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다의 체벌거부선언문

2018. 12. 7. 16:13특별 연재/체벌거부선언



“내가 겪은 체벌은?” 하고 떠올리면 하나만 꼽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일들이 기억난다. 왜 맞았는지 그 이유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냥 맞거나 단체로 기합을 받았던 기억도, 체벌의 이유가 너무 어이가 없어서 오히려 잊을 수 없는 기억도 있다. 예를 들면 중간고사와 기말고사의 시험성적을 비교해서 떨어진 점수만큼 손바닥을 때리던 교사, 수업 중에 갑자기 질문을 하더니 대답을 못하면 머리 또는 뒷목을 때리거나 뒤로 가서 손 들고 서있으라던 교사, 쉬는 시간에 교실로 들어와서 소지품검사와 복장검사를 하고는 한명이라도 규정 위반이라 여겨지면 같은반 학생 전체에게 책상 위로 올라가서 무릎 꿇고 있으라 했던, 그리고 무릎 꿇은 채로 허벅지를 때리던 교사... 이 외에도 영문도 모른 채 단체로 엎드려뻗쳐를 받던 것, 오리걸음을 걸었던 것, 운동장 뺑뺑이를 돌았던 것, 설교(?)와 윽박지름이 섞여있는 어떤 말들을 견뎌야 했던 것... 가장 끔찍한 것은 이 모든 폭력적인 경험들이 너무나도 익숙한 일상이었다는 점이다. 잘못했으니까 맞아야 했고 맞을만한 짓을 했으니까 저항할 명분이 없었다. 그건 학생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힘이 약한 학생은 쉽게 타깃이 되었고 따돌림이나 괴롭힘을 당하는 학생은 그 사람이 뭔가 문제가 있어서 당하는 것이라고 여겨졌다.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더라도 잠시뿐, 폭력을 그만두게 할 힘이 나에겐 없었다. “그래도 선생님이 우리 잘되라고 그러는거지.”, "걔는 애가 좀 그렇지 않아?"라는 같은 학생들의 말에 대해서도 무력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많은 체벌/괴롭힘을 목격했고 많이 침묵했다. 어차피 나는 할 수 있는 게 없었으니까. 그래서 “체벌은 폭력이다.”, “몇 대를 때렸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한 대만으로도 우리의 존엄은 무너진다.”라는 말은 마치 번개처럼 다가왔다. 어린 사람에 대한 체벌이 ‘훈육/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되는 사회에서 내가 겪은 일은 당연한 것이었고 어쩔 수 없는 일이었는데, 그게 당연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만난 것이다. ‘맞을 짓'이라는 건 없고 ‘맞아도 되는 사람’은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내가 겪은 많은 체벌들은 폭력이었다. 하지만 그걸 폭력이라고 인지한 것은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였다. 또 내가 나보다 약한 사람에게 가했던 크고 작은 행동들이 폭력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내 잘못을 반성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체벌거부선언"을 통해 우리 사회의 어린이청소년에 대한 폭력이 제대로 근절되기를 바란다. 폭력이지만 폭력이라고 불리지 않는 일들, 문제라고 여겨지지 않던 문제들이 더 많이 이야기되고 드러나기를 바란다. 또 '맞아도 되는 사람'은 없다는 이야기가 당연히 받아들여지는 사회가 되기를, 폭력에 익숙해지는 걸 거부하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런 사회를 만들고자 오랫동안 외치고 증언했던 수많은 당사자들과 청소년인권운동을 기억하겠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의 행동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이 선언에 함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 자신도 폭력 없는 사회, 청소년인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꾸준히 고민하고 행동하고자 한다.


-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