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신문 요즘것들

부모 허락이 없어도 돈을 벌고 싶다

2017.07.12 19:43 - 요즘것들 아수나로


부모 허락이 없어도 돈을 벌고 싶다



 고등학교 진학을 위해 집을 떠나 타 지역으로 올라왔다. 시작은 좋았다. 성적을 좋게 받을 수 있을 것 같았고, 특성화 고등학교이니 잘하면 창업을 해서 돈도 벌 수 있을 줄 알았다. 백만장자의 꿈을 안고 고등학교에 진학했으나 내 꿈은 헛된 꿈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학교에 입학하고 보니 중학생 때보다 돈 쓸 일이 잦아졌다. 선후배 간 친목을 위한 마니또도 있고, 외모에 관심이 생기다 보니 화장품도 사야 하고, 우리 학교는 교복을 입지 않기 때문에 필요한 사복도 몇 벌 구매해야 하고, 급식이 맛없는 날에는 편의점에 가서 라면도 사 먹어야 하는 일들 말이다. 사실 어떻게 보면 이 모든 것이 꼭 필요한 지출은 아니다. 내키지 않으면 돈을 아끼기 위해 꾹 참고 급식을 먹을 수도 있다. 어쩌면 가정 경제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내가 나쁜 것일지도 모른다. 그걸 자각하고 나서 지출을 최소한으로 줄이기는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교통비 같은 비용은 어쩔 수 없이 빠져나간다.


 나는 용돈을 그때그때 타서 쓰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나는 저축도 불가능하고, 저번 달 용돈을 이번 달에 끌어와서 쓰는 것도 불가능하다. 어떻게 보면 내 돈 씀씀이를 부모님이 감시하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 ‘이번 달엔 돈을 왜 이렇게 많이 써?’, ‘아빠가 너 돈 많이 쓴다더라.’, ‘돈만 쓰지 말고 공부 좀 해라.’ 등등의 잔소리를 듣다보면 가끔은 내가 벌어서 쓰고 싶다는 생각이 너무나도 간절하다.


 그러나 나는 돈을 벌 수 없다. “학생이 공부를 해야지, 돈은 무슨!” 학교에 입학하기 전 엄마에게 내가 창업해서 돈을 벌겠다고 하니 돌아온 대답이었다. 엄마는 내가 좋은 대학에 가기를 원하고, 아직은 돈을 버는 것은 꺼려하시는 것 같았다.


 나는 사고 싶은 것도, 갖고 싶은 것도 많고, 남을 도와주는 것에도 관심이 많은데, 내가 돈을 가지기 위해서는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너무 큰 지출을 해서는 안 되며, 너무 큰 욕심을 내서도 안 된다. 돈을 아껴 써야 한다. 하지만 그 제한 속에서 나는 남을 도울 수도, 내가 원하는 것을 살 수도 없다. 


 돈을 벌고 싶다. 그 생각이 간절히 들 때면 공모전 사이트에 들어가 본다. 내가 가진 재능을 최대한 발휘하여 돈을 벌 수 있으니까. 그러나 그마저도 쉽지가 않다. 내 재능과 딱 맞는 공모전을 클릭해 보면 대학생 이상이라는 조건에 좌절하고 만다. 내가 아직 ‘성인’이 되지 못한 ‘미성년자’라서, 대학을 가지 못한 고등학생이라서 재능이 있음에도 보이지 않는 벽에 막혀 참가할 수 없다. 그렇다고 내가 돈을 벌 다른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아르바이트도 최소 부모의 허락이 있어야 하는 마당에 “돈은 무슨, 공부를 해야지.” 하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부모 덕분에 돈을 벌기 쉽지 않다. 


 이런 글을 읽었다. 자식에게 집안 사정이 어려움을 강조하며 네가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하는 것은 가정폭력 중 하나라는 글을. 내가 딱 그랬다. 내 성적이 나오지 않자 엄마는 내게 최근의 안 좋은 경제 사정을 밝혔다. 그 소리를 듣고 나는 내가 가정폭력을 당하고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어떻게 보면 가정폭력이 아닐지도 모른다. 자식에게 집안 사정을 말하는 게 어때서? 하지만 최소한 내가 고등학교를 이곳에 와서 돈이 더 드는데 너는 열심히 하지 않는다며 탓할 필요는 없지 않았을까? 돈 때문에 내가 이 학교에 온 걸 엄청 후회하는 부모님 탓에 나도 괴롭다. 내가 부모 허락 없이는 돈을 벌 수 없는 청소년이기에 더 괴롭다.


- 박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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