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신문 요즘것들

내가 알아온 성교육

2017.08.09 21:51 - 요즘것들 아수나로

 교육부가 2015년 발표한 성교육 표준안은 ‘여자는 무드에, 남자는 누드에 약하다’ 등 왜곡된 성인식과 잘못된 성폭력 대처법으로 비판을 받았다. 이에 교육부와 여성가족부는 8월 중으로 성교육 표준안을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서울시 위례별초등학교에서는 방과후 페미니즘 동아리를 만들어서 활동한 교사가 온갖 악플에 시달리기도 했다. 여성혐오가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는 사회, 학교 안에서의 성교육은 어떤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할까? 이에 대해 학생과 교사가 자신이 경험하거나 진행했던 성교육의 문제점과 어려움에 대해 쓴 기고글 4편을 연재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아수나로 서울지부에서 진행한 <청소년이 말하는 성교육 수다회> 기록을 통해 청소년이 진단하는 왜곡된 성교육의 폐해와 청소년이 진짜 원하고 필요로 하는 성교육은 어떤 것인지 제시한다.



내가 알아온 성교육

 


 중학교 1학년 때에는 자주는 아니었지만 성교육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어느 센터에서 초청된 강사가 와서 프레젠테이션 창을 띄워놓고서는 여성의 생리주기와 배란일 혹은 임신기간 계산법을 알려준다. 그리고 나서는 몇 개의 퀴즈 창으로 넘겨놓고 약 45분 동안 들었던 이야기들을 재차 물어보고서는 맞춘 사람에게 작은 사탕과 선물을 나누어주는 식이었다. 성에 많은 관심은 없었지만 항상 같은 식의 성교육에 이미 다들 질려있는 표정이었고, 그나마 사탕을 나누어 주는 시간에는 사탕에 더 관심이 있었던 것 같았다.


 학교의 성교육은 생명이 생기는 과정은 일체 언급하지 않으면서 자궁 속에서 태아가 자라나는 과정의 영상을 보여주고서는 생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리고 낙태는 위험하고, 해서는 안 되는 것으로 치부해버렸다. 그래서 그때의 나도 낙태를 생명을 죽이는 것으로만 인식했었던 것 같다. 낙태를 하지 않기 위해서는 피임이 중요하다면서 여러 피임 도구들을 알려주기도 했다. 하지만 피임기구를 알려주면서도 여러 차례 지금의 나이에서는 성관계가 있으면 안 된다고 각인시켰고, 또 그걸 모두가 수긍하게끔 만들었다.

 


 그런 성교육을 1년에 3번 정도 받고 나서 중학교 2학년이 되었을 때, 또 다른 성교육 강사가 왔었다. 첫 시간의 교육은 전에 받았던 성교육과 다를 바 없었다. 이 성교육은 매주 금요일마다 이루어졌는데, 첫 시간 성교육이 끝나고 어떤 종이를 나누어주면서 그 종이에 매일매일 자신의 점액 상태를 적고 비교하라고 했다. 성교육 강사뿐 아니라 담임교사도 학생들이 그 종이에 기록을 했는지 함께 챙겼고, 매주 금요일마다 강사는 종이를 확인했다. 당시의 나는 혼란스럽고 당황스러웠다. 왜 적어야 하는지도 모르겠는데 적은 종이를 잃어버리지도, 버리지도 말고 간직하라는 말이 너무 싫었다. 생리주기와 배란일에 따라서 점액의 상태가 다르다는 것을 알려주려고 했던 것 같기도 하고, 말로만 하는 강의에 지친 학생들을 제대로 교육시키고 싶었던 강사의 욕심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거의 한 학기정도 그 종이를 파일에 가지고 다녔던 걸로 기억한다.

 


 중학교 3학년 때의 성교육도 다름이 없었다. 고등학교 1학년과 2학년 때에는 학교를 잘 가지 않았던 것도 있지만 성교육을 한 번도 받은 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때의 나는 중학교 3, 고등학교 2년까지의 모든 것을 통틀어 배운 것 보다 여러 매체 혹은 주위의 경험담으로 더 많은 것을 배웠었다. 학교에서는 성관계가 나쁜 것이고 위험한 것이라고만 알려줬지 어떤 상황에서 그리고 어떤 방법으로 해야 하는 것인지는 전혀 알려주지 않았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피임 역시 배웠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이었던 것도 많았고, 구하기 어려운 피임기구들이 더 많았다. 청소년의 성적 쾌락을 제한하고 금지하는 것과 다를 게 없었던 교육이었다. 성인이 되고 난 후 해도 늦지 않다며 성에 대한 관심을 아예 금지시켜놓고 임신한 학생의 고민이나 성관계로 인한 어려움이 있는 학생들의 고민은 그 학생의 문란함으로 치부하고선 상담부로 넘겨버리기 일쑤였다. 교육은 잠깐이었고, 지속적이고 장기적일 수밖에 없는 청소년의 성 고민들은 전혀 해소되지 못한 채 지나가버렸다. 시험을 보고 난 후 쉬는 시간에 친구들이 하는 동성 간 성관계에 대한 생각을 우연히 듣게 되었는데, 동성 간에 성관계가 이루어지면 100% 에이즈에 걸린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전혀 그렇지 않다고 그리고 동성애는 나쁜 게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나는 그럴 용기가 없었다. 내가 동성애자로 몰릴까봐 두려운 게 제일 컸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나서 한참을 생각하다가 성교육 시간에 동성 간 성관계에 대한 이야기는 한 차례도 나오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됐다. 만약 그 교육에서 동성 간의 성관계 이야기가 나왔다면, 혹은 동성애는 전혀 나쁘지 않다는 걸 말해줬더라면 어땠을까 싶었지만, 학교 내의 교육에서 동성애가 나쁜 게 아니라고 말할 리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그렇게 나는 고등학교 3학년이 되었다. 3학년 때에는 꽤 자세하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성교육이 한차례 있었다. 성관계시 체위에 대한 내용도 있었고, 자유로운 분위기로 성관계는 절대 나쁜 게 아니며 해도 나쁜 사람이 되는 게 아니라고 말씀해주는 선생님이셨고, 그 덕에 같은 반 학생들은 여태 절대 질문할 수 없었던 것들에 대해 알아갈 수 있었다. 그 성교육 내용에는 태아가 성장하는 과정, 출산의 고통, 낙태방법과 절차가 포함되어 있었고, 학생들은 관심을 가지고 주의 깊게 설명을 들었다.


 아직 부족한 것도 많지만 사실 학교라는 보수적인 틀 안에서 교사나 강사들이 청소년에게 교육할 수 있는 내용에는 어떤 선이 그어져있다고 생각한다. 청소년이 경험하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것들이 분명 있을 것이고, 그 때의 당황스러움을 줄이기 위해서는 무언가 방법을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뉴이



댓글 로드 중…

트랙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URL을 배껴둬서 트랙백을 보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