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02 :: 더운 학교, 어쩔 수 없는 걸까

2015. 8. 5. 12:24Yosm Special

Special 02 

:: 더운 학교, 어쩔 수 없는 걸까

건물 설계, 일정 조정 등 해결책은 쉬운 곳에



 경기도 수원의 한 여고에 다니는 고등학생 김여름 씨(가명)는 아침에 학교에 들어가기가 망설여진다. 여름이되니 현관을 들어갈 때, 교실 문을 열 때, 더운 공기가 훅 덮쳐온다. 김여름 씨는 아침이 오히려 더 덥게 느껴진다고 이야기한다. “1교시가 지나면 에어컨을 교실에서 틀 수 있게 해준다. 문제는 학교에 가면 아침부터 덥다는 거다. 막 숨이 막힐 거 같이 더울 때도 있다. 아침엔 선풍기도 제대로 틀어주지 않는다.”


 왜일까? 교실은 여름에는 더 덥고 겨울에는 더 춥게 느껴진다. 고등학생 김여름 씨는 그 이유에 대해 “우리 교실이 있는 건물은 바로 앞 건물이 통풍을 다 막는다. 게다가 반마다 서른 명이 넘게 있으니 더 후덥지근한 거 같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건물도 문제다. 서울시 성북구의 한 중학교 교사, 윤상혁 씨의 증언이다. “우리 학교는 건물이 오래 돼서 햇빛에 금방 뜨거워진다. 서향으로 지어져 있어서 오후에 햇볕이 쏟아져 들어온다. 차양을 설치해달라고 건의했지만 안전 등을 이유로 안 됐다.” 건물이 낡고 부실한 학교일수록 더 쉽게 빨리 더워진다. 그러다보면에어컨을 더 빨리 더 오래 틀기를 원할 수 밖에 없다. 결국 돈이 없고 낡은 학교가 더욱 더 냉방비가 많이 들어가고, 그게 부담스러우면 더위를 억지로 참는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늘’과 ‘환기’가 중요


 학교 건물들은 구조부터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 콘크리트로 만든 성냥갑 같은 건물은 햇볕을 받아 온도가 쉽게 올라간다. 여름이면 콘크리트 건물은 아침부터 열기를 내뿜는다. 교실은 대개 칸막이 구조로 되어 있고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 사람들의 쾌적한 생활이나 에너지 낭비 문제는 고려하지 않고 단지 많은 사람들을 집이 넣는 게 목적인 설계다. 개교한 지 2년 된 경기도 광명시 광휘고의 학교 건물에는 처마가있어서 햇볕이 들어오는 걸 막아준다. 창문은 이중창으로 단열이 잘 된다. ‘그늘’은 건물이 뜨거워지지 않게 하는 필수 요소다. 작은 대안학교들도 건물을 낮게 짓고 나무로 그늘을 만드는 등의 방법으로 최대한 에어컨을 쓰지 않으면서도 시원한 온도를 유지하곤 한다.


 이처럼 방법에 따라 학교는 더 시원해질 수 있다. 에어컨이냐 인내냐의 양자택일의 상황을 벗어나야 한다. 가령, 단열과 환기를 최적화하여 에너지 효율을 높인 ‘패시브하우스’는 냉난방 에너지를 90% 절약하면서도 너무 덥지도 춥지도 않은 온도를 유지할 수 있다. ‘패시브하우스’ 설계는 앞으로 새로 지어지는 건물에 의무화될 예정이다. 전환기술 사회적협동조합 김성원 씨는 학교 건물의 더위 문제에 대해 이렇게 조언했다. “콘트리트는 열을 저장하는 재료다. 다른 자재로 이중벽을 만들거나 넝쿨식물을 이용하고 옥상에도 차광막을 설치해서 햇볕을 막아야 한다. 복도 쪽에는 아래쪽에 환기구를 둬서 서늘한 공기가 들어오게 하고 창 쪽으로는 위쪽에 배기구를 둬서 자연스러운 대기의 흐름이 이루어질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게 기본이다. 이정도만 해도 확실히 차이가 난다. 또, 옥상까지 연결되는 ‘태양굴뚝’이라는, 뜨거운 공기를 빼내는 구조물을 설치하는 것도 방법이다.”



학생 수와 수업시간 등도 문제


 하지만 아무리 건물을 잘 지어도 여름은 덥다. 좁은 공간에 30명 넘는 사람들이 몇 시간씩 있다 보면 불쾌지수도 올라가고 공기도 나빠지기 쉽다. 광휘고 교사 김수현씨는 건물 설계도 중요하지만 그래도 학생들은 더워한다며, “학급당 학생 수, 그리고 수업시간이나 방학일수 등의 문제도 있다."라고 전했다. 사람 수를 줄이고, 여름엔 너무 더운 오후까지 수업하지 않아도 되게 시간표를 짜고, 방학도 길게 해야 한다는 것dl다.”라고 전했다. 사람 수를 줄이고, 여름엔 너무 더운 오후까지 수업하지 않아도 되게 시간표를 짜야 한다는 얘기다.


 덜 더우려면 햇볕을 막고 바람이 통하게 하면 된다는 단순한 이치처럼, 너무 더우면 학교를 쉰다는 단순한 방법이 해결책일 수도 있다. 계절에 따라 충분하게 방학을 늘리는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과도한 학습량을 먼저 줄여야 한다.


 여름철 더위에 덜 고통 받으려면 학생과 교직원들의 생활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것부터 돼야 한다. 찜통더위 속에서도 냉방을 하지 않고, 억지로 수업을 듣게 하고 공부를 시키기보다는 사람들이 충분히 쉴 수 있게 하는 유연한 학교가 되어야 한다. 건물부터 일정까지 사람들의 쾌적함을 먼저 신경 쓴 그런 학교라면, 아마도 여름도 견뎌낼 만할 것이다.


[공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