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워지는, 하지만 지워지지 않을-성주 사드배치 반대 청소년의 목소리

2016. 8. 29. 18:58Yosm Special


"우리도 눈, , 입이 있고 생각이 있는 인간이고 대한민국의 국민이니..."



  사드가 나타났다. 사드(THAAD :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는 중장거리 미사일을 탐지하고 파괴하는 군사무기다. 지난 7 8, 한국과 미국은 주한미군에 사드를 배치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는 강력히 반대하고 나섰다. 미국과의 군사적 평형이 무너지고, 전쟁 억지력이 상실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이다. 억지력이란 한쪽이 공격하려고 하여도 상대편의 반격이 두려워서 공격하지 못하도록 하는 힘을 뜻한다. 중국은 이에 대응하는 더욱 강한 방공미사일을 2019년까지 설치할 예정이다.

 

  결정 이후 후보지로 꼽힌 지역들에서는 주민들의 반대 행동이 즉각 일어났다. 최종 선정된 장소는 성주 성산포대, 거론되지 않던 뜬금없는 장소였다. 성주군 주민들은 일제히 반발했다. 집회가 이어지며 대한미국이 아니라 대한민국’, ‘성주뿐 아니라, 한반도 사드 배치 반대 등의 구호가 등장했다. 사드가 한국에 배치될 때 주변국과의 군사적 긴장을 강화할 뿐, 안보와 평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아, 배치 지역이 어떤 피해를 볼지 알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 8/15 34일차 촛불문화제 현장



아무에게도 의사를 물어본 적이 없다


  어제로 47일 차, 매일 저녁 성주군청 광장에 모여드는 주민 중에는 청소년도 상당수다. 사드를 반대하는 이유도 각기 다양했다. 성주 거주 청소년 A 씨는 성주는 내 고향이고, 누가 뭐라 해도 나는 성주 군민이기 때문이라며, “성산포대와 성주군 인구밀집지역이 매우 가깝다. 3.6km 이내에는 허가받지 않은 자 외에는 출입통제라고 알고 있는데 3.6km 이내에는 학교가 3개가 있고, 군청까지는 3.4k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른 청소년 C 씨는 “(정부가 사드 배치에 관련해) 성주 주민 아무에게도 어떤 선택권을 주거나, 의사를 물어본 적이 없다.”며 분노했다. 인터넷에서 접하는 반응에 대해 이렇게 언급했다. “모르면서 하는 말들이 상처가 된다. 지역이기주의라거나, 성주 사람들을 비하하는 말들도 있다. 댓글을 일부러 잘 안 읽게 되었다.” 주민 의사와 상관없이 안전성도 검증되지 않은 군사시설이 지역에 설치되는데 반대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닐까.

 

  집회가 열리기 시작한 7월 중순에는 수업을 거부하며 집회에 나선 학생들이 집중 조명되기도 했다. 하지만 7 24일 교육부에서는 각 학교에 학생들의 집회참여를 자제시키라는 내용의 공문을 사드 홍보자료와 함께 발송했다. 인터넷에 사진이 공개되었을 때 학생들이 겪을 악성 댓글과 불이익을 염려해 집회 현장에서도 마스크가 나누어졌다.



△ "성주여자예쁘네" 성주의 여학생들의 사진에 달린 댓글 중 일부




서명활동 하는데 장학사가 와서 사진을 찍고 가


  실제로 성주여고 학생들이 활동에 대거 참여하자, 일베 등의 온라인커뮤니티에서 성주여고 학생들의 사진을 게시하고 성주여고녀 등으로 부르며 외모를 평가하고 성폭력적 발언을 하는 사건이 있었다. 한편 공부가 하기 싫은 거 아니냐’, ‘모르는 애들 내세워서 선동하는 어른들이 나쁘다며 청소년 참여자들의 주체성을 지우는 게시물과 댓글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사드 배치 철회 백악관 청원 서명운동에 참여한 성주 청소년 A 씨는 교육청의 감시를 기억하고 있다. “(교육청 관계자가) 집회 때 앞에 나가 자유 발언도 하지 말라고 막았다. 그리고 자주 집회 장소에 와서 학생들이 얼마나 참여하는지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보고 가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그것에 개의치 않고 서명활동을 했고, ‘교육청에서 장학사가 와서 너의 사진을 찍고 갔다 더 하지 마라라는 어떤 한 분의 말에도 마지막 날까지 꿋꿋이 버티고 있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 학생들은 교복을 사복으로 갈아입고 집회에 나오기 시작했다. 8 15, 본지 기자가 취재를 위해 집회 현장을 찾았을 때도 참여자들은 특히 청소년에 대한 인터뷰에 민감하고 방어적인 모습을 보였다. 보수 언론과 네티즌들이 얼마나 그들을 공격하고 상처 입혔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 "사드 제발 꺼져줄래" 촛불문화제 한켠에 전시되어있던 낙서판




우리도 생각이 있는 인간이고 국민이니


  2000년대 촛불집회, 이어서 세월호 진상규명 운동과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운동까지, 정부는 항상 교육과 보호라는 이름으로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억눌렀다. 청소년은 미성숙하고 미래를 예비하는 존재라는 사회에 만연한 편견이 이를 방조한다. 이에 A 씨는 말한다. “교육부에 말하고 싶다. 우리도 눈, , 입이 있고 생각이 있는 인간이고 대한민국의 국민이니 진정한 교육자라면 자신들이 맡은 우리들의 말을 먼저 들어 보시라고.”

 

  8 15일 촛불 문화제에 참여한 D (3, 광주광역시 거주)는 말했다. “만약 학생들이 잘 모른다면 알려줄 생각을 해야 하지 않을까.  (정치에 무관심함은)청소년뿐 아니라 전 세대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다만 청소년은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더 잘 알아야 한다.”

 

  많은 청소년은 지금도 자신의 권리와 신념을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 이제 해묵은 동원설과 돌아가서 공부나 해라는 말은 치울 때가 되었다. 모든 사람은 서로에게 영향을 받으며 살아가고, 스스로 사고하며 설득을 받아들이거나 배제한다. 청소년도 마찬가지다누군가의 주체성을 재단하려면 증명할 수 있는 근거가 필요하다. 나이가 적다는 것은 그 근거가 되지 않는다.


- 밀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