 것처럼 출석부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초중등교육법시행령에서는 교사가 신체 및 도구로 학생에게 신체적 고통을 주는 벌을 가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학생의 뇌사가 교사의 폭행에 의한 것인지 가려지기는 쉽지 않겠으나, 가해 교사는 처벌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 피해자인 학생 분은 3월 11일 끝내 돌아가셨습니다. 조의를 표합니다.)
◆ 입학생들에게 '서약' 강요하는 학교들
입학생들에게 '서약서'를 받는 학교들이 있다. 대개 '학교규칙을 잘 지키겠다', '스승을 존경하겠다', '상급생에게 겸손하겠다', '학업에 전념하겠다' 등의 내용이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한 경우 '어떤 처벌도 달게 받겠다'와 같은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서약서를 제보한 학생 이모씨는 "규칙이 정당한 지 아닌지 따져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 그러면 무조건 복종 서약이나 다름없다. 국민이 되는 조건으로 정부가 준법서약을 요구하지는 않지 않나. 사람이 법보다 우선하고, 국민이 국가의 주체이기 때문일 테다. 학교가 학생에게 서약을 요구하는 것은 학생을 학교자치의 주체로 인정하지 않아서라고 본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한컷태클]건전공부 vs. 유해게임?
[그림=심규민 (slackerz0120@gmail.com)]
청소년의 게임 과몰입이 문제시되고 있습니다. 그에 비해 청소년의 공부는 과도하든 어쩌든 건전하다고 장려하는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하지만 청소년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공부를 너무 많이 하는 걸 걱정해야 하는 건 아닐까요? 그러므로 우리는 '건전한' 공부보단 '유해한' 게임을 좀 더 하는 편이 낫겠습니다. [플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