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선보다 체벌이 위험하다

2016. 7. 23. 09:51극한직업청소년


△ 학교에서 흔하게 이루어지는 발바닥 체벌


 또다시 죽음의 기말고사가 다가온다. 고등학생인 나는 주위의 압박에 공부하기 싫어도 공부할 수밖에 없다. 매일 보충수업에 야자까지 하고 나면 지쳐 쓰러지지만, 학습실에서 잠시 잠에 들다보면 어김없이 등짝 스매싱이 날아오게 되어 있다. 지옥 같은 일정을 소화하는 것만도 충분히 힘든데, 불편한 교복도 입어야 하고, 매 시간에 지각도 하지 말아야 한다. 뭔가를 어기면 벌점을 받고, 체벌을 당하곤 하니까.


어른들은 자꾸 아이들을 가두려고 한다


 난 야자가 정말 싫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을 가둬놓고 공부하라고 시키면 공부를 하는 줄 안다. 사실 공부하기는 한다. 하지만 그건 체벌을 받기 싫어서 억지로 하는 것뿐이고 실제로 머리에 들어오는 건 별로 없다. 물론 조금만 쉬려고 해도 옆에서 체벌을 받는 친구를 보면 나도 맞을까봐 정신이 번쩍 들면서 공부하는 척을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가만히 앉아있는 게 힘들고 짜증나서 공부에 집중은 더 안 된다.


 물론 야자를 하는 동안 이외에도 체벌은 빈번하다. 모의고사 성적이 일정한 점수 미만이면 체벌, 종이 치고 잠깐 늦어도 체벌을 하고, 심지어 수업시간에 잠깐 졸거나 딴짓을 해도 체벌을 한다. 이쯤 되면 체벌을 안 받을 행동만 하려고 계속 자기검열을 하게 된다야자와 체벌이 생겨나면서 어른들은 자꾸 아이들을 어딘가에 가두려고만 한다. 학교에 가둬놓고, 학원에 가둬놓고, 집에서도 방에 가두고 공부를 시킨다. 그리고 공부를 안 하고 있으면 때리려고 한다. 게다가 체벌은 하면 할수록 중독되는 행동이라서, 점점 도가 지나친 체벌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내 사례만 보더라도 학년이 올라갈수록 조금만 잘못해도 체벌을 당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 같다. 체벌을 하면 금방 교정의 효과가 나타나니까, 아이들이 무서워서 따르니까 그 맛에 중독된 것 같다. 나이를 먹을수록 더 많은 공부를 자기 스스로 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때려도 된다면서 때리는 데 명분을 부여하는 사람까지 봤다. 심지어는 학원 선생님에게 아이를 때려서라도 가르쳐 달라는 부모도 있었는데, 꽤나 무서웠다.


체벌에 무심한 사회가 무섭다


 어른들이 체벌을 그만뒀으면 좋겠다. 맞을 만한 행동이라는 것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학교 규칙 따위를 들어서 다른 사람을 때릴 수 있다면, 그 규칙은 대체 무엇을 위한 규칙인가 의문이 든다. 게다가 청소년들은 폭력에 맞설 마땅한 방법도 없다. 가정폭력을 신고해도 아버지니까 참으라고 하는 경찰도 있는데, 학교에서 선생님이 좀 때렸다고 해서 들어줄 어른을 찾기가 너무 어렵다. 심한 체벌로 인해 다치는 학생들까지 생기는데도, 우리는 체벌에 너무 무심하다. 나는 이런 사회가 무섭다.


 진정한 보호는 아이들이 겪을 수 있는 위험들을 제거하는 것이 아닐까? 예를 들면, 여름의 학교는 정말 덥다. 에어컨도 제대로 틀어주지 않고, 필터도 갈지 않는 경우가 많다. 선풍기도 오랫동안 씻지를 않아서, 먼지가 날려서 돌릴 수가 없다. 공부하라고 하지만, 너무 더워서 도저히 견딜 수조차 없는 경우가 많다. 공부에 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우려면 이런 열악한 환경으로 청소년을 몰아넣기보다는 우리를 좀 더 배려하는 모습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호는 위험으로부터 사람을 지키는 것이지, 공부를 앞세워서 여러 가지를 빼앗는 것이 아니다. 특히 체벌을 하면서 보호를 한다는 모순된 행동을 그만둬야 한다. 잃어버린 것들을 되찾자. 청소년이 안전하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는 날은 언제쯤일까. 그 첫걸음은 학교 안에서 일어나는 폭력부터 제거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주영(은가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