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핵발전소 없이, 입시경쟁 없이 살 수 있을까?

2015. 8. 5. 16:07인터뷰

핵발전소 없이, 입시경쟁 없이 살 수 있을까?

- 청소년 녹색당 준비모임 '녹갱이'씨






에어컨 바람, 몸은 편하지만 마음은 불편하다. 많은 전기가 들기 때문이다. 한국은 90% 이상의 화력발전과 핵발전(원자력발전)으로 만든다. 정부는 핵발전이 안전한 친환경 에너지라고 하던데, 정말일까?


어떤 사람들은, 미래의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에너지를 아껴야 한다고 하고, 한편에선 요즘 아이들은 철이 없어서 에어컨 틀자고 조르기만 한다는 사람들도 있다. 그럼, 이제 청소년이 직접 이야기하면 어떨까? 청소년 녹색당을 준비 중인 녹갱이 씨에게 핵발전의 진실과 에너지 문제의 해결 방법, 그리고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위한 변화의 방향을 물었다.




- 날씨가 더워져 학교에서도 에어컨을 틀기 시작했다. 녹색당원이라면 에어컨을 트는 걸 반대할 것 같은데, 실제로는 어떤가?


녹갱이 : 꼭 그런 건 아니다.(웃음) 녹색당에는 전기를 덜 쓰고, 고기를 덜 먹고, 화석 연료를 덜 쓰려는 당원이 꽤 많다. 하지만 문제의 원인은 사회구조에 있고 개개인의 실천만으로는 택도 없다. 에어컨을 다 끄는 게 답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 지금의 에너지정책엔 어떤 문제가 있나?


녹갱이 : 발전소를 너무 많이 짓고서 산업용 요금을 적게 책정해 소비가 늘고, 발전소를 더 짓는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전력수급기본계획안을 보면, 사람들이 전기를 쓰는 양(수요)이 이제 그다지 늘지 않고 있는데도 더 많이 늘어날 거라고 상승률을 예상했다. 수요 제한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전기를 덜 쓰게 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 또 전기를 가장 많이 쓰는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발전소를 많이 짓는다. 그래서 전기를 멀리까지 보내는 고압송전탑이 필요해진다. 발전소나 송전탑은 주변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며, 전자파 등이 생태를 파괴한다. 전기를 덜 쓰며 지역별로 에너지를 자급하는, 안전하고 민주적인 구조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핵발전은 대책 없는 에너지"


-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사고와 밀양송전탑 반대운동 이후에 ‘탈핵’, 핵발전소를 없애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왜 ‘탈핵’이 필요한가?


녹갱이 : 핵발전소 사고가 일어나면 20~30km 이내 주민들은 방사능 위험에 노출된다. 사람의 실수, 기계의 노후화, 지진·해일 등의 이유로 사고는언제든 일어날 수 있고, 회복이 불가능한 수준의 사고가 일어나기도 한다. 또 핵발전 후에 생기는 폐기물인 ‘사용 후 핵연료’는 10만년 이상 보

관해야 방사능이 보통 수준으로 줄어든다. 하지만 10만년을 견딜 수 있는 건축물을 지을 수 있는 기술은 인류에게 없다. 핵발전은 현재는 물론 미래세대에 부담을 주는 대책 없는 에너지이므로 멈춰야 한다.



- 한편으로는 핵발전 없이도 전기 쓰는 걸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된다. 완전한 탈핵이 가능할까?


녹갱이 : 가능하다.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기술개발에 과감히 투자할 필요가 있다. 독일의 경우, 전기 중에서 재생가능에너지 비중을 늘려 2011년 20%를 넘어섰다. 그렇게 2022년까지 탈핵을 하기로 결정했다. 이런 변화가 가능한 이유는 시민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재생 가능 에너지에 투자하고, 정부 또한 발전차액지원제도*를 통해 적극 지원했다는것이다.

(* 발전차액지원제도 : 신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를 정부가 정한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팔았을 때 더 적게 번 만큼을 지원해주는 제도)




"우리도 정치를 하는 게 필요하다"


- 녹색당이 단지 에너지 문제만 이야기하는 정당은 아니라고 알고 있다. 한국의 청소년·청년은 입시부터 취업까지의 무한 경쟁, 그리고 생계를 스스로 혹은 가족끼리 오롯이 책임져야 하는 불안한 삶에 시달린다. 녹색당은 이런 문제에 관해 어떤 변화를 추구하고 있는지?


녹갱이 : 녹색당은 더욱 안전한 사회, 더 공평한 사회, 더욱 민주적인 사회, 그래서 더욱 행복할 수 있는 사회를 지향한다. 한국은 그동안 경제 성장을 최우선 목표로 두었다. 그러는 사이 정말 중요한 불평등의 문제와 생태 문제, 소수자 인권 등은 뒷전이되었다. 우리는 공동체를 회복하고, 일할 수 있는 모두가 적은 시간 노동하고 충분한 임금을 받도록 해 사람들이 과도한 경쟁 대신 더 많은 여유를 누릴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만약 학생, 예술가, 시민단체 활동가, 자원봉사자, 아동·청소년, 장애인 등, 임금을 못 받는 일을 하거나, 일을 할 수 없는 사람들 모두에게 생계를 보장한다면 어떨까? 그들이 하고 있는 일에 더욱 집중할 수 있을 것이며, 취업 경쟁, 입시 경쟁도 지금보다 훨씬 널널해질 것이다.



청소년녹색당은 어떤 데인가? 그런데 청소년이 정당에 가입할 수 있나?


녹갱이 : 청소년들의 정당 참여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지만, 그래도 녹색당은 창당 때부터 청소년의 당원 가입을 인정해왔고, 청소년 당원은 비청소년 당원과 같은 권리를 가진다. 청소년 대의원도 4명 추첨한다.* 청소년녹색당(준)은 청소년의 권리 등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같이 연구하고 행동하는 조직이며 청소년의 정치참여를 통해 청소년의 삶을 바꿔나가기 위해 활동한다. 청소년녹색당(준)은 청소년의 권리에 관심 있는 청소년을 환영한다. 당원 가입 후 나를 비롯한 청소년녹색당 준비위원이나 녹색당 사무처에 연락을 주면 청소년녹색당(준)에 가입할 수 있다.

(* 대의원은 당 안에서 당원들의 뜻을 대표하여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녹색당은 대의원을 추첨, 즉 제비뽑기로 뽑고 있다.)



- 환경이나 생태운동을 보면 '엄마 마인드'로, 어린이·청소년들을 보호와 시혜의 대상으로 보는 경우가 있다. 가령 우리 아이들에게 깨끗한 자연환경을 물려주자거나 유해환경에서 보호해주자는 것들 말이다. 그래서 청소년을 주체적으로 함께하는 사람들로 보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는데, 이에 대해 청소년 녹색당 준비모임의 입장은 어떤가?


녹갱이 : '아이들에게 핵 없는 세상을' 등 차별적 구호에 대해 녹색당 및 환경생태운동 내외의 청소년 활동가들이 꾸준히 문제제기를 해왔다. 청소년은 미래세대가 아니라 지금을 함께 살아가는 사회구성원이며주체라고. 보여주기만을 위한 장식품이나 비청소년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는 대상으로 대우하지 말라고 말이다. 그럼에도 이런 문제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청소년녹색당은 모두에게 평등한 정당, 나아가 모두에게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계속해서 활동할 것이다.



[밀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