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이 자립할 수 있는 사회를 위해

2016. 11. 21. 18:37Yosm Special


 청소년은 각자 다른 여러 가지 이유로 탈-가정*을 한다. 가정이 청소년에 게 ‘부모’의 말을 따르는 ‘자식’의 역할을 강요하는 억압적인 공간이라는 것은 그 이유 중에서 큰 부분을 차지한다. 청소년은 부모와 가정에 속해야 한다는 사람들의 생각과 탈가정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 그리고 그런 생각들을 반영하고 있는 정책은 청소년의 자립을 더 힘들게 만든다. 청소년을 보호받아야 하는 ‘미성숙한’ 대상으로 보고, 청소년의 탈가정을 일시적인 일탈로 취급하는 사회에서 청소년의 가정 밖 생활과 자립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가정을 떠나더라도 탈가정 청소년이 주체적이고 안정적으로 머물 수 있는 공간은 많지 않다. 이상한 나라의 거주자 칠봉은 ”탈가정 생활 동안 지내고 있는 공간이 불안정하니까 불안해서 뭘 제대로 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번 기사에서는 이런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가고 있는 세 단체를 만나보았다. 


청소년이 야간에 찾아갈 수 있는 공간 


 밤이나 새벽 시간에는 탈가정 청소년들이 갈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 청소년기관들은 밤에는 문을 닫고, 찜질방은 10시 이후에는 들어갈 수 없다. 이런 문제는 어느 지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움직이는 청소년 센터 EXIT는 활동하는 지역에 심야에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지면 다른 지역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기동성 있는 버스를 선택했다. 


▲ 청소년 센터 EXIT가 운영하는 엑시트 버스


 엑시트 버스는 신림역과 수원역에서 오후 8시~새벽 1시, 2시까지 야간에 운영된다. 청소년들과 만나서 밥을 먹고 수다를 떨며 놀기도 하고,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에게는 상담과 지원을 제공한다. 현재 엑시트에는 청소년운영위원회와 416 기억과 행동 청소년 실천단이라는 두 개의 자치조직이 있다. 청소년운영위원회는 엑시트가 청소년에게 필요한 활동을 잘 해나가고 있는지 평가하고 제안하거나 실행하는 활동들을 한다. 


 활동가 이나경씨는 “탈가정 청소년을 대하는 사회와 세상의 벽은 상상 이상으로 막막하고 적대적이다. 이런 문제를 알리고 대안을 제시하는 활동이 무척 시급하다는 논의들이 버스에서 자주 오간다.” 고 말했다. 


새로운 질서와 문화를 만들어 


 엑시트의 활동가들은 거리에서 주거 공간이 필요한 청소년들을 많이 만났다. 지낼 곳이 없으면 쉼터에 가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청소년들을 통제하고 억압하는 규칙이 있는 기존의 쉼터나 그룹홈에 입소해서 살아가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쉼터에 입소하기 위해서는 친권자에게 연락해야 하고, 일부 쉼터에서는 성소수자란 이유로 입소를 거절하거나 차별하고 배제하기도 한다. 엄격한 규칙 때문에 쉼터 입소를 꺼리는 청소년들도 많다. 자취하려고 하더라도 청소년은 집 계약을 할 수 없고, 아르바이트를 해서 벌 수 있는 돈은 한정되어 있다. 


 그래서 청소년들이 주체가 되어 생활할 수 있는 주거공간을 목표로 청소년 자립팸 이상한 나라가 만들어졌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앨리스는 토끼 굴에 빠져서 새로운 질서와 문화를 가진 공간을 만난다. 우리도 기존의 사회가 요구하는 것들, 강요하는 것들로부터 자유로운 문화 속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며 살아보면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이상한 나라’라는 이름에 담겨있다고 활동가 개미가 말했다. 


 이상한 나라에서는 정기적으로 회의를 열어 이견을 조율하고 같이 규칙을 정한다. 이상한 나라 거주자 칠봉은 “쉼터는 원래 정해진 규칙이 있으니까 들어가서 무조건 적응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이상한 나라에서는 우리끼리 규칙을 조율한다. 우리가 새롭게 만들어 나간다는 생각이 크다.” 고 말했다. 


청소년 성소수자를 위한 쉼터 


 청소년 성소수자의 경우에는 쉼터를 이용할 때 더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성 정체성과 성적 지향이 일시적인 일탈로 치부되거나. 쉼터 내에서 차별되고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 젠더퀴어/트랜스젠더 청소년은 공동 주거, 화장실 이용 등에 있어서 직접적인 문제를 겪게 된다.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은 청소년 성소수자를 위한 쉼터를 목표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아직 24시간 운영되고 있지는 않다. 띵동의 활동가 이인섭 씨는 “쉼터 실무자마다 성소수자 인권 감수성의 개인 편차가 커서 청소년 성소수자가 쉼터를 이용할 때 혹시라도 차별이나 배제를 당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그래서 긴급하게 주거지원이 필요한 청소년 성소수자를 만날 때면 24시간 운영에 대한 필요성이 느껴진다”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띵동은 쉼터 운영을 위해 후원자 1,004명을 모으고 있다. 


▲ 무지개 깃발과 함께 펄럭이는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의 깃발


 띵동은 2014년 12월에 개소하여 위기 상황에 놓인 청소년 성소수자들을 지원하는 활동을 2년째 해오고 있다. 띵동에서는 상담을 진행하고, 의료, 법률 등의 지원을 제공한다. 띵동에는 상담실과 잠시 쉬어갈 수 있는 휴식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청소년들을 더 가까이서 만나기 위해 주로 토요일에 거리 이동상담 띵동포차, 토토밥 등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청소년의 자립할 권리 


‘가정’은 여전히 청소년이 속해야만 하는 곳이다. 정부의 탈가정 관련 정책도 그를 반영하듯 가정으로 청소년을 돌려보내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청소년의 자립을 돕고 탈가정 청소년을 지원하는, 청소년을 위한 공간이 필요한 이유이다. 청소년이 그 자체로 독립적인 존재로 인정받을 때 청소년의 자립도 가능해질 것이다. 


[이반 기자]



*탈가정: 가출이라는 단어는 유독 청소년만을 따라다니고 부정적인 맥락에서 쓰이는 경우가 많다. 탈가정은 이를 대체하는 조금 더 중립적인 용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