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신문 요즘것들

청소년의 경제적 권리를 찾아서

2017.07.01 20:49 - 요즘것들 아수나로


청소년의 경제적 권리를 찾아서


삽화 : 조행하


 경제생활은 삶에서 큰 부분을 차지한다. 돈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들은 일을 해서 돈을 벌고, 필요한 물건을 사고, 은행에 가서 계좌와 카드를 만들고, 저금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청소년은 나이를 이유로 경제적 권리를 침해받고 있다. 경제적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다는 것은 삶의 주체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왜 청소년의 재산은 만만하게 취급될까?


 올해 초 아수나로 서울지부에서 진행한 <서울지역 소지품 압수 실태조사>에 참여한 학생들은 주관식 답변에서 ‘책상 위에 올려놓고 나갔다가 돌아오니 (교사가 가져가서) 화장품이 사라졌다.’, ‘교실이 추워서 안에서 겉옷을 입는데 실내에서 입으면 뺏는다.’라고 말했다. 소지품을 압수하는 기한은 일주일에서 일 년, 혹은 졸업할 때까지 다양하다. 아예 돌려주지 않기도 한다. 


 가정에서도 친권자가 청소년 자녀의 물건을 빼앗는 일은 자주 일어난다. 이런 일들은 ‘생활지도’를 한다는 명목으로 정당화된다. 비청소년의 물건을 누군가 빼앗고 일정 기간 혹은 영구적으로 돌려주지 않는다면 절도라고 생각하겠지만 비청소년이 청소년의 물건을 빼앗는 일은 너무 자주 일어나고 가볍게 취급된다.


 이렇게 청소년의 소유권은 쉽게 무시된다. 이들의 소유권은 비청소년, 특히 친권자의 허락 여부에 달려 있어 불안정하다. 예를 들어 화장품이나 만화책, 옷 같은 물건은 ’입시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더 쉽게 빼앗긴다. ‘네가 가지고 있는 거 전부 내가 사 준 거니까 나갈 거면 다 두고 나가’라는 협박에서 친권자가 청소년 자녀의 물건을 사줬으니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다는 인식을 볼 수 있다. 재산권 중 가장 기본이 되는 권리라고 하는 소유권이 청소년에게는 온전히 인정되지 않는 것이다. 청소년은 ‘미성숙하기 때문에’ 자신의 재산을 제대로 다룰 수 없는 존재로, 누군가의 관리가 필요한 존재로 인식된다.



청소년을 배제하는 경제 시스템


 지금 한국 사회에서는 많은 거래가 통장, 카드나 전자 서비스로 이루어지고 있다. 재산을 현금으로 가지고 있기보다는 은행 계좌에 넣어 두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청소년은 법정대리인의 동의나 동행이 없으면 은행에서 자신의 통장을 개설하기 힘들다. 반면, 청소년의 친권자는 혼자서 청소년 자녀의 계좌와 카드를 만들거나 해지하는 업무 등을 볼 수 있다. 청소년시기에 탈가정을 했던 윤씨는 요즘것들과의 인터뷰에서 ’내 경제권이 다른 사람에게 있고 저 사람은 언제라도 내 통장에 있는 돈을 다 뺄 수 있거나 없애버릴 수 있는 것. 내 적금을 나는 못 해지하는데 저 사람은 해지할 수 있다는 것‘이 위협적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부모의 동의가 없으면 청소년은 자본주의 사회의 경제, 금융 분야 대부분에서 완전히 소외된다. 민법 제5조에는 “미성년자가 법률행위를 함에는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라는 조항이 있다. 경제 활동을 하기 위해 친권자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것은 친권자가 허락하지 않으면 경제 활동에 큰 제약이 생긴다는 것을 뜻한다. 일자리를 구하는 것에서부터 은행 업무를 보는 것, 인터넷 결제, 휴대폰 소액 결제를 하는 것까지 청소년의 거의 모든 경제 활동이 비청소년 친권자의 손에 달려 있다. 이로 인해 청소년의 경제생활은 친권자의 감시 아래에 놓이게 된다. 



노동시장에서 약자일 수밖에 없는 청소년


 청소년에게 가해지는 다양한 규제는 노동 분야에서도 계속된다. 만 18세 미만의 청소년은 취직하기 위해서는 친권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는 청소년이 노동활동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 스스로 선택할 수 없게 한다. 특히 탈가정 청소년은 친권자의 동의를 얻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런 제도를 비롯하여 청소년의 노동을 ‘용돈 벌이’라고 생각하는 편견은 청소년이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막는 큰 장벽이 된다.


 만 14살 때 탈가정을 한 청소년 A씨는 “(나이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아예 구할 수가 없어서 비청소년 친구의 주민등록증을 빌려 나이를 속이고 일을 구했다.”라고 이야기했다. 만 15세 미만의 청소년은 일자리를 아예 구할 수 없고, 만 18세 미만이면 야간노동을 할 수 없다. 친권자의 동의를 얻지 못하거나 야간에만 일할 수 있는 청소년, 탈가정 등의 이유로 노동해야 하는 만 15세 미만의 청소년은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서 나이를 속이거나 명의를 빌리게 된다. A씨는 신분을 속이고 일자리를 구했기 때문에 나이를 들킬까 봐 항상 걱정해야 했고, 최저시급을 보장받지 못하거나 부당한 대우를 받더라도 신고할 수 없었다.


 청소년을 받는 일자리는 많지 않고, 그나마도 근무 환경이 열악한 곳이 대부분이다. 청소년 노동자에 대한 편견과 ‘청소년 보호’를 명목으로 만들어진 법들은 청소년을 노동시장에서 더 취약한 위치로 내몬다. 청소년 노동자들이 나이를 이유로 차별받지 않는 사회는 그들의 존재를 인정하고, 보호한다며 제약을 가하기보다 현실을 고려해 제도를 보완하는 것에서 시작할 수 있다.


 

내가 스스로 꾸려나갈 수 있는 삶


 사람들은 모든 청소년이 부모의 지원을 받아 살아간다고 쉽게 가정한다. 또한, 청소년이 돈을 관리하지 못하고, 자신의 결정에 대한 책임을 제대로 질 수 없다는 인식도 만연하다. 이는 친권자가 청소년의 경제생활을 통제하고 대신 결정권을 가지는 것에 대한 ‘정당한 이유‘로 여겨진다. 하지만 부모의 지원을 받는다고 해서 그것이 경제적 권리와 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에 대한 핑계가 될 수 있을까?


 우리 사회는 청소년이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지원받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어지도록 만들어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밥값‘을 하지 않으면 경제적 권리를 빼앗는 것은 모순적이고 명백한 폭력이다. 돈이 있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사회에서 누군가의 허락 하에 돈을 벌고 쓸 수 있는 삶은 기괴하고 불안정하다. 돈을 벌지 않더라도 누구나 기본적인 생활권을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한다. 청소년의 경제적 권리가 보장되어야 친권자에게서 독립해 자신의 의지대로 사는 삶을 상상하는 게 가능해지고, 청소년은 자기 삶의 주체성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 트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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