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9. 27. 00:03ㆍ인터뷰
"구호보다 일주일에 두세 번씩 같이 서명을 하러 다녔던 친구들이 기억에 남는다."
지역에 청소년이 산다 연속 인터뷰 (3) 창원에 효정이 산다
요즘것들은 지역의 주민으로서 참여하며 살아가는 청소년들을 만났다.
관련기사 : YOSM SPECIAL 지역에 청소년이 산다
제보 : yosmpress@asunaro.or.kr
밀루 (이하 밀) : 자기소개를 해달라.
이효정 (이하 효): 활동가 이효정이다. 지금은 창원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고, 청소년운동은 다니던 학교가 있는 마산에서 학교 친구들, 지역 친구들과 주로 함께했다. 학생 때 활동할 때의 고민이 지금도 이어져서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밀 : 2015년 경남도지사 홍준표 도지사가 무상급식을 폐지하겠다고 선언했을 때 무상급식활동을 해나갔다.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효 : 처음 무상급식이 이슈가 될 때에는 크게 와 닿지 않았다. 급식비를 내 돈으로 내던 것도 아니었고. 당시에는 사회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많은데, 막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결정적으로 내가 뭔가 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크게 든 것은 다른 학생들의 활동이었다. 집회, 퍼포먼스를 하는 등 지역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는 청소년들을 보니, ‘나도 저 사람들과 같은 사람인데 나도 뭔가 할 수 있지 않을까’, ‘주변 친구들 중에서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때 나는 학생회 활동을 하던 중이었는데, 생각이 다른 친구들도 있었지만, 우리가 목소리를 내야겠다고 생각하는 친구들도 많이 있었다. 그래서 동의하는 친구들 중심으로 할 수 있는 걸 해보자고 결정했다. 아수나로 창원지부에서도 필요성에 대한 공감이 이루어졌다.
밀 : 왜 무상급식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나?
효 : 우리는 항상 토론을 하면서 내용과 방향을 결정했다. 주로 나온 이야기는, 보편적 복지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무상급식을 복구한다기보다 앞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해왔다. 원래 경남의 무상급식은 읍면지역에서만 이뤄져서 도시지역 학생들에게는 자기 이야기가 아니었다. 하지만 도시 학생들도 서명에 많이 참여했고, 이것은 도시 학생들도 보편적 복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홍 도지사는 ‘왜 돈 있는 집 아이들까지 급식을 줘야하냐’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당시 정책 대상자를 봤을 때 도시 지역 학생들은 대상에서 빠져있는데, 그들이라고 모두 부유하지 않다. 시민들 사이의 격차라고 해봐야 정규직과 비정규직, 자영업자의 차이일 텐데, 그 차이는 사회에서 많은 부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과의 소득차이와 비교했을 때 전혀 큰 차이가 아니다. 정말로 불공평이 이 제도가 갖는 문제점이라면, 가장 많은 부를 가진 사람들에게 세금을 더 걷으면 된다. 그걸로 보편적 복지를 실시하면 모두 공평한 삶을 살게 된다.
가장 합리적인 방법을 선택하지 않는 건 다른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홍도지사의 선별적 복지의 논리는 핑계라고 생각한다. 설득력이 없다. (15년 7월, 홍준표 도지사는 다른 영남지역의 평균 수준으로 무상급식을 시행하도록 입장을 전향했다. -편집자 주)
△ "우리 손으로 지키는 우리 밥" 경남도청 기자회견 모습
밀 : 운동 중 기억에 남는 구호가 있다면?
효 : 구호보다 일주일에 두세 번씩 같이 서명을 하러 다녔던 친구들이 기억에 남는다. 우리는 그 때 그렇게 넉넉하지 않은 용돈을 쪼개서 차비를 쓰고 식비를 써가면서, 그리고 그보다 더 큰 노력과 시간을 들여가면서 직접 나의 입으로 나의 발로 실천을 했다. 용기가 필요했던 일이다. 그런 일을 처음해보는 친구들이 많았다.
자신의 생각을 가져가고 뭔가 사회의 일원으로서 목소리를 냈다는 것이 삶에 있어 굉장히 의미가 있는 일인 것 같다. 그래서 현재에도 살아가는데 밑거름이 될 것 같다. 무상급식 서명 이후 눈에 보이게 뭔가 변한 건 아니지만 그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밀 : 무상급식 활동에 대한 다른 청소년들의 반응은 어땠나.
효 : 학생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게 인상 깊었다. 이 일이 내 문제라고 생각해서 활동하려는 사람도 있었지만, 공감을 하지만 나는 못하겠다는 사람도 있었고, 문제긴 하지만 저렇게 나서려고 하는 애들이 이상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고, 드물지만 아예 생각이 반대인 사람도 있었다. 이 문제에 있어 나서지는 못하지만 공감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았던 것 같다.
우리는 그걸 중요하게 봐야 할 것 같다. 눈에 보이게 사람들이 말을 하고 있지 않아도, 사람들은 눈과 귀와 생각이 있어서 나름의 의견을 갖기 마련이다. 그것이 언제든 결심하게 되는 때가 오면 표출된다고 생각한다.
△ 경남도청에 무상급식을 지지하는 청소년 3천여 명의 서명을 전달하는 모습
밀 : 왜 무상급식 ‘서명’운동이었나.
효 : 청소년들은 직접 영향을 받는 당사자임에도, 급식 문제에 관해 목소리를 내고 실제적인 권리를 행사하도록 보장하는 어떤 제도도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그래서 지역의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서명운동으로 모아냄으로서, 청소년들도 이 사회의 구성원이고, 자기 삶에 대해 고민하고 판단할 권리가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청소년들에게 참정권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밀 : 참정권은 보통 선거권에 국한 되어 이야기되곤 하는데.
효 : 선거권과 피선거권은 비청소년에게도 주어져있다. 선거권만이 주어져야한다는 이야기는, 선거권만 있으면 사회에 문제가 사라진다는 이야긴데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선거권이 주어진다고 해서 청소년들의 삶의 문제나 이 사회의 문제가 해결된다고 보는 건 틀렸다. 청소년이 아니라 이 땅을 살아가는 누구라도 그럴 수 있는 일이다. 청소년 뿐 아니라 모든 사람의 정치적 자유가 확대되기를 바란다.
인류를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새로운 생명의 탄생이다. 사회가 환영하고 지원하고, 그것을 감당할 개인의 수고로움을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몇 살 부터 자기 삶을 결정할 수 있고 몇 살은 결정할 수 없다고 숫자로 나누기는 어려울 것 같다. 생명이 나름대로 사회에 적응하고 자기 기량을 펼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가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군가 걱정하고 제한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부딪히고 살아가면서 길러지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규범을 함께 만들어가면서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밀 : 청소년의 사회참여에 가장 걸림돌이 되는 건 무엇일까?
효 : 자본주의! 이건 모든 문제와 모순을 포괄하고 있다. 어느 하나가 완화된다고 해서 풀릴 수 없는 문제인 것 같다. 입시경쟁이 완화된다고 해도, 빈부격차가 여전히 크다면 나는 남는 시간에 일을 할 것 같다.
자본주의 하에 우리 삶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다치거나 문제가 생기거나, 내가 잠깐 쉴 곳을 찾는다고 해도 돈이 들기 때문에. 이 여러 가지 문제 중에 하나가 나아진다고 해도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나의 문제와 청소년 인권의 문제를 사회 전체의 구조와 흐름 속에서 올바르게 파악할 수 있어야 우리는 적절한 해결책을 도출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밀 : 청소년의 사회참여에 가장 필요한 것은?
효 : 청소년 스스로가 무엇을 하겠다고 결심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기 힘든 상황이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고 비난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는 건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안 된다. 다른 사람들의 힘으로 문제가 조금이라도 해결된다면 우리는 계속 누군가가 내 문제를 해결해주길 바라면서 그들에게 매달리거나 뒤로 숨지 않을까? 나라면 그럴 것 같다. 그런 삶은 진정으로 자유로운 삶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 밀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