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질과 억압으로 물든 정치 활동

2016. 9. 21. 13:33극한직업청소년

"정치적인 행사에 가기 위해서 나는 친권자를 상대로 거짓말을 밥 먹듯 해야 했고,

항상 들킬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마음을 안고 활동해야 했다."

   

 

 

 

 

 나는 올해 만 15세 청소년이다. 녹색당 등 정치적인조직 몇몇에 가입되어 있으며, 민중총궐기 등 정치적인집회에도 나간다. <독일의 좌파 운동과 기본소득> 정치적인강연에 참석하며, <공산당 선언> 정치적인책 또한 읽는다<요즘것들>에 기고될 이 짧은 글은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이런 정치적인 활동을 숨겨야 했거나, 무시를 당했거나, 기특한 것으로 간주하였던 여러 상황에 대한 기억이자, 현재도 진행되고 있는 나의 삶이며, 청소년이라는 극한 직업의 일상이다.

 

 나는 작년 12월에 녹색당에 입당했다. 녹색당의 청소년 기구 청소년 녹색당이 출범한다는 소식을 들은 것이, 그리고 녹색당에서 주장하는 기본소득정책에 너무나 동의했던 것이 그 이유였다. 녹색당에 입당하기 위해서 친권자와 충돌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심하게 반대하지는 않았지만, 친권자의 허락을 받아내는 데에 며칠의 시간이 걸렸다.

 

 

'청소년'이라는 걸림돌

 

 

 선거운동을 하거나, 기자회견을 하거나, 학생 인권을 탄압하는 모 학교 앞에 가서 정당연설회를 하거나 하는 등 여러 당 활동에 참여했는데, 몇몇 경우에서는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다짜고짜 반말을 들어야 하기도 했다. 주로 지역당 활동에서였다.

 

 지역당에서 주최하는 당원 캠프 뒤풀이의 제목이 <애들은 가라>로 정해졌던 적이 있었다. 엄연히 청소년 당원이 존재하는 당에서 청소년을 배제하는 식의 제목을 지었다는 사실이 매우 당황스러웠다. 물론 문제를 제기하니 지역당 운영위 측에서 사과문을 발표하고 제목을 수정하긴 했다. 청소년 담론 자체를 접할 기회가 거의 없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왜 당에서 그런 교육을 하지 않았는가, 청소년이 그만큼 당내에서 작은 존재이냐는 생각이 들어 조금 슬프기도 했다.

 

 하루는 지역당 행사를 마치고 당원과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아이들에게 ~없는 세상을로 대표되는 보호주의적/시혜적 구호에 대한 당내/외 청소년 운동권의 비판적 태도를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인권을 지향한다는 당에서 이런 부분까지 일일이 논쟁을 벌여야 한다는 사실이 매우 귀찮기도 했고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집회에 참석하는 경우, 나는 높은 확률로 어려서부터 기특하네라는 식의 말을 듣는다. 모 집회에서 청소년구색 맞추기 발언을 요구받은 적이 있었다. ‘청소년의 목소리를 듣는다라는 명목으로 이런 구색 맞추기 발언을 요구하는 일은 허다하다.

 

 

거짓말없이 할 수 없었던 활동

 

 

 정치적인 행사에 가기 위해서 나는 친권자를 상대로 거짓말을 밥 먹듯 해야 했고, 항상 들킬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마음을 안고 활동해야 했다. 친권자에게 전화가 올 때 느끼는 그 스트레스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나는 거의 언제나, 집으로 돌아가는 고속버스 안에서 친권자에게 댈 핑계를 쥐어짜 내는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나는 반말을 들으며 하대를 받는다든지, 나의 활동이 특별한 것으로 여겨진다든지, 나의 활동을 숨겨야 한다든지 하는 것들을 원하지 않으나, 그것들은 나에게 강제됐다. 일상적으로 이루어져 왔던, 그리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이러한 멸시와 하대, 억압들은 나의 활동을 가로막는 곤란한 방해물이다. 이런 일을 당하는 것은 내가 청소년이기 때문이며, 내가 활동에서 경험하는 일상적인 억압들은 나 혼자만의 경험이 아님을 느낀다. 일상과 정치와 활동의 영역에서 나의 존재와 주체됨을 인정받지 못하는 청소년으로서의 나 자신의 삶을 위로하고 싶다.

 

* 친권자 : 법적 미성년자의 양육 책임과 관련한 권리와 의무를 가지는 사람. 주로 부모.

 

- 바다제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