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신문 요즘것들

권력

2017.05.15 21:54 - 요즘것들 아수나로

 교복 입을 생각에 너무나 설레었던 3, 난 지옥에 입학하였다. 교복 치마로 어느 정도 다리를 벌릴 수 있을까는 궁금증에 서로 다리를 찢어보았다. ‘전시를 위한 교복은 당연하게도 두세 발자국 정도 벌릴 수 있었다. 난 치마가 너무나도 싫었지만, 매번 등교할 때 치마를 입고 교실로 와 체육복으로 갈아입은 뒤 하교할 때 다시 치마를 입어야 하는 게 더 싫어서 꾹 참고 치마만을 입고 다녔다. 초등학생 때 어떤 친구가 원피스를 입고 왔는데 내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쟤 옷은 숙녀인데 사람은 숙녀답지 못하네"라며, 무슨 말이냐면 앉을 때 치마를 안쪽으로 넣고 앉아야 정돈되는데 그 친구는 정돈하지 않은 채로 앉았기 때문이다. 난 이 말을 교복 입었을 때 들었다. 내가 치마를 정돈하고 앉지 않아서 팬티가 보여 남교사들의 수업 진행이 어려워지니 치마를 정돈하고 앉으라며 교육받았다. 교육은 영어 교사에게 받았는데 거의 매일 있던 과목이라 매시간마다 정돈하고 앉게 시켰다. 지금도 바지를 입을 때도 무의식적으로 허벅지를 쓸어내려 정돈하고 앉는 게 습관이 되었다


 언제는 갑자기 실내화를 벗고 책상 위로 올라가라는 교사의 명령에 반 전체 학생들은 책상 위로 올라가 치마검사를 받았다. 교사가 책상 사이사이를 지나갈 때마다 수치심이 느껴졌다. 다른 날, 교사가 말했다. "우린 너네 치마 속 전혀 안 궁금해하니까 신경 꺼라" 그런가보다. 그는 교사이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신뢰성을 가질 수 있는 교사의 권력을 깨닫기 전엔 그렇게 생각했다. 몇몇 교사들은 자신의 월급은 너무 짜니 너희는 좋은 남편을 만나 잘 살라는 말을 했었다. 그 뒤에 붙여지는 한마디. "대신 뜯어먹고 살진 말고, 너무 여우 같잖아?".


아수나로 서울지부 여성청소년팀의  

세번째 카드뉴스 <성차별, 성희롱 발언 사라져라 얍!>의 한 장면


 내가 이런 교사들의 말도 안 되는 권력과 말들이 왜 잘못됐는지 알았을 땐 2학년 담임으로부터였다. 2학년이 된 지 며칠 안 되었을 때 갑자기 그가 일어서라며 소리쳤다. 그는 첫날 자신은 체육선생이고 남고에서 왔으니 걱정하라는 말을 했었고 일어나라는 말을 들은 순간 우린 뭘 잘못했는지 생각해보았다. 담임이 소리쳤다. ", 내가 일어나라고 하면 일어나고 앉으라면 앉잖아. 교사 좋네." 사실 당시엔 별생각이 없었다. 당연한 거 아닌가? 대부분의 사람이 유아기 때부터 비청소년의 말(명령)을 듣고, 공손해야 한다고 교육받아왔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특정 호칭을 얻는다. 그런 호칭을 얻지 않으려면 학생인 우린 비청소년, 특히 교사에게 순종해야 하니까


 어떤 날은 실내화 신는 걸 깜빡했었다. 담임이 갑자기 소리치며 실내화 신지 않은 사람은 앞으로 나오라고 시켰고 나를 포함한 학생들이 앞으로 나왔다. 학교 다닐 생각은 있냐는 등의 말들을 하며 우릴 운동장 3바퀴를 돌게 시켰다. 당시 4층이었던 교실을 내려가 우린 운동장 3바퀴를 뛰었고 담임은 창문 밖으로 얼굴을 내밀어 우리를 웃으며 구경하고 있었다. 수치심과 분노가 함께 느껴지는 잘 모르는 감정과 그의 웃는 얼굴은 한 장면처럼 기억에 남아있다. 교실에 들어갈 때, "나 여중에 환상이 있었는데 완전 깬다. 너네 내 상상이랑 너무 다르잖아."라며 학생들에게 이야기하는 걸 들었다. 그때 생각했다. 아무 생각 없이 자신이 원하는 학생의 모습을 상상하고 그렇게 실천하라고 강요할 수 있는 게 바로 교사구나. 여학교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학생이 여학생이라 생각하고 저런 말들을 할 수 있다는 것에서 더 그렇게 느꼈다. 이 외에도 많은 혐오적인 발언들과 체벌들을 겪으며 내가 여성으로서도, 학생으로서도 차별당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교사의 인권 감수성이 높아지고 여성청소년들의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오길 바란다.


얌얌

댓글 로드 중…

트랙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URL을 배껴둬서 트랙백을 보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