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신문 요즘것들

여전히, 학교는 연애탄압 중

2017.02.15 17:49 - 요즘것들 아수나로


"청소년의 성은 비정상적인 성으로 취급되어 건강하지 못한 것위태로운 것잘못된 것으로 여겨져 자연스럽고 자발적인누구에게도 해가 되지 않는 행동이 처벌되기도 한다."



2013, 한국 고등학교 중 51.2%가 학생의 이성교제를 규제하는 학칙을 두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각주:1]국가인권위나 교육부에서는 이성교제나 임신을 했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내쫓는 것(학습권 침해)은 안 된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는 갖고 있고, (대부분의 학교에서 충실히 따르지는 않는)학생인권조례에도 학생의 이성교제 및 성적 관계/행위를 징계하거나 그에 간섭하는 것을 금지할 근거가 마련되어 있다.[각주:2] 하지만 여전히 많은 중고등학생들은 연애나 이성과의 관계를 학교로부터 감시당하거나 간섭받고 그것을 이유로 징계나 불이익을 당하고 있는 현실이다. 퇴학·전학·자퇴권고 등 중징계에 대해서만 입장을 밝혔을 뿐, 사적 관계를 가질 청소년의 권리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교육부도 교육청도 내놓지 않고 있다는 점이 그런 현실을 유지하는 데 일조하고 있을 것이다.

 


퇴폐 행위불미스러운 이성교제 등으로 풍기를 문란하게 한 학생



위는 전북 상산고등학교의 학칙이다. “퇴폐 행위항목으로 불건전한 이성교제로 풍기를 문란케 하는 것을 처벌한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이는 최대 퇴학 처분까지 가능하다. 중고등학교 학칙에서 학생의 연애나 이성 간 교제를 금지조항으로 서술할 때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불건전한 이성교제풍기 문란이다. 이러한 학칙의 첫 번째 문제는 어떤 행위를 지칭하는 것인지 매우 모호하다는 것이다. ‘불건전한도 모호하고, ‘이성교제도 모호하고, ‘풍기 문란도 모호하다. ‘건전하다의 사전적 의미는 병이나 탈이 없이 건강하고 온전함’, ‘사상이나 사물 따위의 상태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정상적이며 위태롭지 않음인데, 학교는 과연 사전적 의미를 적용하여 불건전한교제를 판별해내는지, 그리고 그 건전불건전의 의미 자체조차 모호하지 않은지 의문이다. ‘이성교제또한 사실 모호한 말이다. 사전적 의미처럼 사귀어 가까이 지내는 것을 의미하는가? 실질적으로도 우리의 사적 관계 속에는 규정되고 합의된 연애관계 뿐 아니라 명시적으로 규정되거나 합의되지 않은 쌍방적이거나 일방적인 애정 관계와 성적 관계가 빈번하다는 점에서 이는 어떻게 적용될지 모호한 규칙 서술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남녀 학생이 대화하기만 해도, 혹은 여학생이 남학생 반 앞을 지나가기만 해도 이성교제라며 벌점을 받았다는 사례들이 있기도 하다. 만약 이 이성교제가 곧 연애로 해석된다면 이는 이성애중심적인 편견에 기초한 것인데, 이성 간에만 연애가 가능하고 이성 간의 관계에서는 연애만이 가능하다는 전제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풍기 문란역시 모호한 말임은 당연하다. 학생의 언행을 규제하는 학칙 및 벌점규정이 교사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적용되는 현실에서 모호한 규칙은 권리침해 소지를 키우고 불공정하게 적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불건전한 이성교제: ‘포옹’, ‘입맞춤한 학생



한편 그 불건전한 이성교제의 내용을 특정 행위로 구체화하여 서술한 학칙도 있다. 위는 울산 강남고등학교의 학칙 내용이다. “포옹, 입맞춤, 무릎위에 앉기등을 하면 벌점을 받고 반성문을 쓰도록 하고 있다. 포옹과 입맞춤 등 스킨십을 하면 불건전하다는 것이다. 사전적 의미대로 건전하다를 탈이 없고 건강한 상태,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위태롭지 않은 상태를 의미한다고 생각해보면 상호 자발에 의한 포옹이나 입맞춤이 왜 건강하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우쳐 위태로운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우리 사회에서는 정상적인 성과 비정상적인 성을 나누고 비정상적인 성에 대한 억압과 처벌을 가한다. 특히 청소년의 성은 비정상적인 성으로 취급되어 건강하지 못한 것, 위태로운 것, 잘못된 것으로 여겨져 자연스럽고 자발적인, 누구에게도 해가 되지 않는 행동이 처벌되기도 한다. 한 사회에서 어떤 집단이 어떻게 대우받는지를 분석할 때 그 집단의 성이 어떻게 취급되는가는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된다. 청소년의 성에 대한 낙인과 처벌은 이 사회에서 청소년이라는 소수자의 위치를 드러낸다.


 

이성과 자발적인성관계를 가진 학생



위는 서울 당곡중학교의 학칙 내용이다. 역시나 불건전한 이성교제풍기 문란이 서술되어 있지만, 그런데 특이한 것은 이성과 자발적인 성관계를 가진 학생을 특정하여 처벌 조항을 만들어두었다는 점이다. 이성과 자발적인성관계를 가지면 중학교에서 내릴 수 있는 최대 징계인 등교 정지를 당하게 된다. 심지어 이는 성폭력인 성희롱보다 더 징계 수위가 높게 설정되어 있다.

청소년을 자발적 행위가 가능하고 그럴 권리가 있는 주체로 보지 않는 우리 사회에서, 청소년의 성은 비행아니면 피해라는 이분법적 프레임으로 해석되고 있다. 청소년은 때론 성적자기결정권을, 때론 성적자기결정능력을 부정당하는데, 성적자기결정권을 부정당한 결과 그 성은 비행이 되고 성적자기결정능력을 부정당한 결과 그 성은 피해가 된다. 성과 관련하여 청소년이 비행청소년으로 취급당하지 않으려면 스스로가 피해자임을 입증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타인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성폭력은 잘못된 행동이라는 점에서 누구에게나 비행이고, 성폭력 피해는 누구에게나 피해이다. 하지만 누군가의 성 자체가 비행 혹은 피해 두 가지로만 해석되고 그에 따른 처벌이나 낙인이 주어진다면 이것 자체로 또한 당사자의 성적자기결정권에 대한 침해일 것이다. 성폭력을 정조나 순결에 대한 침해가 아닌 성적자기결정권과 성적 자유에 대한 침해로 이해하는 사회적 인식과 더불어, 사회적 처벌과 낙인을 통해 청소년을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에 대한 경각심도 필요하다.


 

공연한 이성교제로 학교 품위를 손상시킨 학생

 


위는 경북 세명고등학교의 학칙 내용이다. 이성교제를 권유하기만 해도 벌점 대상이 되고, ‘공연한 이성교제로 학교 품위를 손상시키는 것도 처벌 대상이며 절도 및 폭력 행위와 같은 수위의 처벌을 받는다. 해당 학교 학칙의 위 항목은 교외생활에 대한 규제인데, 학교에서 학생의 교외생활마저 규제하고 처벌할 권한이 있는지(있는 것이 정당한지) 의문스러운 부분이다. 눈에 띄는 것은 이 학교에서 공연한 이성교제학교 품위를 손상시키는 것으로, 그래서 처벌해야 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학교에서 학생의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행위(염색을 하는 것 등)를 처벌하는 근거로 학교 품위의 사수를 드는 경우가 많다. 학교의 부조리에 문제제기를 하거나 그를 공론화하는 학생을 막거나 공격할 때 학교 측, 혹은 그 문제제기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펼치는 논리도 그 문제제기나 공론화가 학교 품위를 손상시킨다는 것, 학교 이미지가 나빠진다는 것 등이다.

어떤 경우에 집단의 명예나 품위 유지를 위해 구성원의 행동에 제약을 주는 것이 정당성을 가질 수 없는지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이는 기업에서 직원의 용모에 대해 간섭하는 것이나 공직자에게 사회적 물의를 빚는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 요구되는 등 실제로 학교 외의 다른 집단에서도 있는 일이기는 하다. 앞서 말한 기업이나 공직자 사례 역시 집단이 개인의 자유를 제약하는 것이 어디까지 정당한지 논쟁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학교는 기업이나 정부집단과는 다르다는 점 또한 인식해야 한다. 공직자에게 공식적·비공식적으로 요구되는 덕목들(어느 정도는 개인의 자유 보장에 반하는 것들)은 현재 부당한 것들도 많이 있지만, 공직을 맡는다는 것은 국민의 대의자 역할과 권한이 주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자신이 대표하고 있는 사람들이 요구하는 사회규범을 어기지 않기 위해 개인의 욕구와 의견에 반하는 행동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학교를 다니는 학생에게는 임금이 지급되지도 않고 국민을 대의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지도 않으며, 개인의 기본권적인 자유에 대한 제약이 정당화되거나 필요할만한 요건이 학생의 상황에서는 전혀 없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육은 해당 나이의 모든 국민이 받도록 법제화되어 있고 어느 학교를 다닐지 또한 학생에게 완전한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특정 집단의 구성원이 되는 것을 회피할 기회가 학생에게는 주어지지 않는데, 구성원이 될지 되지 말지 선택할 기회가 거의 없다면 집단이 개인의 자유를 제약할 권한을 가질 정당성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

또한 우리는 교육의 목적을 다시금 물어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은 기본적으로 수익의 극대화를 목적으로 하고 그를 위해 노동자에게 특정한 유니폼을 입히는 등의 행위를 한다. 그런데 학교는 무엇을 목표(해야)하는가? 국가와 자본에 순응하는 국민, 노동자를 재생산하는 역할이 전부라면 학생의 자유를 제약해 자유의 박탈에 익숙한 인간을 길러내려 하는 것이 일견 이해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만약 교육의 목적을 교육받는 개개인의 인격적·지적 성장으로 두고, 학교의 목적을 개개인의 도달 가능한 최대의 성장[각주:3]을 할 권리를 보장하는 데 둔다면 개인의 자유에 대한 침해는 최소화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성장의 전제조건이 자유와 인권의 보장이라는 점에서, 안전 보장의 범위를 넘어서 학교 품위유지 등을 목적으로 하는 개인의 자유 침해는 성장할 권리 또한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그 학교의 품위 혹은 명예라는 것이 누구의 기준에서 설정된 것인지 물을 필요가 있다. 어떤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학생의 연애, 혹은 학생인권을 탄압하는 것이야말로 학교의 품위와 명예를 해치는 것으로 생각될 수 있다. 학생의 이성교제가 학교의 품위를 손상시키는 것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누구인지 살필 필요가 있다.

 

이상으로 오늘날 학교의 연애탄압 학칙 사례를 살펴보고, 이 문제를 청소년의 인권과 자유, 성장할 권리에 대한 침해로 설명하였다. 위에서 살펴본 사례와 같은 학칙 및 학교의 관행으로 인해 여전히 처벌과 낙인, 자유의 침해와 학습권 박탈을 경험하는 청소년들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학교는 연애탄압중이며 이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교육부와 교육청, 국가인권위 등에서 보다 명확하게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학생의 권리를 옹호하는 권고 및 조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쥬리

십대섹슈얼리티인권모임

 



  1. 서울시 교육청에서 제공한 ‘2009~2013년 이성교제 처벌현황 자료’를 근거로 한 보도이다. [본문으로]
  2. 국가인권위에서는 2008년 ‘청소년 미혼모 교육권 실태조사’를 했고 2010년에는 임신한 고등학생이 자퇴를 강요당한 사건에 대해 재입학 권고와 함께 청소년 미혼모의 학습권 보장을 위한 법령 정비를 정부와 각 교육청에 권고하기도 했다. 2013년에는 교육부가 임신 및 출산 혹은 이성교제를 이유로 퇴학·전학·자퇴권고 등 학습권을 침해하는 징계를 내리지 않도록 학교 규칙을 개정하라는 지도를 각 교육청에 내리기도 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서울 학생인권조례 등에는 “사적 관계 등 사생활의 자유와 비밀이 침해되거나 감시받지 않을 권리”와 임신 및 출산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명시되어 있다. [본문으로]
  3. UN 아동권리협약 중 “도달 가능한 최상의 건강수준을 향유”할 아동의 권리를 명시한 부분에서 차용한 문장이다. 아동 권리에 대한 논의들에서 아동의 권리를 설명할 때 “도달 가능한 최대의 발달을 할 권리”를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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