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신문 요즘것들

모두에게 평등한 사랑을, 단 성인인증이 필요합니다?!

2016.07.04 18:31 - 요즘것들 아수나로

단순히 알코올이나 니코틴을 섭취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정말 중요한 건 그것을 매개로 이야기 나누고 친해지는 그 자리에 함께 할 수 있는 것이다.



지난 6월 11일 토요일, 서울 광장에서 퀴어퍼레이드가 열렸다. 퀴어퍼레이드(이하 퀴퍼)는 1년에 단 하루, 퀴어(성소수자)들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며 광장과 거리로 나오는 축제다. 퀴어 뿐 아니라 퀴어를 지지하는 사람들, 단체와 기업 등도 참여하며, 여름철마다 서울과 대구 두 지역에서 열린다. 이날 많은 청소년들도 축제를 즐겼다. 다만 퀴퍼의 애프터 파티, ‘프라이빗 비치’에는 참여할 수 없었다. 뭔가 서운한 이 기분. 요즘것들은 2012년부터 19금 파티에 문제제기 해 온 십대섹슈얼리티인권모임(이하 대리인)의 활동가 쥬리 씨를 만났다.






밀 : 4년 전, 대리인에서 처음으로 청소년도 참여할 수 있는 애프터파티를 주최했다. 이때의 문제의식과 그 이후의 경과를 듣고 싶다.


쥬 : 2011년에 퀴퍼에 처음 참여했다. 동성애자인권연대(현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청소년자긍심팀의 부스를 운영했는데, 부스가 끝날 무렵 애프터파티 안내방송이 나왔다. ‘와 나도 애프터파티 가야지! 신난다~’하고 있었는데 옆에 있던 비청소년 활동가가 ‘청소년은 못간다’고 말했다. 기분이 좋지 않았다. 퀴퍼는 소수자 차별에 반대하는 운동이고, 애프터파티도 퀴퍼의 일부인데 청소년의 참여를 막는 건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런 문제의식을 퀴어문화축제(이하 퀴문축) 기획단 중 한 명에게 말하자 ‘스페셜이벤트’에 지원해보라고 권유했다. 스페셜이벤트는 퀴문축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할 수 있는 공모 사업이다. 그래서 2012년, 우리(대리인)가 나이 상관없이 들어올 수 있는 파티, ‘대놓고 야반도주’를 신청해서 예산을 지원 받으며 열게 되었다.(지금은 스페셜이벤트에 예산 지원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현행법을 딱 지켜서 술 없이 밤 10시에 끝나도록 하는 게 옳은가, 그게 하는 의미가 있을까 고민이 들었다. 청소년이 들어가지 못하는 메인파티는 술도 마실 수 있고 밤늦게까지 진행되는데. 그래서 술집 주인과 도수 낮은 칵테일을 파는 방향으로 논의하고 있었는데, 퀴문축 기획단에서 술을 판다면 지원하기 어렵다고 했다.


어쨌든 그 파티에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왔고, 그 해 2013년에는 퀴문축에서 자체적으로 청소년 파티를 따로 열기 시작했다. 메인파티를 크게 하고, 청소년들은 10시에 끝나고 술도 팔지 않는 작은 파티를 따로 두는 형식이었다. 현행법을 어길 수 없다면, 장소를 클럽으로 하지 않고 술을 팔지 않는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파티를 열자는 내용의 제안서를 다른 단체들과 함께 작성해 기획단에 보냈다. 당시 기획단과 청소년활동가가 함께 간담회도 열었지만, 제안이 받아들여지지는 못했다.


2014년에는 웃픈 일이 있었다. 혐오세력이 길을 막아 행진이 장시간 멈춰버린 것. 그래서 퀴퍼가 끝나자 10시가 넘어 청소년파티도 끝나버렸다. 올해는 애프터파티를 클럽이 아닌 섬에서 한다고 해서, 청소년도 참여할 수 있게 하려나 기대했는데, 여전히 19금이어서 슬펐다. 섬에서 파티를 하고 술은 부스에서 알아서 살 수 있도록 한다는데, 그렇다면 굳이 청소년의 입장까지 막을 필요는 없지 않나 싶었다.



밀 : 청소년파티를 여는 것을 넘어서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하나의 파티를 열자는 주장인데.


쥬 : 많은 단체들이 청소년을 뒤풀이 자리에서 배제하고는 한다. 뒤풀이 장소는 대개 술집이 되고, 청소년들과 함께 술집에 가려면 신분증 검사를 하지 않는 술집을 찾아 삼만리를 해야하니까. 내가 17세 때 운동단체 뒤풀이에 참석하려고 했는데 나를 비롯한 청소년들에게  오지 말라는 문자를 보내는 일도 있었다.


단순히 알코올이나 니코틴을 섭취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정말 중요한 건 술과 담배를 매개로 이야기 나누고 친해지는 그 자리에 함께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청소년의 참여를 중요시하는 단체에서는 술을 사와서 사무실에서 마시거나, 술 없이 뒤풀이를 한다.


특히 퀴퍼는 소수자 인권을 주장하는 축제인데, 논란을 피하기 위해 19금을 내거는 것이 아쉽다. 작년 퀴퍼에 ‘보지파티’ 부스가 있었다. 우리 몸의 일부인 보지를 당당하게 보지라고 부르고 긍정하자는 취지의 부스였고 보지풀빵을 팔았다. 그런데 미성년자에게도 보지풀빵을 파느냐는 논란이 일자, 미성년자는 관람과 구매가 불가능하다고 공지했다. 그럼 당장 그들에게 있는 보지는 뭐가 되나. 법적으로도 문제될 일이 없는데도, 논란을 피하기 위해 청소년을 배제하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큰 성소수자 커뮤니티 사이트는 성인인증을 해야 가입할 수 있다. 이유는 성적인 컨텐츠를 자유롭게 소비하고자일 수도 있고, 커뮤니티에 가입하는 이유 중 애인이나 섹스파트너를 찾기 위함도 있는데 청소년은 성적 주체나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는 이유일 수도 있다. 또 청소년은 정체성을 깨닫기 이르고, 아직 성소수자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시선도 있는 것 같다. 청소년도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해진다면, 그래서 조금 욕을 먹고 논란을 일으키더라도 지켜야 할 가치가 된다면 좋겠다.



밀 : 대리인의 활동 계획과 가까운 바람을 말해달라.

쥬 : 청소년을 위한 진짜 성교육 카드뉴스를 여름이 가기 전에 연재하려고 한다. 바람은, 다음 퀴퍼 애프터파티가 청소년도 동등하게 참여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바뀌는 것.




아래는 퀴어퍼레이드 이후 대리인, 청소년정의당 등 여섯개 청소년단체가 발표한 성명 전문이다.




술은 들어가지만 청소년은 들어갈 수 없는

-퀴어문화축제의 19금 애프터파티에 대하여




지난 6월 11일, 서울광장에서 퀴어문화축제가 열렸습니다. 퀴어문화축제는 이 사회의 성소수자들에게 각별한 의미가 있는 날입니다. 그러나 올해도, 퀴어문화축제의 애프터파티는 19금으로, 청소년의 참여가 제한되는 파티로 진행되었습니다. 


지난 몇 년간, 퀴어문화축제가 모두의 축제일 수 있기 위해 축제의 일부인 애프터파티에도 청소년이 배제되지 않아야 한다는 문제제기가 있어왔습니다. 그런데 올해도 파티는 비청소년들만의 잔치였습니다. 심지어 올해의 파티 장소였던 세빛섬은 현행법상 청소년출입이 불가한 공간이 아닌데도 청소년은 입장을 거부당했습니다.


 

파티에서 술을 판매하기 때문에 법적인 처벌을 받을 위험이 있어 청소년의 참여를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비청소년들끼리 술 마시는 것이 청소년의 참여를 보장하는 것보다, 소수자가 배제되지 않는 장을 만드는 것보다 중요한 가치인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현행법을 어길 수 없다면 술을 판매하지 않더라도 청소년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몇 년째 있어왔습니다.


예전에는 퀴어문화축제 주최의 애프터파티로 비청소년만이 들어갈 수 있는 파티를 열고 따로 청소년이 들어갈 수 있는 파티를 연 적도 있었습니다. 청소년이 들어갈 수 있는 파티는 술을 판매하지 않고 밤 10시에 마감을 했고, 비청소년만이 들어갈 수 있는 파티는 새벽까지 운영하며 술을 판매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도 평등한 참여를 보장하는 방식은 아닙니다. 비청소년의 입장에서는 여러 파티 중 하나를 골라 가면 될지도 모르지만, 청소년은 그렇지 않기 때문입니다. 가장 많은 돈을 들이고 홍보를 하는 파티가 비청소년만이 들어갈 수 있는 파티였다는 점에서, 청소년들은 우리는 따로 놀라는 건가 하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많은 성소수자 커뮤니티들이 청소년의 참여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이는 성소수자운동 안에서도 비청소년이 중심이 되기에 청소년들을 잘 고려하지 못하는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지만, 청소년들이 성에 대한 정보를 접하는 것을 금기시하며 이를 성소수자들을 비난하는 핑계거리로 들곤 했던 혐오의 역사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의 책임은 물론 성소수자를 차별하고 청소년이 성적 지향이나 정체성에 대해 정보를 접하는 것조차 금기시하는 청소년 차별적인 국가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기에 더욱, 이런 비난과 규제를 넘어 청소년 성소수자들도 평등하게 인권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청소년들이 더 많이 퀴어문화축제를 포함한 성소수자들의 커뮤니티와 행사에 참여할 기회를 보장해야 합니다. 그리고 청소년들 중에도 성소수자가 있는 것, 청소년들이 성소수자와 성에 대해 알고 이야기하는 것이 당연한 권리임을 성소수자 커뮤니티 안팎으로 보여주고 말해야 합니다. 우리는 성소수자 운동이 청소년들의 처지와 현실에 관해 이런 점을 특별히 더 고려해서라도 청소년이 배제되지 않는 행사 진행에 신경쓰길 바랍니다.


이 사회는 여러 소수자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차별하고 배제하며, 때로는 법과 제도를 통해 그 차별과 배제를 공고히 합니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싸우는 사람들의 공간에서, 성소수자를 배제하지 않고 성적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이 '기본'이어야 하는 것처럼, 성폭력이 발생하지 않도록 다 함께 노력하고 성인지감수성을 키우기 위한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 ‘기본’인 것처럼, 청소년을 배제하지 않는 것도 이 운동사회에서 ‘기본’으로 여겨지기를 바랍니다.



2016년 6월 25일


청소년 정의당

청소년사회동아리 발걸음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십대섹슈얼리티인권모임

노원청소년인권동아리 화야

관악청소년연대 여유




밀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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