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의 눈으로 :: “공부는 다 했냐?”

2015. 6. 1. 22:58칼럼-청소년의 눈으로

청소년의 눈으로

:: “공부는 다 했냐?”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같은 일을 반복한다. 자정이 다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가 씻고 잠들어 다음 날을 준비한다. 고등학생들에게는 익숙한 일상이다. 조금이라도 공부가 아닌 ‘딴짓’을 하면, 모두가 미리 입을 맞춘 듯 “공부는 다 했냐”고 물어본다. 더 이상 나는 반박의 여지가 없다. “공부를 다 하고 잠시 게임합니다.” 라고 말해 봐야, “공부에 끝이 어디 있냐?”는 뻔한 답만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애초에 대답을 바라고 던지는 ‘의문문’이 아니다. 공부를 하러 가라는 ‘명령문’일 뿐이다.


  이토록 오랫동안 똑같은 일을 하루종일 시키는 것은 한국 고등학생들이 최초가 아니다. 산업혁명이 막 시작할 때, 노동자들은 대개 죽지 않을 만큼의 빵만 받으며 12~16시간동안 공장에서 같은 일을 반복했다. 당시 노동자들은 사람보다는 기계보다 싼 값에 쓸 수 있는 하나의 부품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제 노동자들은 빵만 먹으며 기계처럼 일하진 않는다. 여전히 갈 길이 멀지만 이만큼이라도 노동시간이 줄어든 것은, 노동자들이 끊임없이 함께 모여 싸웠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의 모임인 ‘노동조합’을 만들어, 노동시간을 줄이는 법을 만들라고 정부를 끊임없이 압박했기때문이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노동자의 날’로 1886년 5월 1일을 기억한다. 이 날은 미국의 노동자들이 ‘8시간 노동제’ 시행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던 날이다. 꿈만 같던, ‘이상에 불과하다’고 비난받던 ‘8시간 노동제’는 현실이 되었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는 ‘학습시간 줄이기 프로젝트’를 제안한다. 학교와 학원에서 장시간 강제학습을 시키는 이유는 ‘경쟁교육’에 있으며, 이를 개혁하고 수업시수를 줄여 ‘하루 6시간 학습제’를 시행하자고 제안한다. 지금은 수능을 비롯한 경쟁교육이 당연한 것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100년 전의 노동자들이 그랬듯, 우리가 권리를 찾기 위해 싸운다면 어느 새 ‘6시간 학습’이 당연한 세상이 올 것이다.

                                                                                                                                                                    


      [오진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