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신문 요즘것들

[틴스페미니즘] 왜 문란하게 살지 않았니?

2016.10.07 15:14 - 요즘것들 아수나로


" 청소년이었던 나도 욕구가 있는 사람이었고, 지금의 나도 그래요.

예전에는 그냥 욕구를 억압해야만 했다면 

지금은 부정하지 않고 스스로 어느 정도 조절하면서 즐길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또뜨는 비청소년이 되어 청소년 운동을 시작한 청소년활동가다. 그는 청소년기를 되돌아보며 청소년이었던 자신의 권리와 욕구를 어떻게 숨겨야 했고, 어떻게 자기모순적 상황에 처하게 되었는지 말한다.  청소년기의 경험은 지금 또뜨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먼저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활동을 잠시 쉬고 있고, 그냥 여기저기서 활동에 참여만 하고 있어요.

 

Q. 당신은 청소년 때 어떤 사람이었나요?

 

스스로 자기검열을 많이 했어요. 청소년운동을 비청소년 되고 시작했기 때문에 그 당시에는 그래도 청소년은 자기 통제력이 부족하지 않나, 라고 생각했고 담배도 건강이 많이 나빠지지 않을까 (그래서 하면 안 될 것 같다) 싶었어요. 일종의 개념 청소년이었던 것 같아요. 술 담배 하는 청소년들 보면서 한심해 하기도 했고요. 성적인 면에서도 마찬가지고.

 

Q. 성에 대해서 가지고 있었던 생각은 어떤 것들이었나요?

 

딴 건 다 몰라도 청소년이 섹스하는 건 진짜 이상한거다라고 생각했었어요. 그 당시에는 주위에 해봤다는 사람도 한 명도 없었구요. 친구들과도 성 관련 경험에 대한 얘기는 거의 안 했어요. 성 관련 경험을 해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도 있었고, ‘다들 당연히 안 하겠지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아요. 유달리 친했던 친구들이랑은 성적인 얘기를 했었는데, 야동 본 얘기나 체위에 대해서도 얘기 하면서도 정말 신기하게 본인의 욕구나 경험에 대해서는 얘기를 안 했어요. 섹스보다 자위를 더 부끄럽게 여겼어요. 자기가 자기 욕구, 성적 욕구를 드러내는 게 진짜 부끄러운 일이라고 다들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저도 그랬고.

 

Q. 성차별을 받고 있다는 인식도 있었나요?

 

잘 인식하지 못 했던 것 같아요. 여고라서 그랬었는지, ‘여성끼리 무슨 성차별이냐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런데 남성 교사들이 차별적인 이야기를 많이 했고, 그걸 최근에 되돌아보니 성차별이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교사가 되게 거만하게 앉아서 여자들은 이래야 한다, 너네들은 김치녀 되지 마라는 식으로 얘기했거든요. 그 때는 아 기분 나쁘다. 왜 저런 말을 굳이 할까정도면, 지금은 저건 성차별이었다라는 걸 알 게 된 것 같아요. 그 때는 언어가 없었다면 지금은 언어를 얻게 된 거죠.

 

Q. 청소년 때 성과 관련된 경험이 있다면?

 

전혀 없었어요. 연애 경험은 있었는데, 연애 상대는 비청소년이었고, 자주 만나지 못했고, 뽀뽀까지 밖에 안 했었어요. 그리고 그런 걸 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도 했었고.

 

Q. 자기검열이 심하다고 했었는데, 청소년이 비청소년과 연애하는 건 좀 부담스러운 일이라고 여겨지지 않나요?

 

비청소년 이라는 느낌보다 원래 아는 오빠라서 (부담이 덜 했어요). 헤어진 이유 중에 하나는 그 사람이 좀 더 스킨십을 하고 싶어 하는 게 눈에 보여서 껄끄러웠어요. 그것 때문에 헤어진 것만은 아니지만. 때로 이 사람 미쳤나? 변태 아냐?’ 이런 생각도 했었어요. 스스로 고등학생이니까 선을 지키려고 했던 것 같고, 그렇지만 나도 욕구가 있긴 하니까. 굉장히 모순적인 마음이 같이 들었어요.

 

Q. 아수나로가 주장하는 청소년인권 의제들을 알고 나서 들었던 감정은 어떤 것이었나요?

 

처음에 들었던 감정은 내가 진짜 속고 지냈구나였어요. 제가 청소년 때는 그렇게 못 살았잖아요. 듣고 보니 다 맞는 말인 거에요. 나는 선생님으로부터 당했던 부당함과 억압이 아직도 생생하고 트라우마로 남아있는데. 외투 같은 걸 못 입게 해서 선생님한테 대들었어요. 막상 선생님은 입고 있었거든요. 웃기잖아요. 그래서 제가 쌤은 외투 입고 계시잖아요?’ 하고 대들었더니 쌤한테 머리를 세게 맞았어요. 그리고 밖에 서 있으래요. 그래서 아 내가 공부 안 하고 말지이러면서 집에 왔던 적도 있었어요. 주말에 억지로 학교에서 공부하러 나오라고 해서 나와줬더니 어떻게 이런 대우를 할 수 있나, 너무 어이가 없어서 집에 와버렸어요. 저는 내가 주체가 될 수 있는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저는 노동자보다는 학생, 대학생보다는 청소년으로서의 정체성에 더 가깝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여성도 20대 후반은 되어야 뭔가 진짜 성인 여성으로 대우해주고, 20살, 21살 때는 '누구랑 잤다더라'는 소문만 나도 이미지가 굉장히 나빠지잖아요. 그런 면에서도 아직은 청소년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Q. 페미니즘 의제들에 대해서 처음 들었을 때는?

 

그 전에는 여남차별을 당할때도, 여성과 남성은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고, 신체적인 차이가 있다는 말로 스스로 정당화했었어요. 차라리 그런 말로 합리화를 시켜야 마음이 편한 거에요. 그런데 사실 그렇게 노력해도 안 되잖아요. 대학교에서 했던 학회랑 아수나로에서 조금씩 페미니즘에 대해서 알게 되었는데, 메갈리아가 생겨나고서 페미니즘을 제대로 접한 것 같아요. 근데 전 지금도 아직 코르셋조차 못 벗고 있는, 페미니스트를 바라고 있는 그런 소시민이라고 생각해요.

 


▲ 또뜨 (청소년활동가)


Q. 청소년운동과 페미니즘이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나요?

 

자존감을 높여줬어요. 전에도 여성성에 부합하지 않는 외모나 행동들을 제가 또래 친구들보다 더 많이 했거든요. 예를 들면 다이어트를 하려는 노력을 덜 한다거나 크게 소리내어 웃는다거나. 그런데 페미니즘을 접하고 그게 이상한 거라고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내가 어떻게 살든 나는 나고 정상이라는 틀에 나를 우겨넣을 필요가 없다는 걸 안 것 같아요. 청소년 운동이 제게 미친 영향은, 사실 청소년 운동에서 반나이주의 운동이라던가 반권위주의 운동도 같이 하잖아요. 지금 제 나이대로 보면 나이 차별을 하는 것보다 당할 일이 더 많을 때에요. 청소년 운동을 접하기 전에는 당연히 나이로 위계질서가 생기는 것이 당연하긴 한데 그게 참 뭐같다고 느꼈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그게 부당하고 내가 참을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그리고 앞서 말했듯 청소년기의 내 욕망이 잘못된 것이 아니구나 하고 깨달았던 것도 있구요.

 

담배는 약간 일부러 핀 거거든요. 여성 청소년은 담배피면 안 된다는 게 있잖아요. 나도 담배 피워도 된다는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피우기 시작했어요. 주로 언제 피우냐면 남성이 많을 때, 남성 비청소년이 많을 때 많이 피워요.

 

가슴 보이는 셀카도 찍어서 올릴 수 있게 됐어요. 가슴이 큰 게 스트레스고, 고등학생 때부터 가려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그리고 친구들과 섹스 경험을 공유하는 것도 가능해졌어요. 오랜만에 만난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나면 보통 제가 먼저 얘기를 꺼내요. 섹스는 일상이고, 얘기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이야기를 먼저 꺼내면 친구는 당황해하기도 하는데, 자기도 자기 경험이 있을 거 아니에요. 그런데 이야기를 잘 나누지 못했다면, 이제 나눌 사람이 생긴 거죠. 친구들 반응이 너랑 처음 얘기해본다이런 반응들이었어요.

 

Q. 지금 당신의 관점에서 청소년기를 되돌아본다면?

 

좀 억울하고 스스로에게 미안한 마음이 제일 커요. 생각해보면 공부가 적성에 안 맞았던 거 같아요. 적성에 안 맞는 걸 하겠다고 앉아있었던 시간이 아깝기도 하고, 좀 더 일찍 청소년 운동을 접했다면 인문계를 안 가지 않았을까 생각도 해요. 고등학교 3년 동안은 진짜 텅 빈 암흑기 같은 거에요. 저는 스스로 제가 똑똑하고 유능하다고 생각했는데 왜 굳이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시간을 날려버렸는지. 그 때의 내가 불쌍하고, ‘왜 문란하게 살지 않았니하고 스스로에게 꼰대질 하고 싶어요 (웃음).

 

Q. 청소년기의 경험이 지금의 운동에 영향을 끼치나요?

 

운동을 계속 하게 만들어주죠. 계속 억울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 활동을 하다가 개념 청소년들을 만나면 공감이 되요. 나도 그만큼 고생했는데 쟤들은 안 하면 억울하잖아, 그런 생각이 본능적으로 들 수 밖에 없으니까요. 실제로 이익이 되는 건 공부하는 거고, 그렇게 생각 안 하면 너무 힘드니까. 하지만 저 이들도 마찬가지로 힘들 거라 생각해요. 저도 저렇게 합리화를 했었으니까

 

Q. 비청소년이 되어 청소년일 때와 달라진 점, 그리고 달라지지 않은 점은?

 

별로 달라진 게 없다고 생각해요. 그냥 그 때도 나고, 지금도 나고. 그 때의 나도 욕구가 있는 사람이었고, 지금의 나도 그래요. 다만 예전에는 그냥 욕구를 억압해야만 했다면 지금은 욕구를 부정하지 않고 스스로 어느 정도 조절하면서 즐길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주동적인 연애와 성생활을 할 수 있게 된 게 그 예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런데 이건 청소년운동을 알아서 인 것도 있고, 제가 시기상 비청소년이 되어서이기도 해요. 청소년 때였다면, 머리로는 알고 있어도 실제로 원하는 대로 살기는 힘들었을 테니까요. 그래서 좀 슬프기도 하죠.


- 치이즈 기자



* 이 기사는 청소년신문 요즘것들과 십대섹슈얼리티인권모임이 공동 기획한 <틴스페미니즘>의 

연재 기사입니다. 앞으로도 '청소년의 성적자기결정권, 그리고 임신/출산/임신중절'을 주제로 

더 많은 기사들이 올라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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