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리대는 직접 정하고 싶다

2017. 12. 2. 22:14틴스페미니즘



내 생리대는 직접 정하고 싶다


 최근 유통 중인 국내 브랜드의 모든 일회용 생리대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되었다. 처음에는 한 브랜드를 중심으로 논란이 번졌던 것이 확대되었고, 결과적으로 국내 생리대는 모두 별 차이 없다는 결론이 내려진 것이다. 그 이후 SNS 등지에서는 해외 제품부터 시작해서, 생리컵 등 다양한 대안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그 이후 청소년들의 생리대 사용에는 변화가 있었을까?

 

 학교 자판기에는 여전히 국내 유명 브랜드의 패드형 생리대만이 비치되어 있다. 대형 마트에서는 국내 제품들이 할인 행사 중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추천받던 많은 외국 브랜드의 생리대는 보이지도 않는다. 해외 사이트에서 직접 구매하려면 덧붙여지는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부분의 청소년에게는 이를 부담할 경제력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부모님을 설득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몇 번을 말해 보았지만 지금도 나는 여전히 국내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여러 차례 논란이 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할인 중인 국산이 더 싸고 구입하기 쉬우며, 기존에 많이 구입해 둔 것이 아까워 다 써야 한다는 것이었다. 또한 부모님은 국산 생리대의 흡수력이 더 좋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 부모님 본인의 의견만을 강하게 주장하기 시작한 시점에서 더 이상의 대화 불가능했다. 나는 그저 듣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여전히 많은 가정 내에서 청소년의 입지는 좁고 수동적이다. 비싸며 무엇보다도 익숙하지 않은 해외 제품으로 부모가 눈을 돌리게 하는 것은 그렇기에 더더욱 어렵다.

 

 그렇다면 다른 종류의 생리용품으로 눈을 돌려 보자. 우선 대표적인 삽입형 생리대인 탐폰이 있다. 한 번 익숙해지기 시작하면 정말 사용하기 편하다는 제품이다. 또한 몇 년 전부터 국내에 알려지기 시작한 생리컵있다. 구입 비용은 적지 않지만, 오랜 기간 사용할 수 있고 자신의 몸 상태를 관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종류의 삽입형 생리대는 청소년이 접하기 어려운 편이다. 그 이유에는 보수적인 편견이 크게 자리한다.

 "아직 생리컵은 너희들이 쓰기에 조금 그렇지 않니." 몇 주 전 학교 선생님이 이런 말을 꺼냈. '그런지'는 말하지 않은 채로. 그 전에는 어머니 탐폰의 솜 잔여물이 질 내부에 남아 염증을 일으킬 것이라는 말을 하기도 했. 이는 근거를 찾아볼 수 없는 말이다. , 30-40대가 주로 이용하는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탐폰과 처녀성의 관계에 대한 의미 없는 논쟁이 오고가기도 했. 삽입으로 인해 질막이 훼손되어 처녀성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듯 삽입형 생리대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이 가득한 상황에서 청소년인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생리대는 부모님이 사 오는 국산 패드형 생리대로 한정될 뿐이다.

 

 생리대 파동은 국내 생리대 기업과 제품에 대한 신뢰를 크게 떨어뜨린 사건이었다. 하지만 청소년이 사용하는 제품에 크게 변화가 생기지는 않았다. 이슈가 생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친구들이 별 말 없이 국산 유명 브랜드 제품을 사용하는 것을 보았다. 다들 한 번쯤은 해외 제품을 구매할 의사를 보인 적이 있는데도.

 발암물질로 불안한 생리대를 쓰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파동을 겪으며 내가 스스로의 건강에 직결된 생리대 문제에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사실상 없다는 것을 느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잘못된 성 인식의 개선 등 많은 것이 필요하겠지만, 우선 청소년이 가정에서 부모와 수평적인 관계에 서는 것이 절실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일방적인 듣기가 아닌 대화를 하며, 자신과 관련된 문제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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