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신문 요즘것들

이제는 학생인권보장으로 ‘넘어’갈 시기

2017.09.14 19:53 - 요즘것들 아수나로

이제는 학생인권보장으로 ‘넘어’갈 시기




 학교에서의 체벌이 2012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금지되었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그 이전에는 특정 집단이 특정 집단에게 행하는 폭력이 제도적으로 승인되었다는 의미니까. 특정 집단에 속한다는 이유로 폭력 피해를 구제받을 수 없었고, 피해를 호소하면 오히려 ‘네가 맞을 만했다’는 발언들로 2차 피해를 입곤 했다. 체벌뿐 아니라 여전히 학교에서 보편적으로 일어나는 많은 일이 그 대상이 학생·청소년이 아니었다면 인권침해로 여겨졌을 일들이다. 인간이기에 인권이 있는 거지만, 인권이 없으면 인간이 될 수 없기도 하다. 한국 사회에서, 학생·청소년은 아직 인간으로 대접받지 못함이 틀림없다.



 2010년에 공포된 경기도 학생인권조례를 시작으로, 광주, 서울, 전북에서 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초중등교육법은 학생의 인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추상적인 문구 한 줄을 포함하고 있을 뿐이고, 학칙 제/개정 권한은 학교장이 가진 채 학생과 학부모 등의 의견을 반영하도록 ‘노력’―‘의무’가 아니다―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박근혜 정권은 학생인권조례를 무력화하기 위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학칙에서 학생의 두발과 복장, 소지품 검사 등에 대해 명시하도록 내용을 추가해버렸다. 개악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의 내용은 마치 학교 학칙으로 학생의 두발과 복장 등을 규제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는 의미인 것처럼 해석되어 학교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학생인권이 침해되었을 때 학생이 문을 두드릴 수 있는 제도적 기구에는 교육청과 국가인권위원회가 있다. 그러나 학생인권조례가 없는 지역이라면 법적으로 금지된 체벌 사안, 교육부 지침으로 금지된 보충수업·야간자율학습 등의 강요 문제 정도에 한해서만 교육청이 입장을 내놓는 경우가 많다. 물론 그마저도 교육청이 제대로 조사하거나 개입하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인권친화적 학교+너머 운동본부의 부설 학생인권상담소 ‘넘어’는 학생인권침해를 당한 초·중·고등학생들을 상담하며 인권침해가 중단될 수 있도록 조력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상담해 오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학생들을 모아 학칙 개정이나 인권침해의 중단을 요구하는 직접행동을 하기는 어려운 경우가 많기에, 상담소 ‘넘어’는 학교장에 공문을 보내 인권침해 중단을 요구하거나, 교육청 등에 민원을 넣는 방식을 주로 활용하고 있다. ‘넘어’가 함께 대응했던 학교 중 포항 세명고등학교의 경우 체벌, 0교시 강제, 두발규제 문제 등이 심각해 2016년 세 차례나 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체벌 문제는 학교장에게 ’경고‘했으며 등교시간은 학교장이 정하는 거라 어쩔 수 없고, 두발규제 문제는 학생 의견을 수렴해서 차차 학칙을 개정하도록 권고했다.”라는 것이었다. 학교에서는 똑같은 문제가 계속 재발했다. 학생인권조례가 없으니 교육청도 학생의 인권보장을 위한 기준을 마련하지 않고, 인권침해 문제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않는다.


 학생인권조례가 있어 인권옹호관 등 권리구제 기구와 학생인권의 기준이 존재하는 지역이더라도 문제는 있다. 조례의 취약한 법적 위치 때문에 조례에 따라 학생인권 문제를 조사하고 해결을 권고할 수 있는 인권옹호관의 권한이 인권침해를 중단하라고 학교에 ‘권고’하는 정도에 그치는 문제, 폭행 등의 일부 사안을 제외하고는 인권침해 가해교사에 대한 교육청의 행정적 개입이 어려운 한계 등이 그것이다. 또한 학생인권조례가 모든 학교를 포괄하지 못해 생기는 문제도 있는데, ‘넘어’가 대응했던 서울 정암미용고등학교의 경우 실제 고등학교나 다름없는데도 법적으로는 ‘평생교육시설’로 분류되어 있어 학생들이 학생인권조례가 보장하는 권리구제 절차를 이용할 수 없었다. 해당 학교에 학생인권침해 문제를 해결하라고 공문을 보냈을 때, 학교 측에서는 ‘우리는 학생인권조례를 준수할 의무가 없다.’는 내용으로 답변하기도 했다.


 인권침해를 해결하라고 교육청에 문을 두드려 보아도 제대로 해결되지 않거나 도리어 민원인의 신원이 학교 측에 알려져 불이익을 겪게 되는 일도 있어―원래 민원인의 신원은 보호되는 것이 원칙이다.―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게 되기도 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독립기구이기 때문에 교육청보다는 학교(장)의 눈치를 안 본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명박·박근혜 정권 동안 축소되고 보수화되어 결정이나 권고가 나오는 데 시간이 한참 걸리고 그 판단이 보수적인 경향이 있었다. 새 정부는 국가인권위원회 강화에 힘을 싣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국가인권위원회도 학생인권침해 구제와 예방에 더욱 유의미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할 수 있겠다.여전히 끊이지 않는 학생인권침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학생인권조례는 일부 지역에만 존재한다. 몇몇 지역은 앞으로도 제정될 가능성이 매우 적고, 조례가 그나마 있는 지역이더라도 조례의 지위와 권한 상 한계가 계속 드러나고 있다. 앞서 서술한 대로 인권의 관점에서 보면 현 초중등교육법과 시행령에는 문제가 많다. 일부 교육청 및 일선 학교에서는 이런 초중등교육법을 명목으로 학생인권보장에 부정적이거나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며 인권침해를 정당화한다. 인권친화적 학교+너머 운동본부 등에서 학생인권법 제정(혹은 초중등교육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는 이유이다.


 한편, 체벌이 이미 법적, 전국적으로 금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가해자가 실질적으로 처벌되지 않는 현실이 존재한다. 경기도 김포외고의 경우 교사가 각목을 이용해 학생들을 위협하고 대걸레로 폭행한 사건이 일어났는데도 검찰이 ‘지도 과정’이라며 불기소 처분을 했다. 학생인권법 제정을 통해 학내 폭력의 명확하고 전면적인 금지와 그에 따른 대응이 법률로 명시된다면 상황이 나아지겠지만, 법을 적용할 수밖에 없도록 하는 시민들의 노력 역시 필요하다.



 학생인권법 제정운동이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많은 청소년이 이 법을 알고 제정을 위해 함께 힘을 모은다면 제정운동이 힘을 받을 수 있으리라 예상한다. SNS로 학생인권법을 제정하라는 게시물을 올리거나 공유하는 것부터 학교에서 서명운동을 하고 집회에 참석하거나 직접 집회를 주최하는 것, 학생인권법 제정을 정부와 국회의원, 정당 등에 이야기하는 것, 청소년인권단체에 가입하고 활동하는 것 등이 가능한 행동일 것이다.


- 쥬리 도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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