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신문 요즘것들

우리는 미래의 존재가 아니다

2018.05.12 22:45 - 요즘것들 아수나로



우리는 미래의 존재가 아니다

 

 초등학교 시절 한 교사가 있었다. 6학년 당시 나의 담임이었고, 나를 포함한 많은 학생을 괴롭혔다. 말을 듣지 않는다고 학생을 교실 밖으로 쫓아내고 때렸다. 그 선생님이 한 “생리통은 다 엄살이다. 여자의 특권인데 그 정도도 못 참냐.”, “기모노는 남자가 돌아오면 빠르게 성관계를 하기 위해 이불로 쓰이는 옷이다.” “여자가 기가 세면 남자 기가 죽는다.” 등의 말들을 참을 수 없었다.


 그를 신고하기 위해 교육청에 민원을 넣었다. 그러나 나의 고발은 ‘어른들의 일’처럼 취급됐다. 담임은 “이건 어른들 일이니까 넌 신경 쓰지 말고 너 할 일이나 해라.”라고 했다. ‘피해자가 아닌 사람들’끼리 합의로 내가 넣었던 민원은 삭제됐고, 담임은 우리 반 앞에서 사과했다. 나는 아직도 합의 내용을 알지 못한다.


 그 후 나는 가해교사에게 몇 번이고 조롱당했고, 한 달에 몇 번씩 교실 밖에 불려가 부장 교사와 면담을 했다. 학생들의 반응도 시큰둥했다. 뭐 그렇게까지 하냐는 반응이었다. 나는 예민하고 이상한 학생이 됐다.  나 혼자 보복을 감당해야 했다.

 

 중학교로 왔을 때는 허무했다. 교사들은 아무렇지 않게 성희롱적 발언이나 체벌을 했다.


 작년, 한 교사가 복도로 학생을 내동댕이치던 그 순간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떠든 게 왜 잘못이냐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그 일을 다른 교사에게 고발하자, 쉬는 시간에 가해교사가 교실로 찾아왔다. 그는 ‘다른 학생들도 떠들지 않게 하려고 그랬다’는 변명과 함께 애매한 사과를 했다. 그는 수업 분위기를 잡는다는 명분으로 학생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정당화했다.

 

 초등학생 때는 교육청에 신고했고, 중학생인 현재는 대자보를 붙였다. 하지만 대자보는 학생들이 다 등교하기도 전에 가해교사에 의해 찢기고 뜯겨나갔다. 학교에서는 대자보가 붙은 당일 ‘인권침해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교장이 공식적인 사과를 했다. 하지만 교사들은 “요즘 학생들 무섭다.”, “그런 식으로 말하면 신고당한다.”라며 비웃듯이 말했다. 우리의 대자보는 쉽게 조롱당했다.


 교사들은 대자보가 붙은 이후에도 여전히 학생들을 함부로 대한다. 청소년 말은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하고, 쟤들이 무얼 할 수 있겠느냐는 말을 내뱉는다. 청소년의 행동을 가소롭고 작고 기특하다고 보기에 우리 대자보는 비웃음과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학교에서 교칙을 개정하기 위한 공청회를 열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모두들 내가 열 번 이야기하는 것보다 학부모가 한번 이야기하는 것을 쉽게 받아들이고 진지하게 들었다.

 

 최근 미투 운동이 일어나면서, “어린 여자아이들은 영원히 어리지 않다. 강력한 여성으로 변해 당신의 세계를 박살 내려 돌아온다.”라는 문구를 보았다. 하지만 어린 여자아이는 시간이 지나야만 강력한 여성이 되는 것이 아니다. 이런 문구들은 엄연히 존재하는 ‘어린 여자아이’의 힘을 보지 못하도록 가린다. 우리는 학교 안에서도 충분히 ‘박살’ 내려 하고 있다. 청소년을 약하고 어린 존재로만 본다면 계속해서 우리의 목소리는 무시당하고, 폭력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다 같이 불편함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먼저 우리의 부당함을 들을 준비가 된 사회가 필요하다. 우리의 목소리가 학교 담장을 넘어 사회까지 전달되어야 할 것이다.


- 무아 (아수나로 진주지부/학내 인권모임 ‘인간적으로’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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